잘 나가는 김재박 LG감독 ‘연일 흐뭇한 미소’

2007-04-25     남장현 
“너무 잘 나간다고요? 아직 멀었습니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 김재박 LG 트윈스 감독(52)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LG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LG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최근 5연승을 내달리며 쾌속 질주하고 있다. 지난 05년 6월30일 현대전부터 7월7일 두산전까지 6연승을 올린 후 최다 연승 행진 기록이다. 페넌트 레이스 초반이 한창 진행중인 4월19일까지 LG는 10경기를 치러 7승3패의 전적으로 SK와이번스(7승2무2패)에 이어 2위를 마크중이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참변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사실 올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LG가 이토록 승승장구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올해 프리시즌 시범경기에서 LG는 최하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4차례나 우승을 챙겨온 관록의 명장이었다. 불안했을 법도 하지만 서둘지 않았다.

속내까지야 알 수 없으나 경기가 패배로 끝나면 부족한 부분을 찾아냈다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김 감독은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라며 시즌이 시작되면 분명 달라질 것이라 호언했고, 결국 자신의 말을 현실로 바꿔놓고 있다.

프리시즌 팀이 삐걱거리자 비난을 퍼붓던 LG 팬들도 지금은 완전히 김재박 감독의 편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비난 일색이던 언론들도 김 감독의 용병술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주 든든하고 고마운 우군을 얻은 셈이다.

매각 사태로 뒤숭숭하던 현대를 떠나 LG에 안착한 김 감독은 작년도 실패로 인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을 강하게 조련했다. 좀 더 많이 뛸 것과 불필요한 실수를 최소로 줄이자고 거듭 주문했다. 맹타와 홈런을 계속 터뜨려도 실수가 잦으면 어이없는 패배가 뒤따른다고 경험에서 나오는 사안들을 강조했다. 실제로 LG는 지금까지 병살타를 4번 기록했고, 실책이 6차례 뿐이다. 그만큼 달라졌다. 김 감독의 별명(여우)을 떠올리면 곧바로 연상되는 도루와 번트 등을 고루 활용하는 짜임새있는 플레이가 여전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늘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TV로 비쳐지는 LG 덕아웃은 항상 즐거운 분위기다. 성적이 워낙 좋다보니 자연스레 흐르는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편하다’는 점이다.

공수 교대를 위해 덕아웃으로 들어서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스스럼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이 ‘감독과 선수’라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참부터 막내까지, 심지어 용병들도 김 감독의 융화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만나는 LG선수들은 한결같이 “덕아웃이 너무 좋다. 불편하지 않으니까 야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만큼 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하면 되는 것도 안풀린다. 그래서 경기중에는 선수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LG가 ‘잘 되는 집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