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꽉’ 잡은 탁월한 전략가

2007-04-10     김 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박근혜 전대표에게 유승민이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김현종이 있다”.
박 전대표가 이명박 전시장에게 밀리고 있지만 친박 진영에선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다. 유승민 의원이라는 ‘재사’가 결국에는 빛을 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연말, 지지율이 10%대로 바닥을 쳤던 노 대통령이 회생할 수 있었던 것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인재가 있어 가능했다. ‘친북좌파’, ‘386세대의 미숙함’이라는 야당의 거센 공격에서도 김 본부장이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전문성과 뛰어난 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김 본부장의 만남은 그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2003년 2월,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인수위 사무실에서 김현종 당시 세계무역기구 법률자문관을 만났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에 따르면 김 본부장을 만난 노 대통령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김 본부장에게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통령 의전을 담당했던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은 “마치 세계 지도를 머릿속에 꿰차고 그 위에서 자유자재로 장기 말을 놓듯 식견과 전문지식이 탁월했다”며 “특히 전략적 사고가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전략적 사고

이후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에서 ‘파격 인사’의 대표적 케이스로 떠 올랐다.

같은 해 5월, 노 대통령은 그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에 임명했다. 차관보 급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본부장은 이 때부터 한미 FTA 협상의 필요성과 수순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4년 7월 장관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 “미국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경쟁할 수 밖에 없는데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먼저 제안하면 주도권이 그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먼저 캐나다를 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과 캐나다의 FTA 가능성을 흘리면 미국이 달려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결심한 것은 2005년 9월 해외 순방을 위해 멕시코로 가던 비행기 안이었다고 한다. “몇 수를 미리 읽는 전략적 마인드가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김 본부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판을 읽을 줄 아는 분석력, 전략적 사고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진다.


저돌적인 ‘일벌레’

실제로 두 사람은 업무 처리일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 잡은 것은 좀처럼 놓지 않고 승부사적 기질도 강하다. 외교부 출신의 한 인사는 김 본부장과 관련 “정책 결정권자를 설득해 의제설정을 한 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소신이 뚜렷해 자기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때문에 국회에서 답변할 때도 김 본부장은 할 말을 다 하는 형으로 분류된다. 의원들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아도 “이건 꼭 이야기해야 하는데요”라며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 본부장은 외교관(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로 중, 고교와 대학을 모두 해외에서 다녔고 석사와 박사 과정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마쳤다.

때문에 국내엔 학맥이나 인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건너온 김 본부장은 홍익대 교수를 거쳐 외교부 통상전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일벌레’로 불릴 정도로 열정을 인정받았다.

99년부터는 세계무역기구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했는데 동양인 최초로 수석법률자문관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은 EU와 중·일”

미국의 타결 시한 연장 전술을 미리 간파하고 역공에 나설 만큼 미국 동향에 밝으며 미국 내 인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최근 미국 의회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결코 응하지 않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면 합의는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EU와 우선 FTA를 체결한 뒤 중국, 일본과의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의 약력에는 유독 최초, 최연소, 최장수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WTO 수석법률자문관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최연소였다. 통상교섭조정관과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최연소였다. 그는 또 참여정부 최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비판론자들은 그를 ‘친미주의자’로 몰아붙이지만 자신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개방주의자가 아니다. 얻을 것을 얻지 못하면 개방이 무슨 필요가 있나. FTA도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FTA 협상이 끝났다고 해도 앞으로 넘어야 할 길이 더 험할 수도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본격적인 검증을 벼르고 있고 미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김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한미 FTA 특위에서도 김 본부장과 협상단에 대한 ‘검증’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위 의원들 중에서는 “협상단이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정부가 마치 다 끝난 것처럼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는 등 너무 들떠 있다”면서 장밋빛 전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노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 김 본부장, 정문수 전 경제보좌관, 보수언론을 오적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농업부문과 관련, 김 본부장은 “혁명적 대책이 나오도록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면서 “협상을 진행하면서 제일 마음이 아팠
던 게 농민들”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FTA 협상 직전 대통령이 ‘장사꾼 사고와 논리를 갖고 협상하라. 정치적 부담은 내가 안겠다’는 지침을 내렸다”면서 “대통령 지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얼마만큼 수출하고 방어할 수 있는지를,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감안해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FTA 협상을 통해 탁월한 협상가로 부상한 김 본부장이 앞으로의 험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현 기자


#이명박 출판기념회 선거법 위반 논란

지난 3월 13일,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했던 이명박 전서울시장(이하 약칭 MB)의 출판기념행사 때에 있었던 선거법위반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 출판 기념 행사장에는 당원과 지지자들 1만명 이상이 동원된 상황이었다.

이날 행사에 한나라당의 당원 및 일부 MB지지자들이 대형버스를 임대, 상경하는 과정에서 MB측으로부터 버스 배당 임대료를 지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특히 이들 지지자들 가운데 대구 지역 일부 MB지지자들이 선거법위반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구 선관위가 현재 이와 관련한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수도권, 대구이남, 대구이북 등에서 버스 한대당 100만~300만원을 임대해 줬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MB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졸업한 대구 수창초등학교에서조차 버스 2~3대를 지원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대구 선관위 박태섭 과장은 이에 대해 “버스 임대료가 100만원에서 300만원선이라는 구체적인 금액 제시에 대해선 그냥 소문에 불과하다”며 “현재 돈의 출처는 어디인지, 누가 줬는지, 제3자가 줬는지, 아니면 기업체에서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한 “객관적인 사실을 규명하기 전에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하면서도 “조만간 중앙선관위에서 보도 자료가 나올 것 같다”며 이번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어느 정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MB캠프진영에선 “이번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MB측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