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있고 미래 지향적인 신당 창당할 터”
2007-01-10 김현
천정배 의원
2007년 대선 후보자들의 기본 솔루션은 뭐니뭐니해도 ‘스타성’이다. 제아무리 정치이력이 화려하다고 한들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마냥 헛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도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적용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샐리의 법칙(Sally’s law)’도 가능한 게 대선이다. 천정배 의원 역시 이런 법칙에 예외일 수는 없다. 정치 경력 10년. ‘진취적인 솔루션’의 소유자.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인간 천정배’라는 평판은 그에겐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그런 그를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5층 의원실에서 만나봤다.
천정배 의원이 드디어 대선 출발선상에 다가서고 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여권발(發)정계개편의 문턱에서 재차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여권의 ‘통합신당’ 주창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대선출마 시점을 오는 2월 전당대회 이후로 잡았다.
하지만 그는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당내 기류에 근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는 열린우리당과 개혁세력의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한다. ‘선(先) 국민신뢰 회복, 후(後)위기극복’이라는 대선 아이콘 그리기에 한창이다. 어찌 보면 첫 난관일 수 있다. 북한 핵실험문제, 부동산 정책 등 민생 분야 등에 잘 대처하는 능력도 그의 대선출마를 위한 남은 과제다.
당 획기적 변화 필요
천 의원이 바라는 통합신당의 밑그림에는 당의 획기적인 변화모드가 깔려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열린우리당은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분당세력이다. 좀 좋게 표현하면 창당 주역이다. 이런 탓(?)에 당의 진로에 대한 일정부분의 책임감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그는 ‘원칙 있고, 미래지향적인 신당’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 바탕에는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과 노선, 비전을 공유하는 모든 세력이 규합된 ‘대통합’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천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신장을 위해 그동안 헌신해온 양심인사들은 물론 개혁적인 신진 인사들을 널리 참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그들 인사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할 것이다”라고 했다.
향후 ‘김근태 정동영 전·현직 의장과 힘을 합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함께 갈 것이고, 가야한다”고 밝혔다.
‘개콘’, ‘웃찾사’ 코미디프로 즐겨
천 의원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그는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면 주로 동네 뒷산을 등산하거나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즐긴다. 즐겨보는 TV 프로도 있다. 주로 ‘개그콘서트(일명 개콘)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일명 웃찾사)’ 등 코미디프로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빡빡한 의정활동으로 가족과의 시간도 줄어든 천 의원. 하지만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예비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첫째 딸 지성씨의 결혼 문제로 가끔은 짬을 내 가족모임을 갖기도 한다.
토니블레어와 정치 궤적 흡사
천 의원의 정치적 궤적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궤적에서 반추할 수 있다. 천 의원처럼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블레어 총리는 1997년 5월 총선에서 집권보수당에 압승했고, 이후 2001년, 2005년 3기 연속 집권한 최연소 총리다. 블레어 총리의 교육 정책은 천 의원이 주장하는 균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교육정책과도 맞물린다.
그는 “균등한 교육 기회가 부여되지 못해 국민통합과 사회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천 의원의 표현대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얘기는 이제 옛 말이 된 것이다. 천 의원은 국내의 올바른 교육정책 시스템으로 ‘커리큘럼’의 전면 개편과 교사의 질을 높이는 공교육의 강화를 주장한다. 이는 창의성 높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일종의 교육적 ‘리모트 컨트롤’ 역할이다.
이날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가장 큰 메리트(강점)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모든 분야에서 다 강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히 “소신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을 투철하게 해 나가는 실천력과 용기가 있다”고 했다.
정책전문성, 화법 등 분출 기대
그의 정책과 공약, 노선은 뚜렷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의 기대치는 예상 외로 낮다. 대선의 승패여부는 대선 후보자가 ‘대중성’, ‘정책 전문성’, ‘호소력 강한 화법’ 등을 어느 정도 분출할 수 있느냐다.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통합신당이라는 여권발(發) ‘대통합’의 테두리 안에서 천 의원의 프리미엄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천정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2007년 대선의 키워드는 역시 ‘경제문제’다. 어떻게 보나.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서민경제가 매우 어려워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이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혁신의 동기를 부여해야한다. 고등교육, 연구개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성장 동력 확충을 이뤄야한다.
계층간, 산업간, 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 고용, 재정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균형 잡힌 산업구조로 개혁해야한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고용구조의 개혁도 요구된다.
-천 의원은 여권의 ‘호남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여권의 대선 동향은 ‘영남후보’, ‘충청후보’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강한 듯한데.
▲요즘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거의 2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이 과거와 같이 출신지역을 후보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주의를 상당히 극복하고 있다. 이제는 출신지역이 아니라 후보가 어떤 노선과 정책,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이런 3박자(노선, 정책, 비전)가 맞는 세력이 지역을 뛰어넘어 결집하는 대통합신당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전국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섰다는 말도 있다.
▲정부 여당이 민생안정과 개혁에 부진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우리당 창당에 앞장섰고, 원내대표를 지내며 당을 이끌었던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저는 참여정부의 공과와 인위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다. 국민의 정부는 물론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해야한다고 본다.
-범여권 주자로 ‘고건 카드’를 어떻게 보나.
▲고건 전총리는 현재 한나라당이 아닌 대선후보 가운데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잠재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다. 그러나 노선, 정책,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가령, 대북포용정책 등의 시각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천 의원의 대북정책기조는 무엇인가.
▲한반도의 평화 없이는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평화와 화해의 필수 조건이다.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감당해야한다. 북미 양자가 포괄적인 주고받기를 통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한다.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등의 수단도 적극 활용해야한다.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에 기초한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 발전시켜야한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하고 중단없이 (대북정책을) 지속해야한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서민들의 ‘집값안정정책’일 것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 대출받아 내 집 마련을 하는 등 정작 돈 있는 사람만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동산정책에 대해 언급해 달라.
▲지적하신대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대출을 제한하고 실수요자의 대출금 상환액에 대해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 주택자금이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되도록 제도개선과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집 없는 서민의 주거불안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한다. 또한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주택의 공급을 대폭 늘려야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는 등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 투기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한다.
-대권 후보자로서 정책과 공약은.
▲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문제와 교육 문제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지식기반 경제의 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 지식기반 사회는 천연자원이 아닌 인적 자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적 자본을 육성하는 교육, 주거, 의료, 교통 등 사회 인프라를 잘 갖춰야한다. 아동, 여성,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 지출과 투자를 확대해야한다. 저소득층에 대해 등록금,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장학제도를 도입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
-대중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올 대선은 진정한 ‘민생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느냐에 시대정신이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와 민생안정을 이루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경제적 안정, 기회균등, 건강하고 문화적인 권리 향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 등 서민을 포함,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 선진국으로 진입해야한다. 이를 위해 개발독재시대의 잔재인 기득권 구조를 타파해야한다.
#‘천신정’ 뭉쳐 범여권 대선주자 만든다?
“소기의 목적 달성 위해 의도된 결합은 없다”
2007년 대선 출마선언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한 천정배 의원. 그는 열린우리당의 분당세력이다. ‘소신’과 ‘원칙’을 필두로 지금껏 의정활동에 매달려왔지만 그에게 현실은 어찌보면 냉혹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노무현 대통령에게 팽(烹)당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유일한 노대통령의 지원군 노릇을 톡톡히 감당했던 천 의원인만큼 이에 대해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역시 노대통령과는 끝까지 ‘한솥밥’을 먹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특히 당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간에 교통정리가 안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에서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조연급배우로 전락했지만 이들이 다시 똘똘 뭉쳐 대선홈그라운드에서 주연탄생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하지만 천 의원측은 이에 대해 “당내 노선과 정책 등에 대해 뜻이 같을 경우에는 함께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된 결합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천 의원은 우선 당장 여당의 폿말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