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MBC 기자, ‘X-파일’ 무죄
2006-09-08 김대현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인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38)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11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기자에 대해 “이씨의 보도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정당한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과 ‘언론의 자유’가 충돌할 때 목적과 수단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통비법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지만, 통신의 비밀과 언론 자유의 두 가지 기본권이 충돌할 때는 일반적인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통신의 비밀을 침해해도 중대한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위법성 조각사유란, 정당행위나 정당방위 등을 말하는 것으로, 범죄행위의 요건에 해당하긴 하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일컫는 법률용어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자료를 입수할 때 불법성을 알고 있었지만,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대기업·주요일간지 사장 등 고위경영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 불법정치자금 지원문제 등 중요한 공익적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녹취록 전문을 보도한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포함한 녹취록 전문을 보도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힘들다고 판단된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