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한탕주의 뿌리뽑자’

2006-07-14     홍준철 
지난 5·31지방선거가 유례없는 정당선거로 변질되면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물부재, 공약부재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진 매니페스토(manifesto.참공약 선택하기) 운동도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다.국회 이현출 입법연구관(42)이 바로 당사자이다. 그는 “17대 공약을 살펴보면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정당공약에 대해 생산-이행-평가 단계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그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정책선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속히 도입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연구관은 국내 첫 연구서로 ‘매니페스토와 한국 정치 개혁’(건국대 출판부)이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몇 안되는 매니페스토 전문가로도 유명한 이 연구관은 일본 오사카 시립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일본정치와 한국정치를 비교 연구하다가 2003년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매니페스토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목표, 우선순위, 기간, 일정, 예산을 정확히 갖춰 공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평가받는 매니페스토가 평소 갖고 있던 의문의 ‘해결책’임을 알게 됐다. 유권자가 당선자의 공약을 담보로 이행 과정을 평가한다면 정치와 정당이 체질을 개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니페스토란 ‘정당이 총선거 후 정권을 담당한 경우에 반드시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한 정책개요를 공식적으로 문서화해 선거기간 중 공표하는 국민에 대한 서약서’로 해석된다.영국 보수당이 1834년 처음 도입했고 노동당은 1906년 매니페스토를 문서화했다. 일본에서는 선거 후 정권 임기 중 추진하고자 하는 선거공약이라는 뜻에서 ‘정권공약’으로 불린다. 이 연구관은 끝으로 “유권자는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에 의지하고 정치인은 모호한 장밋빛 공약 나열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기존 선거문화를 바꾸는 도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5·31지방선거가 매니페스토의 원년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