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틱이 있어 행복해요”

2006-02-14     김민주 
개그맨에서 뮤지컬 연출자로 변신에 성공한 백재현이 지난 9일 대학로 소극장 ‘시어터일’에서 ‘루나틱’ 공연을 가진 뒤, 팬들과 친한 연예인들을 초청해 고사를 지냈다.이날 행사는 지금까지 30만 관객을 열광시켰던 창작뮤지컬 ‘루나틱’이 2004년 1월 초연한 이래 2년만에 2006년 ‘오픈런(open run)’ 확정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오픈런’은 관객의 호응에 따라 폐막일을 결정하는 것으로 단일 제작사로는 ‘루나틱’이 창작뮤지컬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루나틱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날도 GOD의 대니, 출산드라 김현숙, 홍석천, 개그우먼 김지혜 등이 공연장을 찾아 루나틱의 오픈런을 축하했고,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뮤지컬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배우와 연출자 겸 제작자까지 하고 있는 백재현은 “뮤지컬 루나틱이 오픈런을 확정짓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항상 마지막 공연을 할 때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는데, 이날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감격해 했다. 사실 백재현은 지금의 ‘루나틱’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한 상태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아무리 잘해봤자 연간 4억이라고 한다. 배우들의 개런티와 제작비를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하지만 백재현은 대학시절부터 뮤지컬이 꿈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몇 번의 실패를 통해 집까지 팔아넘기고, 부인과 이혼을 하고, 안면마비로 입이 돌아가고,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불효(?)자식이지만 ‘뮤지컬’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루나틱’의 단원들을 위해 매일 밥을 해 나르다가 최근에는 몸이 안좋아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다. 백재현은 “엄마(그는 아직도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는 이제는 나 혼자만의 ‘엄마’가 아니라 단원 모두의 엄마다. 가끔씩 질투도 난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그는 보증금 500만원에 40만원의 월세에 살고 있다. 잘나가던 인기 개그맨 백재현이 정말 맞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5년 전에는 80세 노인수준의 난청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백재현은 “돈도 없고, 몸도 아프지만 그는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뮤지컬 ‘루나틱’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자신은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제 그는 대학로에서 성공한 연출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