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敎育을 ‘혁신(革新)’하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모태…"혁신교육을 제시하다" “미래교육의 모습을 제대로 예측하고 현실 반영한 내실 있는 시스템 만들 것”
[일요서울|수원 강의석 기자] "끌어 올린다"라는 뜻을 가진 '敎育'은 무지에서 자아를 깨우치게 한다. 그런 만큼 교육은 국가부흥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民의 무지를 깨달았던 김구 선생은 '敎育'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국가 자립을 위해 국민이 깨어나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경기도는 정조대왕의 얼을 기리며 우리나라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경기도는 현재 더욱 발전된 교육적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경기도 교육은 혁신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식의 습득과 국가발전을 위해 교육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익히 알았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그는 혁신교육(革新敎育)이 우리나라 교육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열어놓고 다방면으로 헌신하며 정진하는 중이다.
- 2019년 막바지다. 2019년의 소회와 2020년을 맞이하는 각오는?
2019년에는 ‘학교자치 원년의 해’라는 목표로 학교 자치·학교 민주주의 확대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3월 1일 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민주시민교육과 내에 ‘학교 자치팀’을 신설하고 학교 자치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학교 기본운영비 자율편성제’도 도입했다. 학교에서 스스로 기본운영비를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학교가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정한 지침에 따랐다면 이제는 일정부분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예산편성 과정에는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학교기본운영비 자율편성의 장점은 학교 상황에 맞게 예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느 학교 화장실 수리가 시급하다면 화장실 수리 예산을 우선순위로 편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학교기본운영비를 2018년 본예산 대비 15% 증액했다.
또 학교장 공모제를 교육공동체 참여형으로 개혁했다. 학교장 공모과정에 학생(초등학생 제외)과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학교 자체심사를 통해 공모 교장을 선발했다면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심사에 참여해 교장선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학생 투표는 심사에 직접 반영하지는 않지만 참여인단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교육공동체 참여형 교장 공모제’로 교장을 선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도내 8교(초 4교, 중 3교, 고 1교)가 있다. 2020년 3월 1일자 임용부터는 모든 학교에 ‘교육공동체 참여형 교장공모제’가 적용된다. 현재 42개교(초 20교, 중 9교, 고 13교)에서 진행 중이며 최종 임용 결과는 20년 1월 말 쯤 확정될 예정이다.
교장이라는 직책이 가진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교육공동체 참여형 교장 공모제’는 학교자치 수준을 한 층 높이고, 학생들이 자치와 민주주의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2020년에도 2019년과 마찬가지로 학생중심 경기교육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비한 미래교육을 준비해나가고자 한다.
앞으로의 미래교육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 될 것이다. 미래학교는 기존의 학급, 학년, 담임제, 커리큘럼이 없어지고, 학습활동 중심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경기교육은 앞으로 10년 뒤를 내다보고 미래학교의 모습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입시·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꿈과 희망을 만드는 교육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2020년에도 학생이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현장중심’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혁신교육으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을 설계하는 중이다. 혁신교육이 무엇이며, 미래에 또 어떤 교육을 구상하고 있는지?
올해로 혁신학교 10주년을 맞았다. 혁신학교는 학생의 행복을 위해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미래지향적인 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수업시수, 교과 선택 등 학교운영에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토론, 체험 등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13곳에 불과했던 혁신학교는 2019년 현재 664개교(초 378교, 중 217교, 고 69교)가 운영되고 있다. 도내 전체 초·중·고(2,380교)의 27.9%에 해당하는 숫자다.
또한 모든 학교에 혁신학교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공감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혁신공감학교에 1,699개교(초 896교, 중 411교, 고 392교)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혁신학교를 제외한 전체 대상학교(1,716교)의 99%에 해당한다. 경기도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이거나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 혁신교육은 학교문화와 교육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혁신교육 이후 기존의 성적 경쟁, 입시중심의 학교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학생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전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목소리가 학교 정책과 공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혁신교육 3.0’으로 혁신교육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경기혁신교육 1.0’이 혁신학교 구축, ‘경기혁신교육 2.0’이 혁신학교 성장과 확대를 의미한다면 ‘경기혁신교육 3.0’은 혁신교육의 지역화를 의미한다.
학교를 넘어 지역과 학교가 함께하는 혁신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리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 아이들에게 어떤 체험학습을 하게 할지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혁신교육 3.0’실현을 위해 혁신교육지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는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에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학교와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이 가능하다.
현재 혁신교육지구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는 31개 시·군 가운데 28곳이다. 아직 참여하지 못한 연천, 하남, 남양주도 빠른 시일 내 혁신교육지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교육이 학교를 넘어 지역 공동체로 확대될 때, 진정한 ‘학생중심·현장중심’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혁신교육지구 확대, 학교자치 활성화, 미래교육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기혁신교육3.0’이 지역 곳곳에서 활짝 피어나도록 할 것이다.
-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과 대안은?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서열화다. 수능시험은 한날한시에 모여 똑같은 문제로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를 기준으로 학생들의 등급을 매긴다. 그리고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은 소위 말하는 1등 대학에 들어간다.
이처럼 학생과 대학을 서열화하는 수능제도는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유치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제도를 일부 개선하거나 정시·수시 비율을 조정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기는 대입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입제도는 미래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 가지 답을 달달 외우는 교육으로는 미래교육을 준비할 수 없다.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산업구조, 노동구조 등에 걸쳐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미래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입제도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학생 각자가 가진 역량과 소질, 꿈을 발견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 교육의 이념에 대한 교육감님의 주관적인 관점은?
경기교육은 ‘학생중심·현장중심’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학생중심·현장중심’은 학생이 행복한 학교·교육을 지향한다.
학생이 주변이 아닌 교육의 중심이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학교에서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임기동안 해 온 것이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 ‘혁신학교 확대’, ‘야자폐지’, ‘꿈의학교·꿈의대학’같은 학생중심 정책이다. 실제로 ‘9시 등교’와 ‘상벌점제 폐지’는 학생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추진된 사례다.
또 기존 입시·경쟁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혁신학교’와 ‘혁신공감학교’를 확대해 지금은 도내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이거나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꿈의학교’와 ‘꿈의대학’을 열어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소질을 발견하고 도전할 수 있는 교육 환경도 만들어 가고 있다.
- 우리나라의 획기적인 발전은 교육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요소를 논해 보자면?
故신영복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교육은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생각을 제약하고 가둬 둔 틀과 장벽에서 벗어나는 것이 교육이다.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의 시대이다. 산업·노동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암기·입시 위주 교육으로는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어렵다. 미래교육은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난 10월 17일부터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개정안이 전면 시행됐다. 그동안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조례·법률 개정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모·학생 폭력 등 교권 침해에 대해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할 수 있고, 피해 교사를 위한 법률지원단 구성이 의무화 됐다. 또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학급교체와 전학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교권 침해 시 교사 인권과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처가 가능해졌다.
법률 개정과 더불어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도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권침해 피해를 입은 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장중심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교원책임배상보험’가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활동 중 선생님이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제기된 배상청구에 대해 손해배상금과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하는 보험이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도교육청 소속 모든 교사 12만 650명을 대상으로 단체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6월부터 도교육청 남부청사 내 ‘교육활동 보호상담실’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법률상담과 심리 상담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교육활동 보호상담실’ 역시 기간제 교사와 계약직 시간강사를 포함한 도내 모든 교원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교육활동 중 피해 입은 교사에게 1인당 80만원 이내의 심리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임기동안 학생중심 교육을 펼쳐오면서 한편으로는 교사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남은 임기에는 교권보호 뿐 아니라 교사가 자신감을 갖고 행복하게 교사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경기교육은 앞으로도 교사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교육활동을 보호·지원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점차 증가하는 학교 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근 3년 간 도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건수에 따르면 2016년 5,481건, 2017년 7,329건, 2018년 7,833건으로 매년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을 위해 일시보호기관 35곳(2019년 기준)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또 피해학생에 대한 심리 상담과 피해학생 부모를 위한 심리상담, 피해학생 보호와 치유를 위한 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가해학생 선도·교육을 위한 특별교육이수기관 148곳을 지정·운영해 지원하고 있으며, 가해학생을 위한 심리검사, 부모상담, 가족캠프 등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학교폭력 사안을 보다 전문적·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
2019년 8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른 것으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심의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현장의견을 적극 수렴해 심의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심의위원회 설치로 인해 학교폭력 문제가 사법적 판단에만 맡겨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학교폭력이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학교 안에서 학생, 학부모 간 갈등을 조정하고 관계 회복 중심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이 적극적으로 대상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도교육청은 단 한 건의 학교폭력 사안이라도 교육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교육은 아무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경기교육은 학생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갖고 삶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자로 미래교육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교육국과 교육과정국을 신설했다.
미래교육국과 교육과정국은 교과서가 필요 없는 시대에 학교공간과 학교 운영방식, 교과서와 교육과정, 교육체제 등 교육 전반에 걸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미래교육이 실현된다면 미래학교의 모습은 어떠할지’, ‘미래학교에서는 어떤 교육과정이 운영돼야 하는지’, ‘미래학교와 마을은 함께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등 미래학교의 실질적인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속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미래교육의 모습을 제대로 예측하고 현실을 반영한 내실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한 걸음씩 새로운 미래교육으로 나아가는 경기교육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