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당 뛰쳐 나가면 누구든 돌팔매질” 엄포

2006-09-20     홍준철 
한나라당 손학규 띄워 이명박 발목잡기

보수 진영이 정권 재창출에 목숨을 건 형국이다. 보수 언론부터 보수단체까지 공공연히 이명박이건 박근혜건 당을 뛰쳐나가는 사람은 돌팔매질을 당할 것이라고 서슬 퍼런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양자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쪽이 경선 불참을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한편으로 보수진영에서는 손학규 전경기도지사를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평하며 손 전지사 띄우기에 나섰다. 손 전지사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3자 구도를 만들면 경선 불참 여지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결국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에서는 손 전지사를 띄워 이명박 전시장이 당을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발목을 붙잡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손 전지사의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일단 손 전지사가 지난 6월30일부터 시작한 민심 대장정에 대해선 국민들로부터 신선하다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당내 의원들의 릴레이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홍준표 의원까지 가세해 손 전지사를 ‘저평가된 우량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손 전지사측도 마의 지지율이라는 5%대에 육박하면서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본 매체가 단독 입수한 손 캠프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성향분석표에서도(646호 참조) 이런 점은 잘 나타났다. 손 캠프에서는 당내 친손 인사로 11명을 꼽았으며 중도 성향의 의원 35명을 ‘노력대상’이라고 꼽고 있다.

민심대장정 종료일 추석 연휴 ‘절묘’
손 캠프에서는 당내 의원들의 측면 지원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으로부터 지원사격도 기대하고있다. 시점은 민심 대장정이 끝나는 내달 7일을 전후로 대대적인 대언론 홍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10월7일은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기간이다. 손 캠프에서는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게 민심대장정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해 추석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추석전까지 대대적으로 손 전지사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연휴 이후 여론 조사에서 목표의 지지율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추석전까지는 지지율 5%대를 넘기는 것이 단기 목표다. 그리고 민심대장정이 끝나는 내달초에 10%를 돌파해 명실상부한 3자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도 발 벗고 지원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손 진영에서는 지지율이 10%대에 진입하면 현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자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민심대장정이후 제2차 민심대장정도 기획하고 있다. 손 전지사측에서는 ‘여의도에만 머무는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1차 투어가 소도시·농어업인을 중심으로 탐방을 했다면 2차투어는 대도시·기업위주로 정책탐방을 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지역순회 특강이나 정책토론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해 Post 민심 대장정의 후광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정권재창출 ‘안달’
손 전지사의 민심 대장정을 눈여겨 보는 진영이 있다. 바로 보수 진영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인사들은 권력 상실 10년을 한처럼 살아왔다며 내년 대선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이인제 학습 효과를 뼈저리게 알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는 이 전시장의 경선불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진영에서는 당을 깨고 나가는 사람은 등에 ‘칼침’을 맞을수 있다는 협박성 경고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조갑제씨는 최근 박근혜-이명박 공동정권론을 내세우며 단도리에 나섰다. 경선 승자가 대통령이 되면 패자는 실세 총리를 담당할 것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권 재창출을 열망하는 한나라당내에서 조차 권력을 사전에 분점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오히려 보수 진영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를 손학규를 포함한 3자구도로 만들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양강 구도는 필연적으로 극한 대립을 낳고 자칫 분당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자 구도에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당을 뛰쳐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준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내 대권후보 경쟁이 양강 구도로 가니까 인터넷상에서 양측 지지자들의 상호 비방전이 극에 달하는 등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다”며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홍 의원은 “만약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되면 어느 한 쪽에서 경선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서는 3강 구도를 정립해 모두 경선장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기 위해선 홍 의원은 손 전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손, 꽃놀이 패 잡을 수 있나
민심대장정이 종착역에 가까워지면서 손풍이 서서히 불고 있는 모습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손 전지사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여당 전략통으로 알려진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이 보수일변도로 간다면 손 전지사가 당에 머물 수 있겠느냐”며 “우리당과 힘을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듯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에서 손 전지사를 두고 격돌을 벌이는 사이 손 전지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손 캠프의 바람대로 지지도가 상승한다면 향후 손 전지사를 잡는 쪽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은 이명박 전시장이나 박근혜 전대표에게 더 절실하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손 전지사가 향후 경선에서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지율만 받쳐준다면 손 전지사는 꽃놀이패를 쥐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려감도 내비쳤다. 그는 “막상 오른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또 다른 전략과 이벤트가 필요하다”며 “민심대장정으로 오른 지지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손 전지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이명박 캠프뿐만 아니라 진보진영까지도 포스트 민심 대장정 이후 손 전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서대문 캠프 ‘민심대장정’ 프로그램 작성

손 전지사 옛 비서진 배치 김성식 전부지사 총괄

민심대장정 프로그램을 비롯해 손 캠프의 핵심 적인 브레인은 김성식 전정무부지사이다. 사무실은 서대문 사조 빌딩에 위치해 있다. 여기를 총괄하고 있는 인사가 김 전부지사이다. 서대문 캠프에서 민심대장정 프로그램뿐만아니라 이후 2차 프로그램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손학규 전지사의 인기몰이와 더불어 캠프에 찾아오는 인사들도 부쩍 늘었다고 즐거운 비명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주 막장에서 방금 나온 손 전지사가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은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에 손 전지사의 민심대장정을 찍은 원본 사진을 요구하는 언론 매체들도 날로 늘고 있다. 대언론 홍보도 서대문 캠프에서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 전지사는 대선 정책을 마련할 전문가그룹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송태호 전문화체육부 장관과 함께 외연확대 작업에 힘쓰고 있다.
자금관련해서도 ‘십시일반’ 방식을 계획중이다. 후원 회원들과 팬클럽을 대상으로 특별회원, 우수회원, 일반회원으로 분류해 투명하게 후원금을 모금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대문 캠프에 상주하지는 않고 있다는 김 전부지사는 “서대문 캠프는 도지사 시절 비서진을 중심으로 꾸려졌다”며 여론조사 추이나 향후 프로그램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그는 “국민 감동 정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