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문호개방 ‘활짝’…일부 개혁 소장파 ‘반발’
2006-09-20 김현
2007년 12월 대선정국에 휘몰아칠 반전드라마는 뭘까. 여의도 정가에는 대선창출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한나라당-민주당간의 연합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대통령선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책-이념-지역적 연합의 불가피성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정책연합, 정당연합으로 가야한다’는 발언이 ‘한-민연합’ 가능성을 더욱 부추겼다. 상당수 의원들은 ‘한-민연합’을 김대중 전대통령(DJ)-박정희의 결합으로 간주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들의 바람이 합치한다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얘기한다. 한나라당내 대선주자 ‘빅3’도 물밑접촉을 통해 민주당과의 연합추진을 시도할 정도로 열성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민 연합’시나리오가 대선창출의 대역전극을 연출하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되레 ‘역풍(逆風)’을 맞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 한나라와의 연대…퍼스트 옵션?
지난 11일 한나라당 중도성향의원 모임인 ‘국민생각’의 간담회 자리에서 민주당 한화갑대표의 ‘정책연합, 정당 연합’ 발언은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그가 이날 “영·호남 차별철폐를 평생과업으로 삼았다”며 “지역 갖고 당 따지는 것 아니다. 정책연합, 정당연합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 점을 봐선 단순히 셈법만을 앞세운 건 아니었다. 그의 발언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의 정치적인 함수관계를 의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 김무성·황진하 의원 등의 ‘연대 구애’에도 불구하고, ‘한-민 정당연합’에는 시간적 필요성과 국민의 판단을 전제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조순형 의원이 이튿날 한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마디 했다. 지역적인 정서와 이념노선 등이 한나라당과 맞지 않기 때문에 연대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여건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은 민주당(DJ)+한나라당(박정희)뿌리의 결합이 모범답안이라고 말한다. 내년 대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는 만큼 이런 시나리오는 유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개혁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고건발(發) 정계개편’을 주장한 신중식 의원은 “핵 돌풍을 일으킬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국가이익과 국민들의 바람에 부합된다면 가능한 일 아니냐”는 견해다. 그 틀에 고 전총리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김효석 의원도 “지역적 지지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영-호남의 통합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의미 있는 빅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영-호남이 과거 로미오와 줄리엣 집안처럼 철천지 원수로 지내던 시기는 지났다”며 “영-호남 정서연합도 가능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당내 의원들의 이같은 발언으로 봐선 어느 정도 내부조율이 모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과연 한나라당과의 연합을 ‘퍼스트 옵션(first option:우선 선택권)’으로 보는가. 그렇지는 않다. 고건 전총리에게도 미련이 남아있고, 열린우리당 반노(反盧)세력들의 탈당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의 제1목표는 우선 기득권을 버리고, 중도개혁세력들이 ‘헤쳐모여 식’으로 신당창당을 이루는 지각변동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버리면서까지 합류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당의 대선 초이스(선택)가 향후 연대· 연합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그동안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여진 일은 없었던 만큼 이같은 정치흐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역대 대선을 봐도 정치-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를 통해 승리를 거머쥔 사례가 있다. 97년 김대중+김종필(DJP)연대가 그랬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추진 연대 등이 그랬다. 대선 막판 ‘뒤집기’ 전략은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한 결과다. 대이변과 역전극이 그야말로 대선의 묘미였다. 이처럼 대선시장에 어떤 우량주를 상장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봐도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있고, 향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한나라당과의 연합도 가능하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빅3’, 민주당 연합 물밑접촉 시도
대선주자 ‘빅3’인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대표, 손학규 전경기지사는 이미 민주당과의 연합추진에 목매달았다. 대선주자 ‘빅3’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물밑접촉을 통해 민주당과의 연합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친(親)이명박성향인 이재오 최고위원, 친(親)박근혜성향인 김형오 원내대표도 적극 민주당에 구애공세를 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주자 ‘빅3’의 잇따른 호남 구애를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민연합은 현실화시킬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며 “한 대표의 행보에 별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몸값 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다.
하지만 속이 타는 쪽은 한나라당이 더하다. 대선에서 40만 표의 마의 벽을 뚫어야하는 무거운 중압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그 표심의 향배가 ‘호남표’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지난 11일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에 초청된 일은 예고된 수순 밟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는 한 대표의 명확한 의중을 떠보는 시간이었고, 그만큼 긴장과 기대가 한꺼번에 교차한 순간이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의원들은 <일요서울>기자의 잇따른 질문 공세에도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반응은 아직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향후 변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치적인 의미는 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확대해석은 말아달라”고 했다. 김성조 의원은 “공감대 확대를 위한 자리였다”고만 했다.
한나라당은 유독 대선에서만 두 번이나 쓴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차기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갖는 정권탈환의 목표는 그만큼 의미가 매우 크다. 한나라당의 차기 ‘정권창출’은 보수 대 진보의 충돌을 수습하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 국제경쟁 시대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를 봐도 일부 개혁 소장파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을 환영하고 있다.
박희태 의원(국회 전부회장)은 “대통령제인 이상, 당대당 연대나 연합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한 대표의 의중을 명확히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재완 의원(당 대표비서실장)도 “모든 의원(국민생각 소속 의원)들이 연대, 연합을 생각하고 있지만 한 대표가 선을 긋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합과 관련, 새정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간에는 좀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박형준 의원은 “(연합을) 인위적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어둬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지역적인 연합과 연대는 야합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전을 제시하고 연대를 도모할 세력들의 연합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조건을 들었다. 내부 동력의 필요성을 주장한 셈이다. 정병국 의원은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정치하는 것이 낫다”며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정당에서 탈피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한쪽에선 한-민 연합 등은 현실성 면에서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얘기일 뿐고 말한다.
고진화 의원은 “DJ시절에는 지역적 정서와 정통성이 유지됐지만 현재 민주당은 그 권위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명분 없는 이합집산은 고려돼야한다”는 견해다. 초선의원모임의 ‘초지일관’ 공동대표인 배일도 의원 역시 “(한대표의 발언은) 큰 의미가 없다”며 “각자 정당에서 대선후보를 내야한다”고 말을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김헌태 소장은 ‘한-민 연합’시나리오는 일부 여의도에서 나오는 소설형태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며 “두 당의 연합은 분열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합, 분열 촉발가능성 높다
김 소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상이한 시각차도 해결해야할 문제점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호남 투표의 폭을 넓히는 전략모색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향후 (두 당간의 연대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흡수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빅딜’의 형태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지난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역풍(逆風)이 몰아칠 우려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연구원은 “두 당간 연합의 성사가능성은 6대 4 정도의 비율로 보여진다”고 관측한다. ‘한-민연합’이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유사성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적 기반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연구원은 열린우리당이 가장 큰 변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민연합’의 성사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시각에서다.
이 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연합이 우선 선택권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실성 없어 보이는 시나리오라는 얘기까지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선정국에는 예상 밖의 이변이 속출하는 만큼 이런(한-민 연합) 시나리오가 오히려 먹혀들 수 있다”는 해석을 했다. 때문에 아직은 대선 홈그라운드 밖에서 관전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점치는 시기라는 얘기다.
# 조순형, 긍정적이지만 꼼꼼하고 고집 세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민주당의 몸값을 상종가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과 관련,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명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부터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민주당 간의 연합에 대해서도 “어렵다”고 했다. 반대 이유는 간단했다. 지역적 정서(영남-호남)에 맞지 않고, 이념적(보수-중도) 색깔도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한화갑 독주체제를 유지하던 틀에서 그의 톡톡 튀는 정치적 행적은 ‘마른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런 그가 언론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도 여느 국회의원들과 다른 색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도서관맨’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 하지만 조 의원의 부인인 연극배우 겸 대학교수 김금지씨는 그를 “꼼꼼하고 고집 센 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김씨는 또한 최근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 “결혼 당시 실업청년이었던 조 의원을 구제해 결혼한 사람이 나였다”고 농담 섞인 발언까지 할 정도로 조 의원부부 사이는 금슬 좋기로도 소문나 있다.
조 의원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미스터 쓴 소리’ 못지않게 유독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1등 국회의원 조순형”이란 글귀다. 이는 지난 95년 2년 연속 의정활동 1등 의원으로 평가받으면서 따라붙기 시작한 별칭이다. 대선을 앞두고 조 의원이 또다시 정직, 소신, 원칙의 1등 공신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