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예요~

2005-10-31     이금미 
지난 27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시간, 이해찬 국무총리에게로 국회의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 총리가 웬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국회 ‘막말’의 대가로 알려진 이 총리는 이날 언성 한 번 높이지도 않았고, 때론 한나라당 의원들을 칭찬하면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게다가 보는 의원들이 어색할 정도로 겸손한 말투까지. 지난번 정치분야와 통일외교분야에서 보여줬던, 아니 총리로서 국회에 나온 이후 그의 이미지로 각인됐던 ‘독선과 고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루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막말을 쏟아내던 이 총리가 180도 달라진 것에 대한 구구한 해석은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10·26 재보선에서 4대0 이란 참패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것.사실 ‘이해찬 증후군’이라 해, 그동안 비정치인 장관들이 고압적 답변을 할 때마다 즐겨 사용했던 용어가 있었다. 물론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여당의 참패 결과가 이 총리의 ‘국회 막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비교적 정치공세가 덜한 경제분야 질문이었기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물론 이 총리 변신의 이유는 알 길이 없다. 혹시 이 총리는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예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