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모르는 베일 속 상무 승진 ‘무슨 사연있나?’
2006-09-10 조경호
정국이 인사 청탁 문제로 뜨겁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사임으로 불거진 인사 청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마다 盧 정권의 ‘낙하산 인사’와 ‘코드인사’를 다룬 기사로 넘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처남이자 영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동생인 권기문(52)씨가 지난 7월 1일 우리금융지주의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권 상무의 인사는 내부 직원조차 몰랐던 만큼 철저하게 숨겨져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갖가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의 인사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처남이자 권양숙 여사의 친동생인 권기문씨가 우리금융지주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것. 그의 인사 문제는 회사 내부 직원들조차 모를 만큼 베일 속에 감춰져 있었다. 이번 인사도 한 달이 훨씬 지난 뒤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베일속 임원 승진 ‘속사정’
우리금융은 지난 6월말 하반기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주택금융단 소속이던 권기문씨를 임원급인 단장 직급(E1)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사회공헌사무국장으로 파견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지점장급의 명단은 언론에 공개했지만, 권기문씨의 승진 및 파견근무 사실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켰다. 권기문씨의 인사문제를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부의 민감한 시각을 우려해 알리지 않은 것”이라며 “권기문씨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다소 승진이 늦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사무국은 은행의 실무 업무를 맡은 부서는 아니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벌이는 공익사업을 하는 곳이다. 한직이나 다름없지만 은행의 기존 간부들처럼 기를 쓰고 영업실적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때문에 대부분 은행의 고위간부들이 퇴직을 앞두고 근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전관예우를 위한 자리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 실무부서에서 사회공헌 담당으로 배치한 데 대해 “실무를 할 경우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이유로) 잡음이 생길 수 있어 본인이 지주사에서 일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 배경타고 중앙 진출?
우리금융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1973년 은행에 입사한 뒤 이른바 노른자위라고 불리는 해당 직책에서 근무한 적이 없던 권기문씨가 중앙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배경이 작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권기문씨는 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부산지역의 한 지점의 기업영업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평범한 보통 은행원이었다. 그가 보통의 은행원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우리은행의 인사 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계장에서 부점장까지 20여년이 걸린다는 것. 계장에서 대리까지 3년, 이어 과장까지 5년, 그리고 과장에서 차장은 5년, 그리고 부지점장까지 3년 정도가 걸린다. 도합 20년이다. 이런 승진단계를 미뤄 볼 때 권기문씨가 보통의 은행원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 취임이후 부산에서 일약 중앙무대에 진출한다. 부산경남 기업영업본부의 기업영업지점장에서 본점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미국 LA지점의 조사역으로 1년여 근무하다 지난해 귀국하여 주택금융사업단 내부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1일 은행원의 꿈이라고 하는 임원급인 단장 직급(E1)에 승진했다. 현재 사회공헌사무국장(상무급)으로 파견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문씨가 LA지점에 발령이 났을 때 미국현지 한인신문인 선데이저널은 “현직 대통령의 처남을 해외지점에 전보했으나 새로 부서를 만들어 인사발령을 냈다”면서 “권씨를 위해서 해외지점망에 특정 부서를 만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역이 기존에 있던 부서가 아닌 권기문씨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 당시 10명 이내 직원이 근무하던 LA지점에서 조사역은 필요 충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LA 한인 타운에선 국내 금융기관의 특성상 대통령의 친인척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권기문씨를 LA지점으로 보낸 것이라는 설과 우리금융 경영진이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알아서 긴 것이 아니냐는 설들이 분분했다.
우리금융, 청와대 잘 보이기 인가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 경영진이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권기문씨를 승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LA지점으로 보내 해외근무를 통해 근무 평점을 높이는 편법을 썼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결국 1년 만에 귀국한 권기문씨는 본점의 주택금융사업단 내부부장을 거쳐 임원급인 단장 직급(E1)에 승진해 현재 사회공헌사무국장(상무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마디로 벼락 승진이라는 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인사 문제에 있어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한 뒤 “벼락승진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이유 때문에 역 피해를 봤다고 할 케이스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인사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외압에 의한 인사라는 의혹들이 증폭되며 최근 사임한 유진룡 전문화관광부 차관의 인사 청탁 폭로 파문과 맞물려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