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연배우 브래드 리틀

2005-04-04      
“무대에 오르기 전 (얼굴을 반쯤 가리는) 가면을 쓰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난 텅 빈 캔버스다. 텅 빈 캔버스다….’ 공연이 끝나고 가면을 벗을 때는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탈진 상태가 돼요. 팬텀(유령)으로서 무대에서 겪은 일들이 몸에 가득 쌓이니까요.”1986년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후 세계에서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뮤지컬 대작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6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본고장 팀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14일 한국에 온 팬텀 브래드 리틀(Brad Little·40)은 “음악, 춤, 사랑 이야기, 긴장감, 샹들리에, 호수 등 관객이 이 공연을 좋아하는 까닭은 가지각색”이라며 “그게 뜨거운 반응 속에 장기공연을 이어가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196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리틀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뉴욕으로 가 레슨을 받으면서 무대에 올랐다. 레드랜즈 대학의 연극영화과 교수인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공연을 자주 접한 그는 데뷔 후 96년부터 1,800여회나 팬텀으로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섰다. 이 밖에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 ‘미녀와 야수’의 야수,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등을 거쳤고 특히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하이드는 선악(善惡)의 두 얼굴을,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미추(美醜)의 두 얼굴을 지녔죠. 가면을 쓴 팬텀도 이중적이라서 고되지만 매력적인 배역입니다.

다양한 높낮이의 감정들을 표현하니까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도 볼거리지만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 같은 감미로운 멜로디로 관객들 가슴에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를 특히 좋아한다는 리틀은 “그 노랫말 중 ‘네가 바라는 곳으로 영혼이 널 데려가도록 하라(Let your soul take you where you long to be)’는 대목은 내 인생관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산업화의 문턱을 넘으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도 늘고 있다. 리틀에게 ‘뮤지컬 배우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만약 배우가 되길 원한다면 포기하는 게 좋고, 배우가 되어야만 한다면 전력을 쏟아부어야 해요. 결코 쉽게 넘볼 직업이 아닙니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