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노비한 상징 조순형 내세워 ‘판 흔들기’
2006-09-10 홍준철
뉴라이트 진영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뉴라이트 세력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 3후보로 지난 7·30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순형 전민주당 대표다. 조 전대표는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자 반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특히 이번 성북을 민심에서 드러났듯이 기존 정당과 인물에 실망한 국민들이 조순형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러브콜을 보냈던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진영에서는 뉴라이트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성북을 선거과정에서 조순형 후보가 당선된 이유에 대해 해석이 분분했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정당성 확보라는 지적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반노비한 조직의 결집과 민주당 승리보다는 조순형 후보 개인의 승리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반노비한 ‘뭉쳐라’
무엇보다 선거과정에서 다양한 조직이 조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홍사덕 전한나라당 총무로부터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표가 연대해 조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눈에 띄는 인사는 뉴라이트 운동의 핵심 인사인 김진홍 목사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창립 당시부터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유력주자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박대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식에서 ‘한나라당에 영입하고 싶은 인사들이 다 모였다’고 말할 정도로 러브콜을 보낸 단체다. 그런 전국연합의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아닌 조순형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조순형 전대표가 반노의 상징으로 반노진영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사실 조 전대표의 강직한 의정활동이나 부패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그는 조 전대표가 이렇다 할 세력을 갖고 있지 않은 ‘나홀로 정치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이명박 주자의 경우 친위조직이 이미 갖춰진 상황”이라며 “뉴라이트 세력이 연대한다고 해도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그러나 조 전대표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뉴라이트 진영 ‘함께 못할 일 없다’
‘조순형 카드’에 대해서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김진홍 목사의 조 후보 지지에 대해서 ‘개인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연합은 지난 성북을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공천을 탈락시켰고 이후 김 목사는 조 후보 지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뉴라이트 세력인 자유주의연대(신지호 대표)측에서는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조 전대표가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사상이나 가치도 공유한바 없다”며 “뉴라이트 전체의 지지로 비쳐질 오해가 있어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조 전대표와 김 목사간의 개인적 친분도 깊지 않다며 왜 갑자기 지지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조 전대표의 인물면에선 우호적인 반응도 보였다. 김 실장은 “조 전대표가 뉴라이트가 추구하는 선진화와 자유주의의 가치에 동의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며 “반노의 상징이라는 점 때문에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뉴라이트 진영이 조순형 카드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박근혜·이명박 양강 구도를 흔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뉴라이트 운동’ 전국연합과 자유주의연대 ‘분열’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명박 vs 자유주의연대-박근혜
뉴라이트 운동은 2004년에 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단체는 김진홍 목사가 대표로 있는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신지호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주의연대로 양분된 상황이다.
전국연합 본격 ‘정치세력화’
2005년 6월 30일 출범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이영해 한양대 교수의 전국포럼연합과 뉴라이트 인천포럼 등 40여개 지역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과 교수, 변호사, 의사, 기업인 등 1,000여명의 발기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및 박계동, 이재오, 심재철 의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연계설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도이전반대운동을 벌일 당시 이들은 국가전략발전연구회 초청 토론회를 통해 잦은 접촉을 가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자정기구인 참정치실천운동본부에 전국연합이 참여할 뜻을 밝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운동본부 위원장으로 임명된 권영세 의원은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흥사단 쪽 인사들을 포함시켜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자정활동과 정책개발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전국연합 진영에서는 유석춘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박인환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이 이미 수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유주의, ‘전국연합’ 각 세워
뉴라이트운동의 원조격인 ‘자유주의연대’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자유주의연대, 한국기독교개혁운동 등 4개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사회저변의 뉴라이트 이념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 사회이념운동 후 정치결합’을 노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사회운동을 펼치면서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색채를 배제했다고 하지만 극우에 가까운 이명박 서울시장보다는 ‘중도보수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와 친분이 가깝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한때 박세일 전의원이 자유주의연대와 친분이 있어 한때 박 전대표와 자유주의연대의 ‘연대설’이 나오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뉴라이트 운동
전국연합 출범당시부터 자유주의연대는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정치적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연대 한 관계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기존의 뉴라이트 운동 단체와는 무관하다”며 “전국연합이 뉴라이트진영을 대표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착오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지난 7·30재보궐선거에서 전국연합 대표 김진홍 목사가 조순형 후보를 지지하자 자유주의연대에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홍진표 위원장은 ‘김진홍 목사의 조순형 지지 의문’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김 목사는 조 후보의 지지가 개인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조직의 수장이 공직선거에서 공개적으로 특정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행위”라며 “뉴라이트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국연합의 유석춘 교수는 “조 후보는 대한민국 정체성 기준에서 노무현 정권의 문제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질과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며 “한나라당의 우파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우파도 뭉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단체의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는 2007년 대선이 다가오면 두 단체는 범보수대결집이라는 모토속에 하나로 뭉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2007년 대선이 가까워지고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면 결국은 두 단체는 정치적으로 함께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옥신각신하겠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제 충청포럼‘미진’
한편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뉴라이트 충청포럼의 경우는 활동이 미미하다. 특히 이인제 의원의 보좌진이 결성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해 이인제 의원을 지지하는 단체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는 장일 뉴라이트 충청포럼 대표가 국민중심당 후보로 대전 동구청장에 출마해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전국연합과 뉴라이트 충청포럼은 사실상 통합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