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를 올려라” 친노 vs 반노 격돌 예고
2006-08-03 홍준철
여권내 친노 반노 진영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주역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성북을에 당선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이런 결과를 예측한 듯 내부 진용을 영남출신의 친노직계 인사들로 꽉 채우고 있다. 밖으로는 천정배, 천호선, 안희정 등 ‘노의 남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명분은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을 살려 진보.개혁정당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재창당을 하자는 계획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당내 반노 세력들의 거센 저항 때문이다. 오히려 반노 진영의 중도보수 인사들은 대통령 ‘탈당’을 요구할 태세다. 그러면서 양 진영은 당을 먼저 뛰쳐나가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바야흐로 친노 반노 세력간 열린우리당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앞두고 있다. 양 진영의 일합 결과에 따라 정국은 정계 개편이라는 태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리당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절대 탈당은 안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향후 정계개편에 있어 중요한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역으로 해석해보면 대통령의 코드와 맞지 않는 인사들이 떠나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혹은 ‘당내 탈당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당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어찌됐건 대통령은 스스로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노, 부산인맥 ‘중용’
동시에 노 대통령은 청와대를 부산 인맥으로 채울 전망이다. 천호선 의전비서관 후임으로 부산대 출신인 정윤재 전총리비서관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천정배 법무부 장관 사퇴이후 부산의 ‘왕수석’인 문재인 전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문 전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올 경우 이호철 국정상황실장과 더불어 청와대와 참여정부에 부산 인맥이 한껏 힘을 얻는다. 이밖에도 청와대에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인호 국내언론비서관, 송인배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목포출신의 마산중앙고 전해철 민정수석, 부산상고 차의환 혁신관리수석 등 범부산인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충청도가 고향인 이해찬 전총리도 외가가 부산으로 친분이 있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경북 경주로 영남 출신이다.
이처럼 핵심 권력이 범영남 인사로 급속히 재편되는 것에 대해 여권내에서조차 ‘청와대 인맥=노무현당=영남 신당’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청와대만 부산한 게 아니다.‘왕의 남자’들도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미 본보에서 2회에 걸쳐 보도했듯이 대통령의 복심인 안희정씨가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대통령의 퇴임후 안전판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업’들어간 노의 남자들
또 최근엔 노 대통령의 측근중의 최측근인 천호선 의전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나올 전망이다. 반노 진영에선 ‘제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 나왔다’고 폄훼하고 있지만 천 비서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천 비서관측은 송파에 사무실을 내고 당분간은 쉰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씨와 더불어 당밖에서 창당 작업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서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사퇴도 뒷말이 무성하다.
천 장관의 당 복귀는 이미 한달전부터 예고된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정가에서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함께 개각 대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7·3 개각 인사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연말까지 갈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도 수시로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천 장관은 돌연 사퇴를 했고 당에 복귀했다.
천 장관의 급작스런 사퇴 배경에는 당내 친노인사들을 규합하고 세확장을 위한 조기 복귀라는 말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천 장관의 개인적 대권가도 일정에 맞춰 당에 복귀를 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노무현 신당의 수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남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신당에 호남 후보로 나서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호남당에 영남후보로 출사표를 던져 대권을 잡은 노 대통령을 따라하는 모양새다.
반노, ‘참정연 떠나라’ 반발 확산
하지만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는 친노 진영의 신당 창당 가도에 한계도 존재한다.반노 진영에선 친노측이 정계개편을 일으킬 추동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무현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현실도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정치는 냉엄한 현실로 임기말 권력에 따라갈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차기 대선에 나설 유력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목포 출신의 천 장관으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친노 신당의 대선 후보가 국민적 지지도를 이끌 수 있느냐는 회의감도 신당 창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DY계의 한 인사는 “시기적으로 10월 재보궐 선거이후 여당의 분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당내에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그는 “이미 당내에선 김두관, 유시민 등이 있는 참여정치연구회(이하 참정연)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며 “결국 연말에 가서는 친노 대 반노 구도로 나누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관건은 친노건 반노 진영에서건 누가 먼저 ‘떠나라’는 신호의 봉화를 올리느냐의 문제라고 내다봤다.친노건 반노진영이건 10월 재보궐선거 이후 여권 분화가 촉발될 것이라는 시각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여권 분화는 곧 다당 구도의 신호탄을 의미한다. 이는 친노 진영에서 바라는 구도이다. 다당 구도가 곧바로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제 세력은 각개 약진을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노, 다당제가 퇴임 안전판?
모임이 당 차원으로 높아질지 아니면 페밀리 수준일지는 변수가 많다. 다만 굳이 나눈다면 구열린우리당, 개혁신당(가칭), 한나라당, 민주당, 고건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세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이럴 경우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1위를 달리는 한나라당 후보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2002년 후보 단일화처럼 1위 포위 전략을 위해 2, 3위가 연대를 모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나타나듯 한나라당 후보와 연대 후보는 박빙의 대결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노 신당은 박빙의 양자 주자들 대결에 구 자민련과 같은 ‘캐스팅 보트’를 행세할 수 있게 된다. ‘캐스팅보트’ 행사는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들이 바라는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4년 중임 대통령제건 분권형 내각제건 상대 후보와 ‘딜(Deal)’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친노 신당이 밀어주는 후보가 성공할 경우 대통령뿐만 아니라 측근들도 살 수 있는 안전판이 확보되는 셈이다. 친노 진영에선 충분히 대비할만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 이광재, 노무현 ‘거리 두기’중?지역구 관리 ‘나홀로 행보’의정연 연수‘불참’
대통령의 측근들이 ‘퇴임 후 안전판’ 확보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이광재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의 ‘침묵’이 대비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안희정씨가 대통령의 왼팔이라면 오른팔격인 ‘우광재’로 불렸던 그지만 최근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직 지역구 관리에만 전념하고 있다.
의정연구센터의 회원이기도 한 이 의원은 이달 초 모임 차원에서 마련한 독일과 프랑스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비회원인 안씨가 동참한 것에 비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 의원의 한 보좌진은 “일정 자체를 몰랐다”며 “의정연 차원에서 간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정연의 회원인 한 의원은 모임차원에서 유럽정당연수를 마련했다고 밝혀 이씨가 친노직계 모임인 의정연과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이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보좌관 활동을 한 한 인사는 “이 의원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사실 이 의원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 개혁이나 진보적 성향은 아니다”라고 전했다.또 지역구가 강원도로 보수적인데다 친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도 최근 조용한 행보와 연관짓고 있다. 17대 총선에선 탄핵 역풍으로 강원도에서 당선됐지만 18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당선이 힘든 게 현실이다.
더욱이 ‘진보.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노무현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더 난망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내에서 이 의원이 끝까지 노와 정치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느냐에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는 현실이고 배지를 달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다만 노무현 의원시절 보좌관도 지내고 대통령도 만들고 국정상황실장까지 지낸 정치 도의상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덧붙여 안씨와 비교하면서 “안희정이야 잃을 게 없는 사람이지만 이 의원은 지킬게 있는 사람”이라며 “이 의원은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홀로서기’에 나설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관련, 이 의원의 한 측근은 “당분간 강원도 수해 때문에 지역구에서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며 “향후 정치적 행보나 재선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항간의 말들을 일축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의 최측근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평소에는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주변에서 측근 측근하니 그때서야 우리도 ‘아’한다”고 간접적으로 거부감을 밝혔다. 이 의원은 현재 수해 피해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울러 여름휴가철에 강원도를 방문해 줄 것을 적극 당부하고 있다. 이 의원 머리에는 ‘어떻게 하면 강원도를 잘 살게 할 수 있느냐’는 고민만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