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법안’ 처리 싸고 박근혜-김덕룡 결별위기
2005-01-06
새롭게 박 대표의 지지그룹으로 떠오른 당내 강경보수층도 김 원내대표의 지도력과 협상력 부재를 꼬집고 사퇴압력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때 박 대표의 최대지원 그룹이었던 소장파들은 박 대표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 개혁을 외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과거 제왕적 총재시절처럼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나라당 내부는 박 대표와 강경보수파 VS 김 원내대표와 소장파가 격돌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 실패로 끝난 4인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도 두 사람의 갈등이 한 몫 했다는 관측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간 입장차이가 커 김 원내대표가 박 대표를 협상테이블로 데리고 나온 것으로 안다”며 “김 원내대표의 경우 보안법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반면 박 대표는 폐지에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 협상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주류측의 한 관계자도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해 “예고된 갈등”이라며 “두 대표 모두 서로 특정 사안에 대해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대표는 자신의 협상 파트너로 노 대통령을 바라보고 여당 대표와의 협상 등 원내 일은 김 원내대표가 알아서 처리해주기를 바랐다”며 “김 원내대표 역시 박 대표가 당의 얼굴로서 앞장서 주길 기대하고 있어 사실상 두 대표 모두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고 있을 뿐 깃발을 들고 선두에 서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특히 박 대표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차기주자로 입지를 굳힌 박 대표는 보안법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막았을 경우 강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설사 막지 못했더라도 최일선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것으로 위로 받을 수 있어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두 사람의 갈등은 차기대권에 대한 ‘동상이몽’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당내에서 차기주자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 원내대표 역시 대권에 대한 꿈을 접은 상태가 아니다”라며 “언제든지 대권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이미지관리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어 당내 일각에선 당 보다 차기에 대한 욕심을 너무 챙기려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