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박 홍문종 제명 다음 제물은 누구?
2006-08-03 홍준철
이재오 의원의 대표 선출 낙마후 가진 연설에서 ‘가만있지 않겠다’는 일성이 되새겨지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20일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다가 물의를 빚어 당에서 제명당한 홍 전 위원장이 직접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홍 전 위원장은 27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음모론’과 관련 “짚이는 대목이 있다”며 “(전당대회 전에) 어떤 대표를 밀어야 한다고 괴롭히고 못살게 군 사람이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자 했던 당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명박 진영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명박, 박근혜 세력 다툼 속에 반대파로부터 자신이 희생당했다는 주장이다.
홍문종, ‘음모론’ 제기
7·11 전대는 박근혜 대 이명박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덕분에 당은 친박 인사와 친이 인사가 확연히 구별됐다. 아군과 적군이 분명해진 것이다.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은 홍 전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알려져 있다.한나라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도당 위원장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당시 당내에서는 홍 전위원장이 사학 재단 관련 ‘비리 의혹’이 있다며 배제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 건의를 무시하고 홍 전위원장에게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겼다. 통과된 배경에 박심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당시 의정부 사학 재벌로 유명한 홍 전위원장이 재정적으로 중앙당에 막대한 후원을 해 박심을 얻었다는 말도 나왔다. 홍 전위원장은 공천권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기초·광역 의원을 자기 사람으로 심을 수 있었다. 기초·광역의원은 당연직 대의원으로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또 그는 도당 위원장을 세 번에 걸쳐 역임했다. 도당 관계자들도 경기도 전체 대의원 70%를 홍 전위원장이 장악할 정도로 그동안 관리를 잘해왔다고 전했다. 경기도 대의원과 기초·광역의원을 잡고 있는 홍 전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홍 전위원장이 박 전대표가 지지하는 강 후보를 밀었다는 것은 당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명박-이재오, ‘이대론 안된다’
친박 진영에서 내세우는 이명박 진영의 ‘음모론’의 구체적인 근거는 더 있다. 지난 7·11 전대에서 이명박 진영의 실패는 내년 있을 대통령 후보경선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현구도처럼 박 전대표가 경기도 대의원 표심마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상 이 전시장의 승리는 난망한 것이다.특히 수도권에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MB진영으로선 경기도 대의원 표심을 잃은 것은 아픈 대목이다.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의 수가 15만명에 달해 서울 다음으로 당원수가 많은 지역이다. 인천의 경우에도 황우려 의원의 작업으로 박 전대표 진영으로 대의원들이 대거 넘어간 상황이었다.
강 대표가 황 의원을 사무총장직에 앉힌 것이 보은인사라는 게 당내 정설이다. 이에 이재오 최고위원은 첫 공식회의에 불참하고 전남 한 사찰에서 ‘칩거’하면서 항의를 했다. ‘속 좁은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1주일 이상 버틴 것은 이런 복잡한 경선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이 최고위원은 결국 ‘경선룰을 바꿔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형성했고 이 전시장도 맞장구를 치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불만은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이 아닌 대통령 후보 경선룰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박 전대표는 ‘경선룰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으로 반대하고 있다.
회유와 협박, 안되면 팽
MB 진영에서는 경선룰을 바꿀 수 없다면 대의원 표심을 잡을 수밖에 없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부터 단도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홍문종 위원장이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친박 진영에선 때마침 홍 전위원장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친이명박 인사가 경인일보에 고의로 흘렸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친박 진영에서 주목하는 점은 홍문종은 첫 제물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MB쪽의 세 불리기는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친박 인사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난무할 것이고 안되면 ‘제거’라는 극단적인 방법도 사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앞으로 제2, 제3의 홍문종이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까라면 까’라는 식의 불도저 경영을 해온 이명박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친박 인사들은 몸조심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도당 신임 위원장 선출 ‘제2의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홍문종 전의원이 제명당함으로써 공석이 된 경기도당 위원장 자리싸움도 한창이다. 예비 대권 주자들에게 놓칠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7·11 전당대회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대리전이 재현될 공산이 높다.
지난 전대에서 보여줬듯이 경기도당 위원장 자리는 내년 치러질 경선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일단 경기도 당원(일반+책임당원, 2006년5월 중앙당 조사)수도 16만명에 육박한다. 내년 대의원 선거인단이 전국적으로 20~30만명 규모가 될 경우 15%를 차지하는 경기도 선거인단 표심을 잡은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밖에 없다.당원협의위원장 수는 서울보다 1개 많은 50개 지역이다. 도당 위원장은 당원협의위원장(구 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징계요구를 할 수 있고 만약 사고 지구당이 생길 경우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권후보들이 일희일비할 전망이다.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는 심재철, 이사철, 이규택, 정병국 등 전현직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규택 의원과 정 의원은 합의추대를 바라고 있지만 심 의원과 이사철 전의원이 경선불사를 외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심 의원은 이재오, 박계동 의원이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으로 친이명박 계보로 분류되고 있다. 이사철 전 의원도 친MB 성향으로 구분된다. 반면 이규택 의원이 친박인사지만 구시대적 이미지에다 최고위원도 떨어진 상황에서 재출마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에 친박 진영에서 새로운 인물을 물색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선출 시기는 위원장이 공석이 된후 40일내에 치러야 하기 때문에 8월말에 선거가 있을 전망이다.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