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 ‘성 접대’ 파랑주의보 발령

2006-07-20     이금미 
정치권에 ‘성(性) 접대’ 파랑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른 바 ‘정인봉 공천 취소’ 후폭풍이다. 정인봉 전의원은 오는 7·26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송파갑 후보로 확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성 접대’를 한 전력이 불거지면서, 갑작스레 공천이 취소됐다. 물론, 6년이나 지난 사건이며 정 전의원은 이미 법적 처벌도 받았다. 그런데 왜 정 전의원의 공천 취소가 새삼 정가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을까. 시쳇말로 ‘걸리지만 않았을 뿐’, 비슷한 사례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잘 봐달라, 도와달라” 명목

‘정인봉 성 접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 전의원이 2000년 2월25일 한나라당으로부터 종로 지역구 후보로 공천확정 통보를 받은 그날 밤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유흥주점에서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방송사 카메라 기자에게 460만원 상당의 향응 제공 및 성 접대를 했다. 풀어 얘기하자면, 술자리에 당시 유흥업소의 여종업원들을 배석시켰고, 이후 인근 모텔에서 업소 여종업원들의 성적 접대를 받도록 했다. 총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카메라 촬영 및 보도를 잘 해달라, 또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이었다.

어쨌든, 2002년 6월25일 대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정 전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때문에 정 전의원에 대한 ‘공천 취소’ 결정을 두고 “가혹하다”는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사건이며, 성 접대는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 내려오는 관행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시 말해, 성 접대는 정치권에서 별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공연한 비밀이기에 자칫 경계를 늦춘다면, ‘제2의 정인봉’이라는 나락에 빠질 수도 있다.

1급 참모 A씨의 ‘밤’ 문화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전 국민에게 충격을 던진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선 사건의 발단은 정치인과 기자들 사이에 오간 향응이 발단이다. 당시 박근혜 전대표가 <동아일보>측에 신임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하자고 요청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문제가 된 것은, 이날 최 의원의 행동과 말 때문이다. 최 의원의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서”라는 궁색한 변명은, 또 다른 ‘의혹’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사실, 정치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성 접대’라는 올가미를 씌우면 ‘열에 하나는 걸린다’는 게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서 보듯 저녁식사 자리를 겸한 술자리에 이어 2, 3차는 예삿일이다. 2, 3차 자리는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도 코스 중의 하나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느냐에 있다. 이와 관련, 차기 대권주자의 1급 참모 A씨의 밤은 화려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이른 바 ‘물’ 좋기로 소문난 나이트클럽이 그의 단골 접대 코스다. 물론, A씨를 통해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후문도 뒤를 잇는다. 한편, 거물급 정치인 B씨의 성 접대와 관련, 10여년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만 전해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거물 B씨 성 접대 실패한 사연

B씨는 현재 대권 주자로 오르내릴 만큼 정치권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인사다. 기자들에게 향응 및 성 접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그의 정치 입문 이전에 발생했던 불미스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와 관련된 사건의 정황을 포착한 당시 C기자는 B씨를 밀착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후 B씨는 C기자에게 OO호텔 지하 룸살롱에서 만날 것을 제의했다.

몇 차례 양주잔이 오가고, 사적인 대화로 C기자의 경계심을 늦췄다고 판단한 B씨. 이후 준비된 호텔 방으로 C기자와 업소 여종업원을 들여보냈다. 물론, B씨 역시 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다른 방으로 향했다. 기자의 양심과 성 접대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던 C기자는 결국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앞서의 술자리에서 다시 회동할 것을 제안한다. 잠시 후 눈이 마주친 B씨와 C기자, 일순간 묘한 기류가 흘렀다. 두 사람 모두 호텔 방으로 들어가기 전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 상봉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권 성 접대는 ‘정치인에서 기자로’라는 일방통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및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요즘이야 드문 일이지만, 권력에 줄을 대려는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정치인은 성 접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금미 기자> nick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