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추’의 노무현 일병 구하기
“이것이 개헌 로드맵이다”
2006-07-12 이금미
물론, 여당 내부에서 ‘개헌’ 공론화 주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별한 정치 사안이 없다면 꺼내 드는 카드다. 개헌 논의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제기는 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대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헌법 개정에 제반조건은 국민과 정치권이 공감대이다.
정계개편 앞둔 미묘한 시기
때문에 별스러울 것 없는 개헌론이다, 그럼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대목은 노 대통령과 정치철학을 공유해온 인사들이 최근 개헌 필요성을 쏟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 지방선거 후폭풍이 잠잠해지면, 정치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는 곧 본격적인 개헌 추진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바로 정계개편 수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가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은 어렵지 않다.
정계개편은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모이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정·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유력 대권주자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할 인물군과의 연대를 가능케 한다. 이는 대선 국면 이렇다 할 ‘대세론’이 형성되지 않은 유력 대권주자들의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여권 주자들이 예비 대선후보로서 평가절하되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현재 야권의 주자들은 박빙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정계개편의 윤활유로 개헌이 활용될 공산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한편, 연대의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기도 한다. 인지도와 대중성에서 밀렸던 인사가 짝짓기 대상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당세에 밀려 후보군에 들지 못했던 인사도 물망에 오른다. 여기에 여론의 향배는 판 자체를 바꿀 만큼 큰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 폭탄 발언 나올까
이는 유력 대권주자들이 여권의 개헌 공론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세의 부족으로, 또는 홍보전략의 실패로 인해 유력 주자군에서 밀려나 있는 대선주자 주변에선 여권에서 개헌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나 여권 핵심인사들이 ‘연정’을 큰 줄기로 한 개헌을 추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이는 당세를 기반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유력 대권주자 진영에서 개헌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초반만 하더라도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권력구조 개편에 관심을 보이던 야권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기 주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대선 공약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개헌 카드는 예비 대선후보로서 국민적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한 이들에게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권 대선주자 진영에서 국회 의석수에 기초한 개헌 조건을 들어 “개헌 실현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라고 선방을 날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개헌론이 언제까지 약발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 ‘개헌론’의 진원지가 노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 김원기 전의장이라는 사실은 짚어볼 대목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 야인 생활을 했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들 사이에서도 물밑 공론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현재 김 전의장과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인사들은 유인태·김부겸 의원 등이다.
통추 당시 한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은 2선 퇴진과 함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통추 멤버들은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2007년이 개헌의 적기”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