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귀국 직후 고건과 일낸다”
2006-07-12 이금미
물론, 우리당 일각과 민주당에서 그의 귀국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인사도 있다. 하지만 예전의 태도와는 달라진 눈치다.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필요조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추 전의원의 ‘가교’ 역할이 등장하는 이유다. 추 전의원은 이미 정치권의 판세를 읽고 있다.
미국 유학 중인 그의 귀국일은 7월31일이다. 추 전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이후 뉴욕 콜롬비아 국제대학원 방문교수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고 학업도 마무리됨에 따라 귀국을 결정했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대통령 머리 속에 있는 사람”
그렇다면 귀국을 서두르는 추 전의원의 나침반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 있을까. 출국 이후 동료 정치인들과도 접촉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적을 두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이렇다할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철저한 현실 정치와의 거리두기다. 때문에 그의 귀국과 맞물려,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양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추 전의원의 정치 스타일을 “독특하다”고 평한다. 그만큼 추 전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상징성을 스스로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활동 당시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터다. 아무튼, 귀국 후 추 전의원은 정치권 문을 ‘노크’하며 정치감각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새천년민주당 시절 정치철학을 공유해왔던 여권 인사들과의 접촉이 일순위로 꼽힌다. 추 전의원은 환경부, 통일부 등 장관 입각설에도 이름이 올랐던 인사다. 이와 관련, 청와대 주변에선 추 전의원을 가리켜 “대통령 머리 속에 있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또 대다수의 여권 인사들에게 추 전의원은 “아까운 사람”이다. 누가 뭐라 해도 추 전의원은 참여정부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잠깐 귀국한 추 전의원은 참여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를 가리켜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기도 했다. 향후 우리당과의 정치적 모색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추 전의원의 귀국 소식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일부 인사들도 있다. 여권 한 핵심인사는 “누가 끌어주지 않으면 정계복귀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민주당 분당과 탄핵 등을 거치며 깊게 패인 여당과 추 전의원 사이에 놓인 감정의 실타래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얘기다.
정계개편 연결고리 역할론
그럼에도 그의 귀국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아직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직후부터 여권 내부에선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과 방법에 대한 물밑 논의가 진행중이다. 우리당이든 민주당이든 또는 고건 전총리를 주축으로 한 범여권이든, 어떤 정치세력이 중심이 됐든 향후 정계개편의 기초가 되는 정치적 방향타는 무조건 ‘통합’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때문에 귀국 후 그가 민주당과의 관계정립에 어떤 형태로 나설 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는 향후 정계개편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추 전의원이 우리당과 민주당의 연결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당으로서는 호남 민심 회복이 정권창출의 최대 밑거름이다. 여권의 이러한 기대는 민주당 내부에도 있다. 한화갑 대표가 주도해 비록 공동대표체제를 관철시켰지만, ‘한화갑 체제’의 붕괴는 예측 가능한 정치권 시나리오 중의 하나다. 민주당 내부 역학 구도에 따라 우리당과의 관계재정립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추 전의원의 귀국은 유력 대권주자인 고건 전총리의 대선 레이스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확보하며 대선 시동에 나선 고 전총리에게 추 전의원은 ‘카운터 파트너’로서 손색없는 카드다. 고 전총리와 추 전의원이 한 배를 탈 경우 호남과 영남, 남성과 여성, 60대와 40대, 여당과 야당 이미지의 ‘만남’이라는 ‘이미지 상승’을 꾀할 수 있다. 추 전의원의 귀국과 관련, 고 전총리측의 반응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한 측근은 “추 전의원의 귀국은 고 전총리의 대선 행보와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그는 추 전의원을 ‘소신 있는 정치인’, ‘훌륭한 정치인’으로 추켜세웠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가칭 ‘고·추신당’을 떠올리곤 한다. 참고로 고 전총리가 주도하는 희망국민연대 출범식은 오는 15일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추 전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차차기 대선’에 맞춰질 것이라는 추 전의원 주변의 소문이다. 이는 추 전의원의 귀국 및 정치재개와 관련, ‘애매한 시점’으로 규정하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2006년 7월31일’은 18대 총선을 위해서라면 이른 시기라는 얘기다.
다양한 시나리오 나돌아
물론, 2007년 대선을 위해서라면, 또 다른 풀이가 가능하다. 대선에서의 일정 역할은 차차기 대선 주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 코스다. 남 얘기할 필요도 없이 추 전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통해 몸소 느꼈던 터다. 하지만, 귀국 후 추 전의원의 역할이 무엇이든 선결 과제가 하나 남아 있다. 민주당 분당과 탄핵, 그리고 참여정부 및 우리당과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그것이다. “추 전의원의 역할은 스스로 결정한 ‘거취’에 따라 주어질 것”이라는 여당 한 중진의원의 관측이다.
이는 오는 7월26일 서울 성북을 재보궐선거에 나선 조순형 전의원이 고 전총리를 향해 “정치적 입장과 앞으로의 구상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추 전의원의 한 측근은 “귀국 일주일 전을 기해 추 전의원은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년여의 짧지 않은 시간, 장고 끝에 귀국길에 나선 추 전의원이 보따리에 무엇을 챙겨 넣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