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 제기 VS 비대위 ‘구성’ 조기전당대회

2006-05-30     홍준철 
지방선거 참패를 전제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을 쏘았다. 재차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정가에선 그 발언의 진의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후 불어닥칠 후폭풍 차단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전면전 선포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바람직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대 당사자인 민주당과 고건측도 부정적인 모습이다. 집권 여당발 정계개편 발언임에도 주변 정치지형은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왜 계속적으로 대연합론을 주창하는지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봤다.





정 의장이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전대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고비 때마다 제기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치권의 반향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건도 그렇고 민주당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재차 평화·민주·개혁 세력의 대연합을 제기했다. 5·31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둔 지난 24일, 전남을 찾은 정 의장은 민주당과 고건에 대한 러브콜을 재차 보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민주평화세력의 결집”을 주장했다. 또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민주개혁평화세력을 묶는데 열린우리당이 단단한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건 전총리와 관련해서도 정 의장은 “지방선거 이후 협력을 제의할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민주당-고건, ‘냉담’

정 의장의 민주평화세력 대결집 상대는 구체적으로 민주당과 고건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참패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라며 “곧 없어질 당과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용 발언이라는 지적이다.고건 전총리의 김덕봉 전공보수석도 “지방선거 이전에 나온 정 의장의 발언이 선거 국면을 일시적으로 탈피하기 위해 나온 말인지 전략 전술 속에 나온 말인지 알 수 없다”며 “그 의도가 뭔지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고건측은 지방선거에 참패한 후 바로 여권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냐에 대해선 민주당과 차이를 보였다. 김 전수석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체로 미래를 알 수는 없다”면서도 “대통령 및 정부와 협조해야 하는 여당이 지방선거 참패로 쉽게 깨진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여권발 신당 창당이나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지방선거이후 곧바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청와대 “신당 출현 어렵다”

정 의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청와대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고건과의 연대가 쉽게 일어나는 정치구도가 아니다”며 “정 의장이 면피를 위해 한 지방 선거용 발언”이라고 폄하했다. 또 그는 “여권발 신당창당도 일부 여당 의원들의 희망사항일 뿐 현 정치구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내 지도부 체제는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결국 정동영, 김근태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전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그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전후로 열린우리당도 7월 임시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면승부로 ‘맷집 키우기’

여당을 제외한 주변 정치지형이 정계개편에 대해 부정적임에도 정 의장은 왜 재차 강조하는 것일까. 여권 일각에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회피용보다 정 의장이 대통령과 절연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쪽에 무게를 뒀다. 대통령과 정면 승부를 통해 막판 맷집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부산정권’발언에서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는 말에 주목했다.

청와대 한 핵심 인사는 “문 수석이 그런 말을 했다면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동조했다.결국 정 의장의 이번 정계개편 발언은 지난 사학법 양보 반대에 이어 대통령을 밟지 않고서는 당 지지도뿐 아니라 자신의 지지도도 회복할 수 없다는 각성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했다.

DY “막연하다” 실토

한편 정 의장은 정계개편 발언이 청와대 및 당밖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정 의장실의 이재경 비서실 차장은 “그동안 주장했던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뿐이다”며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데 민주, 개혁, 평화세력이 분열돼 있으니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얘기”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오히려 그는 “정계개편 대상으로 민주당과 고건만을 운운하는데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겨냥해 말한 것이 아니다”며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제3세력을 끌어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그는 “아직은 막연하다”며 답답함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