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들어가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아모레G는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신형우선주로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세 경영인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최근 중국에서 돌아오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딸은 평사원에서 ‘프로페셔널’ 직급으로 경영 복귀
유상증자 따른 주가 급락 및 주가 희석 우려도
아모레G은 지난 11일 20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전환우선주로 총 709만2220주로, 전환일은 발행 후 10년 되는 날이다. 올해는 2.50%이며 내년부터는 2.25%다. 1주당 신주 배정 주식수는 0.07주로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오는 12월24일, 상장예정일은 12월26일이다.
또한 아모레G은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주식 133만 3333주를 2000억 원에 장내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2020년 12월 11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소유 주식 수는 총 2202만9193주, 지분율은 37.7%로 기존 35.4%에서 2.3% 포인트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전환우선주를 장녀 민정 씨에게 증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환우선주 매입, 지분율 높이기 수단
전환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으로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보통주 대비 20~70%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된다. 만기일까지 보유한다면 배당과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재벌가에서는 종종 전환우선주를 매입해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 후 의결권 확보를 하는 방식으로 오너가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아모레G 측은 “유상증자로 아모레퍼시픽의 지분을 확대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오설록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의 출자금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환우선주로 정한 것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G 유상증자, 승계목적 신형우선주 발행 리포트’를 통해 “현재 아모레G의 보유 지분(35.4%)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기간도 내년 12월로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므로 결국 목적은 승계”라고 분석했다.
딸 민정 씨의 국내 복귀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영권 승계 관측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신형우선주 발행이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민정 씨는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생산부문에서 평사원으로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퇴사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같은 해 8월 중국 장강상학원에 진학해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과장급)으로 복귀했다. 민정 씨가 졸업 한 장강상학원은 리카싱 재단이 2002년 11월에 세운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MBA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민정 씨가 중국 유학길을 택한 것이 아모레퍼시픽 최대 고객인 중국을 포섭하기 위한 작업에 따른 현지 인맥 쌓기 및 중국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성년 때부터 꾸준히 지분 확보
아모레G은 민정 씨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신형우선주로 꾸준히 지분을 증여하며 지배구조를 확실시해 왔다. 서 회장은 2006년 아모레G의 지주회사 전환 당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민정 씨에게 증여했고 10년 후 2016년 12월 민정 씨는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아모레G 지분 2.71%를 확보했다.
또 서 회장은 민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주식도 증여해 민정 씨는 이니스프리 지분 18.18%와 에뛰드 지분 19.52%를 소유하게 됐다. 또 다른 계열사인 에스쁘아 지분도 19.5%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 회장이 신형우선주 전량 374만977주를 민정 씨에게 증여하게 된다면, 증여받은 주식의 50%를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납부한 후 187만489주를 민정 씨가 보유하게 된다. 10년 후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시 민정 씨가 보유할 아모레G의 지분율은 현재 지분율 2.71%에서 4.67%로 약 2% 상승한다.
한 증권 전문가는 “현재 아모레G의 주가는 2015년 대비 65%가량 하락한 상황이라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유리하며 앞으로 아모레G 보통주 주가는 현 수준보다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편,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상증자에 나선 아모레G은 11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1.17% 급락했다. 이는 유상증자 소식의 부작용으로 보인다. 이에 아모레G 투자자들은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급락 및 주가 희석 우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서 회장이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경영권 승계를 두고 ‘편법’이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이미 서 회장이 신형우선주를 활용해 지분승계를 했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주주는 “신형우선주 발행이 아모레G의 기존 주주들에게도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서 회장의 결정은 민정 씨에 대한 ‘그릇된 사랑’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아모레G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신규 개점은 반으로 줄어든 반면 문을 닫는 곳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최근 3년간 이니스프리 영업이익은 1965억 원에서 지난해 804억 원으로 줄었고 에뛰드의 경우 295억 원에서 지난해는 2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