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과 함께하는 의원모임
‘신의 모임’ 출범 ‘행보 관심’ “목표는 연합정권 창출”

2006-04-11     홍준철 
여권핵심이 5·31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정치역학관계를 점치면서 고민에 빠져 있다. 이와관련, 최근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여권의 대권구도의 지형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계륜 전의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다.386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 3일 ‘신계륜과 함께하는 의원모임’(이하 신의)을 출범시켰다.

참여 의원 수만도 과반이 훌쩍 넘는 76명이다. 명분은 의원직을 상실한 신계륜 전의원을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참여 의원 면면을 보더라도 ‘친목 모임’ 이상이다. 일각에선 2007년 대권 필승전략이 조용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당연히 시선은 신계륜 전의원에게 모아진다. 신 전의원은 고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386의 맏형격이다. 특히 그는 지난 98년 고건 전총리가 제 22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초대 정무 부시장을 지낸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그는 2002 대선시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을 거쳐 당선자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소속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속내를 간파하는 몇 안되는 인물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또 신 전의원과 고건 전총리와의 인연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끈끈하다. 신 전의원도 “고건 전총리가 서울시장 임기가끝난 다음부터 5년간 서로 연락하고 만남을 지속해 왔다”고 남다른 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2월초에 의원직 상실후 ‘신의’라는 조직이 만들어질 때도 일부러 전화연락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열린우리당이고 고 전총리는 무소속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담을 주기 싫었다는 것이다. 정치적 배려를 보일 정도로 친한 사이다.

신 전의원-고 전총리 ‘이심전심’?

또 고 전총리도 이런 사정을 알았든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 전총리와 신 전의원은 이렇듯 개인적 친분이 높다는 게 지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따라서 신 전의원이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을 향후 정치역학관계의 변화에 대비하는 여권 핵심의 의중과 연결시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현재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는 정동영 당의장이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구도자체를 고착화하기 보다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신 전의원이 특별한 역할을 하는게 아니냐는 역할론을 들먹이기도 한다.

특히 신 전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노무현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냈지만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애초 목표는 노-정 연합정권 또는 연합후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실패하고 독자정권을 기반으로한 후보 단일화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범여권통합후보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고건과 재야파 후보를 아우르는 연합정권, 연합 후보를 꿈꾸고 있다.<박스기사 참조>한편 이런 움직임은 우리당 내부에서조차 ‘정동영 카드’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동영으로는 안된다’는 직설적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의장의 지지도는 여전히 정체쪽에 가깝다. 지방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키지 못하는 한 정의장은 정치적인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이번에 ‘신의 모임’에 참여한 현역의원들의 면면은 정치지형변화와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우선 팔 벗고 나선 것은 전대협 출신의 386 의원들이다. 이외에 김근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장영달 최고, 문희상 전 의장, 배기선 전 총장, 염동연·유인태 의원 등 평소 범민주세력 대통합을 주장하던 인사들도 적극 후원하고 있다.이해찬 의원 대신 보좌관을 지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여했다. 차기 여성 대통령감으로 부상된 한명숙 총리 내정자도 포함돼 눈길을 모은다. 대부분이 친노 인사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입장 공개표명은 자제


그러나 신 전의원측은 이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자칫 정동영 의장을 견제하는 모임으로 비쳐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장과는 친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색깔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야 출신이기 때문에 방송 앵커 출신인 정 의장과는 정치색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신 전의원은 정 의장이 차기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신 전의원은 ‘신의 모임’ 출범 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큰 그림을 그리는데는 분명 대표 화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143명 의원 개개인도 역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이 사람들이 행진을 하는데 같이 걸어가면서 자꾸 옆을 보거나 뒤돌아보거나 한다고 치자. 그것도 76명이 그런다면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이 여러 흐름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조정자, 한나라당에 강력히 대처할 수 있는 의지가 미흡하고 검증되지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우리당과 정 의장을 비판했다. 정 의장이 범민주세력 통합을 이끄는 데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흐름을 ‘신의’라는 모임이 생긴 배경으로 보고 있다. 그 총대를 신 전의원이 메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그다. 대통령과는 후보 단일화-무산 등 일촉 측발의 상황을 같이 경험했다. 지난 2월말 여당에서 신 전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위로하는 만찬에 대통령이 따로 연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노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다.이에 일각에선 ‘신의’ 모임 출범에 대통령의 복심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재야파 급부상 가능성도

물론 재야파로 분류되지 않는 의원들도 있고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은 의원들도 많다. 일단 범여권통합후보라는 큰 목표속 친노세력이 결집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에 당 외연확대차원에서 고 전총리와 연합정권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여기에 고 전총리와 친분이 깊은 신 전의원 역할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지난 2002년 노-정 연합정권 실패경험도 있다. 1인 권력욕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로 만족해야만 했다. 현 여권 대권 지형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재야파 김근태 의원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한명숙 총리 내정자 등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당내 정리가 우선이다. 하지만 당밖 상황은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기압골이 정치권을 감싸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신계륜 직격 토로“고건 총리 추대 내가 했다”


신계륜 전의원은 고건 전총리와 인연을 맺은지 10년 가까이 됐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고 전총리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신 전의원은 2002년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이후 당선자 인사특보를 할 당시 고 전서울시장을 국무총리로 추대해 더 각별한 사이가 됐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범여권통합후보로 고 전총리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그것은 힘들고 결국 국민투표로 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전의원은 향후 정치지형이 특정한 계파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라며 조정과 타협을 중시하는 범여권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통합이 힘들 경우에는 당안팎의 제세력들과 연합후보를 만들어내고 싶은 속내도 피력했다. 2002년 정몽준-노무현 후보 단일화를 이끈 그가 2007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신계륜 전의원과의 일문일답.

-‘신의모임’ 출범으로 범여권통합후보를 위한 가교역할 소문이 있는데.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앞으로 정치상황이 변수다. 개인적으로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어려울 것으로 본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특정한 계파로 가는 문제는 큰일 난다. 조정하고 타협하고 당안팎 다 포함해서 범여권 통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 범여권 통합 후보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후보단일화를 의미하는가.범여권통합이라고 하지만 통합은 매우 어렵다. 각 세력간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합후보 또는 연합정권 창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 노무현 후보 단일화는 연합정권 또는 연합후보를 내는 단계로 갔다가 실패한 예가 있다. 이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정동영 의장과 재야파는 서로 정치 철학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신 전의원은 어느 쪽인가.한명숙, 김근태, 이해찬 의원과는 사실 정서적으로 가깝다. 김 최고는 특히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간관계와 국가의 앞날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 고건 전총리와 전화나 만남을 지속한다는데.97년 고건 서울시장 당시 내가 정무부시장을 맡아 인연을 맺었고 이후 이밖에도 고 전총리와는 인연이 많다. 내가 초대 정무특보를 지냈고 노무현 당선자 인사특보를 지내며 고 전총리를 국무총리로 추대했다.

- 고 전총리도 통합후보에 들어가는가.거기에 대해선 그때 가서 봐야 한다. 대체적으로 연합후보가 필요하고 연합후보 대표가 누가 될 지는 당시 조성된 여론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 고 전총리가 국민적 인기가 높다. 범 여권의 통합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내가 그것에 대해서 직접 말하기 좀 그렇다. 개인적으로 제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

- 최근 고 전총리와 접촉은 없었나.의원직 상실후 고건 전총리와 만남이나 연락은 안했다. 난 열린우리당 당원이고 고 전 총리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 처지가 다르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고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정치행사를 같이하기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