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 “무임승차 안된다” 조기당복귀 ‘압박’
천장관 “임명권자의 뜻이 중요” 요구 ‘일축’
2006-03-13 홍준철
친정체제 구축 정의장 노림수
정동영 당 의장은 당내 핵심 요직에 친정동영 인사를 포진시키면서 발빠르게 정동영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당 의장 비서실장에 DY의 정책자문기구인 나라비전연구소 박명광 공동이사장을 앉혔다. 또 전대 공보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재경씨를 비서실로 불렀다. 당 의장 선거 당시 선거총괄기획실장을 맡았던 양기대씨는 수석 부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정 의장이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것은 지방선거에 올인하기 위해서이다. 당이 자신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야 지방선거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의 정국 상황은 정 의장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낮은 당지지도는 제쳐두고라도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 의장은 이 총리의 사퇴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방선거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정동영-김근태가 동반추락 할 가능성을 점치면서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재 대안카드로 천정배 장관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당내 중도파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DY-GT 책임론이 강하게 불 경우 당을 추스를 수 있는 대안으로 천장관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정의장측에선 천장관이 지방선거 이후 당에 복귀하는 것은 ‘무혈입성’이라고 비판하면서 조기 당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여권주변에는 현재 천장관의 4~5월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천장관이 지방선거전에 당으로 복귀해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이에 대해 천장관측은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같은 소문의 진원지로 정의장측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관련, 천장관의 한 측근은 “조기 당 복귀설이 나오는 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한 뒤 “순리대로 간다면 당 복귀 시점은 9월 정기국회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당 일각에서 나오는 천장관의 조기 당 복귀론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자기들 입장이 조급해 이런저런 얘기를 흘리는 것”이라고 정의장측을 비난했다. 또 그는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라며 “하기 싫다고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천장관 스스로 당에 복귀할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그러나 일단 천장관측은 제3후보로 천장관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 싫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천장관측의 또다른 한 인사는 “천장관은 제3후보로 충분히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본격적인 전초전이 펼쳐지면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천장관측은 조기 복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의장이 공식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당에서 자리를 마련해주면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천장관의 한 측근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대통령에게 집권 하반기 원활한 국정운영과 당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천장관이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진영에서 고의로 흘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즉 정의장이 노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천장관에게 요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대통령 의중이 핵심
천장관측은 조기 당 복귀 결정은 노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의장이 공식요청을 한다고 해도 노 대통령이 천장관을 당에 보내줄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연초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 비서관은 국정일기를 통해 노 대통령은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 재목으로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의원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3인을 입각시켜 국정 경험을 풍부하게 쌓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은 이런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각각 산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일단 천장관측은 대통령이 쉽게 천장관의 당복귀에 찬성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노대통령에 의해서 차기 리더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천장관을 위험부담이 많은 지방선거전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정의장측 역시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출마용 차출도 아닌 장관차출은 가능성이 적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때문에 지방선거 지원을 위해 천장관을 달라는 요구도 말처럼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노 대통령이 천장관의 정치적 행보에 키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장관의 조기 당복귀 여부는 이렇듯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정동영 의장의 미묘한 입장과 맞물려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이 당과 대표적 친노인사이자 개혁 코드가 맞는 천장관 사이에 어디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작용될 전망이다.
# 김효석 총리 카드로 ‘구애(?)’우리당-민주당 연정논의 ‘재점화’
정동영 당 의장은 2·18전대 당시 ‘미래평화개혁세력 연대를 주창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개혁·평화·미래세력 대연합 기치를 내세우면서 본격적으로 반한나라당 전선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정 의장은 지방선거전 민주당과 통합은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흩어진 호남민심을 잡기위해 고건을 접촉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앞장서서 주장해온 염동연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도 민주당과의 통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기전 염 의원은 범민주개혁세력 통합추진위원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또 그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만이라도 민주당과 ‘낮은 단계의 국지적 연대’를 하자고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제안하는 등 민주당과 통합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여당 수뇌부들의 민주당과의 통합 기운이 퍼져나가면서 민주당 추미애, 김효석, 김성순 3인방의 향후 행보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당내 통합파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효석 의원의 경우 이해찬 총리가 3·1절 골프파동으로 낙마할 경우 호남 끌어안기 측면에서 총리로 임명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2004년 가을 교육부 장관 제의를 받았던 김 의원은 총리급은 안되지만 민주당과의 ‘화끈한 연정’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염동연 총장 움직임 ‘눈길’
참여정부 개각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는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추 전의원은 천정배 법무부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정동영측이 바라는 대로 천장관이 조기에 당에 복귀할 경우에 추 전의원의 행보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추 전의원은 2004년 가을 개각때 환경부 장관직을 제의 받았으나 고사한 바 있다. 민주당 분당, 탄핵이후에도 여전히 추 전의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노 대통령은 김한길 의원을 미국까지 보내서 제의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당시 추 전의원은 민주당과 관계로 인해 고사했지만 항간에는 법무부장관을 원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최근 추 전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면서 “지나간 3년보다 남은 2년이 더 중요하다”며 “양극화 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참여정부가 잘해주리라 기대한다”고 간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추 전의원은 지방선거전 정치적 행보와관련 “공부하기로 한 시간도 남아 있고 실행하지 못한 계획도 남아 있다”며 “예정된 시간이 되면 움직일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한편 민주당 김성순 전의원이 맹형규 전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송파갑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의 첫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송파 갑 보궐선거 연합공천설도
송파갑의 경우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김 전 의원은 송파구청장을 관선·민선 합쳐 4번을 역임한 경력에 16대 송파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력이 있다. 김 전의원의 한 측근은 “송파구민들중에 김 전의원과 악수한번 안 한 사람 없고 김 의원도 누구네 집에 수저가 몇 개 있는지도 다 알 정도”라고 전했다. 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김 전의원에게 ‘준비되면 모시겠다’고 밝혀 대통령과의 남다른 친분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