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몽준 ‘물밑 교감’
2006-03-02 홍준철
참석자는 ‘발전연’의 박계동 의원과‘새수모’의 박형준 의원 이외에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5명이다. 초지일관의 진영 의원도 멤버이지만 불참했다. 이날 이들은 홍준표·맹형규 카드 등 현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는 여권의 강금실 카드에 맞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이어 이들은 문호개방으로 제3후보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박계동 의원은 “회동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문호를 개방해 제3후보 영입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들을 나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몽준 의원의 이름이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박의원은 “문호개방으로 새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이상의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그는 “거론됐다면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그러나 박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그룹이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문호개방이나 제3후보 영입을 들먹였겠느냐는게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이다. 특히 박의원은 비공식적으로 인재영입위원장의 역할을 행세하고 있는 것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은 김형오 의원의 사퇴로 현재 공석이다.따라서 박의원 주변에서는 ‘뭔가 있다’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의원은 인재영입차원에서 오세훈 변호사와 박세일 서울대 교수,어윤대 고려대 총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의원이 정몽준 의원측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박의원이 이명박 시장에게도 물밑접촉 사실을 알리고 의중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사실 박의원과 정의원은 과거 문광위에서 함께 활동한 전력이 있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의원측도 “개인적으로 친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의원과 박의원은 남다른 관계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거 박의원이 낭인생활을 할 당시 정의원이 많이 도와줬다는 얘기도 있다. 박의원이 미국에 체류할 당시에도 업무차 미국에 갈 때면 정의원은 항상 박의원을 만났을 정도라고 한다.
“이대론 안된다” 목소리 고조
이에 대해 박의원은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박의원은 최근 이명박 시장을 만난 사실은 시인하고 있다. 이시장과의 면담에 대해 그는 “소장그룹의 문호개방논의와 관련해 원칙적인 얘기만 나눴다”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박의원은 이시장뿐만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에게도 소장그룹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만나 의견을 전달하려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의원측은 “빠른 시일안에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자가 공식적으로 만나 문호 개방을 공식화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호개방을 공식화하고 제3후보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금실 대항마를 찾아라
정의원과의 물밑조율여부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인사는 ‘초지일관’을 대표하고 있는 진영 의원이다. 진의원은 정의원과는 대학동기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의원측은 “두 사람은 친구 사이”라면서 “가끔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종의 역할설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문호개방과 제3후보 영입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장그룹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을 적극 지지한 친이명박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시장은 최근 이명박-홍준표, 박근혜-맹형규 라인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이 반드시 수성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강력한 카드로 대처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다.때문에 이시장이 ‘정몽준 서울시장 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정의원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 득표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시장과 정의원간의 물밑접촉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이러한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정의원은 이시장을 향해 제스처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시장을 두고 “능력있는 분”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사실 정의원은 정당을 가지지 않으면 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장본인이다. 16대 대선에서 이를 경험한 그는 세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는 한나라당의 최근 분위기와 관련해 틈새 노리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한마디로 강력한 대선후보인 이시장과 손을 잡고 차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서울시장으로 몸을 만들고 이시장처럼 대선에 도전한다는 복안의 상정이 가능한 셈이다.이시장 쪽에서도 정몽준 카드는 손해 보다는 이익이 많다.일단 정의원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득표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에 나서도 대의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이시장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참신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권의 강금실 카드와 같은 파괴력을 가진 인사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한나라당의 정운찬 서울대 총장 영입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의원은 이런 면에서 이미지 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시장은 현대맨 출신이다.
정의원은 현대의 로열 패밀리이다. 만일 이시장이 정의원과 손을 잡으면 ‘현대가 사람들이다 한다’는 집중포화를 받을 공산이 크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런 구도는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이시장의 고민이 있다.하지만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하는 것이다. 더 좋은 카드가 있으면 성사가 불발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보다 더 먹히는 카드는 없는 상태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핵심인사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측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실 지방선거에 있어 이 시장은 시장직 수행과 맞물려 한발이 묶여있지만 박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 서울시장이 여당에 넘어갈 경우 그동안 쌓아온 청계천 복원공사, 중앙버스노선, 시청앞 광장 등 치적에 대한 흠집도 피할 길이 없다. 외부인사 영입유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이와 관련, 한나라당 소장그룹의 한 의원은 “만약 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을 한다면 전략공천 형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수진을 치고 올인하고 있는 후보들이 즐비해 성사될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 ‘Again 2002’ 정몽준의 선택무소속에 ‘염증’…대안 ‘모색중’
한나라당에 있어 정몽준 카드는 매력적이다.당 색깔인 보수 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과 57세라는 젊은 나이, 그리고 현대 중공업 사장으로 이명박 시장의 ‘CEO형’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정 의원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한나라당과 무관치 않다. 지난 13대 시절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1992년 통일국민당 창당직전까지 2년 동안 민자당 울산동구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최근 정 의원의 행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초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벌써 5선인데 무소속도 오래했고 축구협회장도 네 번이나 해서 이제 그만둘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나라당에서 정몽준 영입설이 겹쳐서 나왔다.정몽준 의원측에서도 굳이 거론되는 것이 싫지 않은 태도다.
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영입설에 대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오는 것”이라며 “정 의원과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성향이 한나라당에 가깝고 민자당 생활도 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반면 ‘무소속 그만 두겠다’는 발언에 대해 그는 “앞으로 정당생활을 하고 싶다는 얘기”로 해석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했다가 철회한 이후 당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후문이다.신당창당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한번 창당을 했는데 또 하시겠냐”며 “신당을 창당해 이번 대선에 도전한다는 것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밀약설’ 진위여부 논란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당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은 한나라당 입당을 두고 사전정지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이 시장과 정 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그 파괴력은 강금실 카드 못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이 시장은 향후 당내 경선 및 대선 레이스에서도 정 의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한편 영남당 이미지를 싫어하는 이 시장으로서 경남 창녕 홍준표 의원이나 경북 영천 출신의 김문수 의원 등 영남출신 후보 일색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현대 중공업 사장을 거치는 등 CEO 출신에 서울이 고향이라는 점이 이 시장의 지역색깔을 희석시키기에도 적합하다는 해석이다.반면 이 시장과 같은 정 의원이 보수성향에다 울산에서만 5선을 해왔다는 점에서 MJ 지원에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반면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통해 이 시장의 업적을 계승하고 차차기 대권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연령상으로도 5년후에도 정 의원은 60대 초반에 머무를 정도로 아직 젊다. 또 한나라당내 세력도 확충해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측은 이 시장과 손 잡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