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권경쟁 뚜껑 열어보니
친노 파워그룹 ‘각자 제갈길 간다’

2006-03-02     이금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인 파워그룹내에서 핵분열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따라서 5·31 지방선거 이후 불어닥칠 정계개편논의에 대비해 ‘헤쳐모여’ 하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지난 2월 18일 전당대회시 막후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후보를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입각과 관련해 하마평에 오르는가 하면 이미 당 지도부에 이름을 올린 인사도 있다.이들은 하나같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며, 대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린 인사들이다. 때문에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고 관망에 치중하던 이들이 노무현 집권 3주년을 기해 당정 전면에 등장, 2007 대선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친노 파워그룹의 전대 막후 열전, 그리고 이들이 처한 현주소를 진단해 봤다.

이강철 전수석 전대에 ‘올인’

후보 지원에 가장 열정을 보인 인사는 이강철 전시민사회수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전수석은 김부겸 후보의 선거참모들과 함께 막판 역전극을 연출하기 위해 대의원은 물론 현역의원들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현역의원들의 명단 중 이 전수석과 친분이 있는 의원 이름엔 밑줄까지 그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후문이다.이 전수석은 “대구경북에는 현역의원은 물론 여당 정치세력이 전무하다”며 “이는 정동영 김근태 후보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에 진입하는 것만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창구 역할이라는 것. 이는 우리당의 정치적 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레 2007 대선까지도 이어진다. 이 전수석은 “대구경북을 포기하고 정권창출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선거기간 내내 이 전수석의 활동반경은 다른 선거캠프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이 전수석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대의원들과의 접촉에 나섰다는 것. 그러나 김부겸 후보는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부겸 후보의 성적이 이 전수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3월 초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횟집을 열 예정이다. 이 전수석은 대구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또 떨어지라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여권 핵심부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차기 행정자치부 장관에 발탁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임종석 지원 염동연의 행보 눈길

조직망을 갖추고 후보 지원에 나선 인사는 원내 입성 이전 ‘조직의 귀재’로 통했던 염동연 의원. 염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청년조직인 ‘연청’ 사무총장 출신으로 이 조직을 가동, 지난 2002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광주 대역전을 이끌어냈던 주인공이다. 실제로 염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임종석 후보의 경우 선거기간 초반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에 이어 호남에서 2위를 기록했다. 임 의원의 선전에 대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내세운 슬로건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염 의원의 조직이 위력을 발휘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임종석 지지’라는 염 의원의 선택은 강한 의문점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연청은 우리당 창당 직후 열린 전대서 정동영 후보를 지원했던 외곽조직 중의 하나였다. 당시 우리당 한 관계자는 “염 의원이 직접 나서 연청 조직을 가동하는 것을 보고, 정 후보의 압도적인 지지를 예측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전대 직후 이같은 의혹의 마침표가 찍혔다. 염 총장이 지방선거전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사무총장직을 꿰찬 것이다. 우리당의 당직 인선이 친정동영 인사들로만 꾸려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대와 관련, 염 의원의 선택의 근저엔 2007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광재-이기명 김혁규 지지

반면, 대의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외에 ‘기획’에 나선 인사도 있다. 선거기획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광재 의원이 바로 그다. 연구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 ‘추대’라는 형식을 띠고 당권에 도전한 김혁규 후보를 지원한 이 의원은 김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대의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이 의원이 오래 전부터 5·3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출마를 준비해왔다는 것은 기정사실.최근엔 당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당직인 기획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의 이목이 이 의원의 향후 역할에 집중되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이 의원과 함께 김혁규 후보 지원에 나선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고문. 김혁규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전국투어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의아한 부분은 이 고문이 속한 국민참여연대는 정동영 후보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데 있다. 이와 더불어 전당대회에서의 ‘정동영-김혁규-임종석’ 후보들간의 ‘밀어주고 끌어주기’는 전대가 끝난 지금까지도 여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바다. 이들 세 후보의 인적구성이 곧 장차 대선 후보 ‘정동영 사단’의 전신이라는 얘기다.

막판, 김혁규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정동영 캠프에서 ‘임종석 배제’를 주문했다는 게 정설이다. 친노사단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개혁국민정당 출신 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후보와 유시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바로 그들이다. 한 사람은 당권 도전으로, 한 사람은 입각으로 교통정리가 됐으나 전대를 기점으로 이들 모두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김두관 후보의 경우 전대 직전 중위권 후보들간 혼전 양상으로 ‘탈락설’도 제기됐지만, 참여정치연구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김근태 후보와 연대를 통해 재야파의 지원을 얻어 3위로 지도부에 진출했다.

주목할 대목은 부산경남의 대표성을 띠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혁규 후보를 제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의 세력판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발(發)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에 이어 최근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의 대변인이던 김행씨로부터 노 대통령의 대선카드라는 극찬을 받은 유시민 장관은 그를 둘러싼 해석대로 ‘대권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 장관이 이번 전대에서 김두관 후보를 지원했는가의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입각과 동시에 “더이상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유 장관을 의식한 듯, 김두관 후보 진영에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대선정국 역할론 대두

이처럼 친노직계 인사로 불리는 이들은 이번 전대를 기회로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여줬다. 각 후보를 지원하는 배경도 이유도, 명분과 역할도 달랐다. 물론 이들이 지원한 각 후보들의 성적도 달랐다. 그럼에도 모두 각개약진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동안 당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친노세력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 전대이니 만큼,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이들의 분열된 모습에서 가까운 미래에 닥칠 우리당의 변화를 점치고 있는 시각도 있다. 친노직계 인사들의 흩어짐이 곧 다가올 대선 국면 ‘제3 후보’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는 5·31 지방선거 이후 노 대통령의 탈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가운데, 급속하게 대선정국을 향해 정치권이 빨려 들어갈 것이며 특정 대선 후보, 그리고 친노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블랙홀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인 것이다.


# 노무현 집권 4년차 당정청 핵심요직 친노인사 전면 배치

노무현 정권 3주년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집권 4년차를 이끌어갈 핵심 포스트군이 그 진용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와 부처의 변화의 흐름을 볼 때 노 대통령의 검증을 거친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는 것. 이에 정치권에선 집권 후반기 결국 노 대통령의 측근그룹 중심으로 친정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레임덕 방지와 퇴임 후를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요직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4년차를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던 문재인 민정수석과 김병준 정책실장의 유임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정비서관으로 출발했던 이호철 국정상황실장과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의 건재함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내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총리’ 이해찬 총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흐름은 정동영·김근태 입각 주자들이 당으로 복귀한 이후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실용파’로 분류, 외교라인에서 갈등을 빚어왔음에도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통일부 장관에 발탁된 것을 비롯해 유시민·이상수 장관의 전격 기용도 이러한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