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 만들 터”
2004-10-01 홍성철
- 17대 국회는 물갈이 폭이 많았습니다. 개원 3개월간을 간략하게 평가하신다면.▲17대 국회는 역대 국회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처럼 여야간에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투쟁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색적인 비방, 모욕, 욕설은 거의 없어졌고, 물리적인 충돌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또한 국가 발전과 민생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열심히 공부하는 국회가 되고 있습니다. 의원들의 연구모임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분야에 51개나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모임이 의정활동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17대 국회가 격식과 특권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는 평입니다. 의장께서는 임기초반이지만 16대 국회와 17대 국회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대단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변화가 17대 국회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나 정당에서 국회로 바뀌고 있습니다. 17대 국회는 모든 국정을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하고 걸러져 합의를 도출하는 민의의 전당이자 용광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 가졌던 국회의원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명패를 한글로 바꾸고, 국회의원 전용엘리베이터를 없애며, 모든 회의를 정시에 여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국회를 질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 임기 2년의 국회운영 목표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요.▲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세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 것입니다. 국회는 더 이상 ‘정쟁의 장’이 아니라 국익과 민생을 위한 선의의 ‘정책경쟁의 장’으로서 위상을 확립하도록 해나갈 것입니다.저는 17대 국회 개원사에서 17대 국회의 과제를 다섯가지로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첫째 여야가 상생하는 국회, 둘째 중단없는 개혁을 추진하는 국회, 셋째, 자기발로 서는 자주적인 국회, 넷째 민생을 돌보는 현장중심의 일하는 국회, 다섯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 상생국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상생정치를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인정해야 합니다. 야당은 현재 여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당은 절대 안정의석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야당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협상에서 어느 일방의 완벽한 승리는 없습니다. 또한 모든 협상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협상테이블에서 얘기하는 것과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상반되어서는 상대방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의장인 저부터 진정성과 신뢰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의장이 여야를 초월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회운영을 해 나가지 않으면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국회 개혁방안에 대해 고민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 개혁이 절실하다고 보시는지요. ▲여야간에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제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7대 개혁과제로 정리해서 7월 중순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지금 국회는 입법기능이 취약합니다. 국회의 입법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17대 국회에 와서 3개월 동안 국회의원 입법안이 16대 동기에 비해 4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바람직한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입법지원처를 신설하고, 의원 입법활동과 정책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투명하고 공정성 있게 운용해 나가겠습니다.
- 국회 윤리특위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일하는 국회를 위한 7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본연의 위상과 권능을 찾지 못했으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 앞에서 솔직한 고백일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각계각층의 신망있는 관계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부인사의 참여를 허용하되, 의결권은 국회 상임위원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윤리특별위원회 공청회가 진행중에 있으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개선 방안들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현재 정치권이 국보법, 과거사 문제 등이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국가보안법 개폐논의, 과거사 진상규명문제 등으로 여야간에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야 내부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과거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당론을 정하기도 어렵고 의원 개개인들의 주장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당에서 내부적으로 조정과정을 더 거쳐야 할 것이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치적 명분을 축적해 가는 과정을 진행중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국회의장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바라보는 국보법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21세기 들어선 지금 우리는 과거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돌아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정권시대를 지나오면서 꼭 기억되어야 할 일들이 잊혀지기도 하고 사건의 진실이 왜곡되어 알려진 것도 많습니다. 민주화가 되면서 많은 사건들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반드시 사실규명과 함께 재조명되어야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17대 국회와 정치인에게 주어진 큰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이러한 모든 현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용해시키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용광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합니다. 17대 국회는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원내 교섭단체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장께서는 이같은 교섭단체 요건완화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요.▲민주노동당이 제 3당으로 원내에 진입한 것은 그동안 소외되어온 사회적 약자를 다른 정당들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또 정치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행 국회법상 원내 교섭단체의 자격요건에 미달하여 국회활동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같은 입장에서 갖는 고충을 이해합니다. 다만 이 문제는 여야간에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의장으로서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 지난 16대 국회때 남북 의원회담 등이 추진되기도 했는데 재임 기간중 남북관계 완화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저는 취임사에서 17대 국회는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세가지 방향에서 일을 추진하려고 합니다.남북국회회담 추진과 남북간 의원교류 활동 확대, 그리고 남북간 화해와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특히 법과 제도의 정비는 남북관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는데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구체화하는 것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 남북간 협력사업들이 성과있게 마무리되려면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입니다.
- 추석 명절은 어떻게 보낼 계획입니까.▲17대 정기국회기간 중입니다. 고향인 정읍에 내려가 성묘하고 차례를 지낸 후 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