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담보로 ‘승부수’ 던진다
2006-01-17 이금미
한편, 강 전장관의 행보는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마를 준비중인 후보들 외에 외부 수혈이 이뤄질 것인가도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중이다.열린우리당 인재발굴기획단장인 김혁규 의원은 최근 강 전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본인도 하도 언론에 보도가 많이 돼서 마음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 “지인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권유를 계속해서 설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탈환을 위한 필승카드라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현재 여당의 의지이다.
육탄전 선거 버티기 힘들어
여당의 경우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의 이계안 의원과 당 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 등 2명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차기 서울시장감 1위를 독식해온 강 전장관이 나선다면, 여당 후보군의 지각변동은 물론 그 여진이 한나라당에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여당 내에서도 강 전장관의 “생각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다”는 답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례적인 답변으로 출마에 뜻이 없다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등 여론이 양분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우선 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치경험이 없는 강 전장관이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선거관행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고사해 왔다는 것을 지적했다.
강 전장관은 김 의원의 요청에 “나는 정치인 탤런트(재능)가 없다”고 답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그러나 지지율 하락과 지방선거 후보 부재 등 본선도 치르기 전에 흥행실패를 예고하고 있는 현 여당이 처한 상황을 모른척하지 않고, 강 전장관이 의미 있는 선택을 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오는 5월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2007년 대통령선거, 2008년 총선 등 노무현 정권의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정치행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방선거일이 많이 남았음에도, 각 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25명의 기초단체장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 인지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결정적 순간 구원 투수 등장
지난해부터 강 전장관이 차기 서울시장감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도 여권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크게 앞서는 가운데 강 전장관의 선전은 그의 도전을 부추기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그가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나,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여권 색깔이 짙음에도 차기 서울시장감 1위에 오르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권에선 강 전 장관의 경우 결정적 순간에는 노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에서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공을 들였던 박세일 전의원,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은 한 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열린우리당 후보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 구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당내에서도 우세하다. 서울시장 후보들 진영에선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지만, 강 전장관이 투입된다면 한나라당 역시 전략공천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순-고건-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역대 서울시장의 이력, 그리고 판사, 변호사, 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강 전장관의 이력은 한나라당의 깊어가는 고민을 대변하기도 한다.
서울시민은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서울시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타 광역단체장 선거와 관련, 당내 현역 의원들이 대거 도전을 선언하고 있으나 그런 와중에도 외부인사 영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내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공회의소 건물 2월 입주
‘중량감’과 ‘비정치인’이라는 조건이 외부인사 영입을 요구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 출신 거물급 인사로 경선을 치른다면 본선은 물론 대선까지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도 개입된다. 서울시장을 두고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그리고 있는 여야의 복잡한 계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강 전장관의 최종선택이다. 이쯤에서 2006년을 맞아 그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새해맞이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지평은 최근 증축 및 리모델링을 마친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로 이사할 예정이다. 오는 2월 입주 예정인 새로운 공간은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이와 맞물려 강 전장관의 서울시장 도전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바로 서울시청이 아주 가까이, 또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 정동영 전통일부장관 ‘가르마’ 왜 바꿨을까?
정치인의 이미지 변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보톡스 주입’과 ‘쌍꺼풀 수술’은 그동안 ‘쉬쉬’하던 정치권 남성의원들의 외모 가꾸기에 촉매제가 됐다.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신은 때론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으로 비치기도 한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이미지에 변화를 준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본인이 고집스럽게 집착하던 부분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군다나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견은 물론 자신감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종 선거를 앞둔 지난해부터 출마를 준비하는 남성의원들 중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이 부쩍 늘었다. 매끄럽지 못한 피부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면 ‘박피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잡티와 점, 그리고 주름제거 수술 앞에선 일시적으로 피부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컬러로션’은 비밀도 아니다. 게다가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듬성듬성한 눈썹도 메워 그린다. 방송을 아는 정치인들은 번들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우더’도 사용한다. ‘라식수술’을 받은 의원들도 상당수다. 17대 개원 후 벌써 상당수 의원의 얼굴에서 안경이 사라졌다. 이미지 변신에 ‘다이어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선보인 그의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도 ‘박진감 있는 돌고래 다이어트’. 3개월 만에 체중 18㎏을 줄이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상황이 이러하니 머리모양을 바꾸는 일도 다반사다.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을 염색했다. 가발을 착용하는 남성의원도 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부분가발을 착용하고 있는 모 의원은 “콤플렉스 중 하나를 해결했다”면서 “머리모양이 변했다고 지적하는 동료 의원들도 있으나, 개의치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쯤 되면 웨이브 파마는 애교로 통한다.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각인되기를 바라는 몇몇 의원들은 지난해 파마에 도전했다. 이번 ‘개각 파문’의 주인공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도 지난 200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웨이브 파마를 하고 유권자 앞에 첫선을 보였다. 또 김근태 전보건복지부장관 역시 뒷머리를 약간 들어올린 ‘아톰머리’를 선보이면서 운동권 출신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기를 노리는 대권주자가 ‘가르마’의 위치를 바꿨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강한 의문점이 남는 이유는 바로 당 복귀 시점과 맞물려 정동영 전통일부장관이 기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3:7 가르마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는 3:7 가르마로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원외인사지만 전당대회 당의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복귀 인사차 국회 의원회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달라진 외모에 뒷말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가르마의 위치’와 ‘차기 대권’ 사이에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이에 정 전장관의 한 측근은 “방송 앵커들의 고민 중 하나가 뜨거운 조명 때문에 머리카락이 많이 손상되는 것”이라면서 “기존 가르마 앞부분의 이마가 훤해 이를 가리기 위해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