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시기되면 그때가서 결정할 것”

2004-11-19     홍성철 
민주당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6월 재보선에 이어 10·30 재보선 때도 호남권에서 승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당사를 찾는 민원인 등 손님도 부쩍 늘었다. 민주당이 최근 당사를 마포구로 옮기기로 한 것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동시에 재건 플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화갑 대표는 당 추스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 번의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지속적으로 당세를 확장시킨다는 게 한 대표의 민주당 재건 복안이다. 12일 여의도 민주당 대표실에서 한 대표를 만나 전당대회 연기 배경, 합당론, 차기 대권구도 및 역할론 등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들어봤다.

- 민주당 전당대회가 내년 6월로 연기된 것을 놓고 당내에 잡음이 적지 않은데 연기 배경은 무엇입니까.▲전당대회는 당원단합과 새출발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일 중요한 건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문제입니다. 현재 당비를 내는 대의원은 8,500여명에 불과합니다. 또 당원들의 지역적 분포도 편차가 너무 심합니다. 서울과 광주권 당원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의원 자격과 조건, 모집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당내 사정을 감안해 대다수 중앙위원들이 내년 상반기로 전대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 당 일각에서는 전대 연기 배경에는 한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꼼수가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은데요.▲인터넷상에서 일부 비난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로서 이런 비난을 받으면서 그런 고생을 해야 되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민주당 재건에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비난을 받고 해서 누구든지 대표할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까지 했습니다. 물론 신중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심사를 표현했겠습니까. 저 또한 비상대책위를 통해 당 대표에 오른 만큼 하루 빨리 전대를 열어 혼인신고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 지난 6월 재보선에 이어 10·30 재보선에서도 호남권에서 승리해 당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실제로 호남권 민심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다가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 후보 두명이 모두 당선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감과 지난 4·15총선때 우리(호남)가 키워온 민주당을 너무 괄시했다는 반성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 민주당만이 우리의 정치적 정서와 민의를 대변할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확인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 민주당 재건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특별한 복안이라기 보다는 재보궐 선거 때 훌륭한 후보를 내서 당선시키는 일 밖에 방법이 더 있겠습니까. 선거만 있으면 후보를 낼 것이고 그 몫은 우리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내년 4월을 기점으로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한 후 원내교섭단체(20명)를 구성하는 등 당세를 확장시키는 게 민주당의 지향점입니다. 또 국회에서는 비록 9명이지만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과 민생을 돌보는 등 적극적인 의정활동에 임할 것입니다. 이번 국정감사를 마치고 언론이 민주당 의원 9명중 3명을 국감스타로 선정했다는 사실은 소속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수도권에서도 자신합니까.▲물론 해봐야 알겠죠. 하지만 호남권에서의 지지도 상승은 수도권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민주당 지지층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퍼져있는 같은 성향의 벨트인 만큼 호남권에서의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수도권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정치권 주변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론 등 정계개편론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열린우리당이 어려울 때마다 합당론이 불거지는 것 같습니다. 늑대가 나온다는 말도 처음은 통할지 모르나 세 번 네 번 나오면 신빙성이 없는 것 아닙니까. 합당이니 통합이니 하는 말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차기 대권구도를 전망하신다면.▲정치적인 것은 예측이 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게 있습니다. 실례로 92년과 97년 대선때는 각각 YS와 DJ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했지만 2002년 대선은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 3년후 일이니까 1년후쯤 본격화되지 않겠습니까.

- 정치권 일각에선 한 대표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른바 ‘한화갑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정치인의 사명은 높은 도덕성과 좋은 정책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쟁에서 이겨야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부각은 시대와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하고 여건도 갖추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대권구도를 논할 환경이 모든 결정을 좌우할 것입니다.

-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직접 대권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대권에 대한 한 대표의 솔직한 의중을 듣고 싶습니다.▲학생이 학교 다닐 때 1등하기를 바라지 누가 2등을 바라겠습니까.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DJ 적자’라는게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았습니까. 결과론이지만 중도에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적잖게 후회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본격적으로 대권을 논의할 시기와 환경이 조성되면 그때 결정할 것입니다.

- 어제(11일) 노무현 대통령이 ‘100년 정당’을 언급했는데요.▲민주당이 50년 전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현 민주당 창당은 2000년입니다. 5년이 채 안된 셈이지요. 그렇지만 민주당 역사는 자민련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사람이 백살까지는 살 수 있겠지만 정치환경이 100년 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말한 노 대통령은 자신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른바 ‘DJ 역할론’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김대중 전대통령이 초당적 입장에서 충고를 한다든지 대안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북특사 문제는 노 대통령이 얼마나 김 전대통령에게 남북문제에 대한 전권을 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김 전대통령이 특사로 가장 적합하면서도 노 대통령에게는 버거운 인물일 것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입니다. 북한측도 대화를 통해 해결되는 특사를 원하지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의 특사는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 최근 DJ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지난 11월초 DJ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만나뵌 적이 있습니다.

-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명랑하시고 말씀도 잘 하셨습니다. 80대임에도 옛날하고 똑 같습니다.

- 민주당 재건 과정에서 DJ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물론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민주당의 짝사랑에 불과합니다. 김 전대통령은 정치에 관여 안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재보선 끝나고 찾아 뵈려고 했지만 정치에 관여않겠다고 해서 거절당했습니다.

- 서운하지는 않습니까.▲섭섭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다. 데모를 할 수도 없고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