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동안 무려 51건 대표발의 “일하는 국회의원 될 것”
2006-01-04 이금미
“법률전문가로서 위헌판결을 받은 법안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개정하는 작업에 매달려왔다. 위헌판결을 받은 법안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판결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17대 국회 초기에 60~70개 법안이 방치돼 있었다.” 서울대 법대 졸업(85년), 사법고시(28회·86년) 합격, 법무관 제대(92년) 이후 경기북부지역 노동·시국사건 전문 변호사로서 또 시민·환경운동가로서 지낸 지난 세월이 있기에 ‘법’은 정 의원에게 언제나 특별한 존재다. “국회법제실에서도 자주 지적하는 사항이지만,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하는 법률은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회는 정부에 위임하는 선에서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집중하다보니 법안 발의건수가 많아졌다.”정 의원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법률은 ‘대학교원기간제임용탈락자구제를위한특별법’이다.
2004년 10월 발의, 벌써 7명의 교수가 구제를 받았다. 제대 직후 왜 바로 변호사를 시작했는지에 대해 묻자 “가난했기 때문”이라는 즉답. 정 의원에겐 경원선을 타고 통학했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고달픈 서울 유학생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난한 사람은 공직생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으면 부정부패에 물들기 쉽다는 판단이 섰다. 또 좌절과 방황으로 얼룩진 학생운동의 경험이 시민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의 길로 안내한 것 같다.” 그는 92년 의정부 법원 앞에서 변호사를 시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회원으로서 경기북부지역의 시국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한편, 각 지역을 찾아다니며 무료법률상담에도 나섰다. 정 의원은 요즘 온라인게임과 관련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 법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관련업계 및 이해 당사자들간 찬반격론이 벌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임아이템 거래가 정상적 거래인가라는 논란에서부터 시작해, 정 의원 자신은 온라인게임을 못한다는 비난에 가까운 지적도 받았다.
“온라인게임을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템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몇 년 사이 거래 규모는 엄청나게 성장했고, 2006년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거래를 인정하든지, 제도적 규제 장치를 만들든지 그것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게임아이템의 법적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한편 정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미군공여지 반환과 관련, 반환 공여지의 약 40%를 차지하는 동두천의 청사진 마련에 분주하다. “기지반환 이후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주한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곧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는 것이다.
미군철수로 인한 동두천시의 경제문제는 시행령 몫이다. 조세감면, 창업자금 지원, 취업지원 등의 대안이 그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수도권 규제완화’다. 국가균형발전, 국가전체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수도권 경제력 강화 조치는 절실하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그를 비롯해 경기도 북부지역 의원들이 주장했던 ‘경기 분도’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경기 분도는 10년 전부터 고민해왔던 부분이다. 지역정서 및 발전정도에 있어 경기북부지역은 남부지역에 비해 60%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정비계획 등을 감안, 중장기적으로 접근했을 때 차기정권에서 ‘행정구역 개편’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 아무리 급해도 그‘점’은 꼭!
지방선거를 앞둔 여의도 정가의 모습은 분주하다. 우선, 여권 후보군은 이곳저곳 눈치를 보면서 물밑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들여다보지 않고는 자세한 정황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덜한 한나라당은 사학법 통과 반대 장외투쟁과 동시에 선거몰이에도 나서고 있어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역동’과 ‘고생’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지방 광역단체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서울발-OO행, OO발-서울행 고속철도 및 비행기를 갈아타느라 여유가 없다. 먼저 OO광역시 단체장에 도전하고 있는 한나라당 A의원. 그는 요즘 서울과 지방을 오가느라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엄동설한 서울 한복판에서 ‘이 정도에서 끝내려면 시작도 안했다’며, 대여투쟁 및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지도부 및 중앙언론의 ‘눈’에 ‘도장’이라도 찍으려면 하루에도 한 번 왕복행 탈 것에 몸을 실어야 한다.
자칫 본선에 돌입하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앞선다. 인지도에서 뒤처지고 있는 후보들과, 서울 및 수도권을 노리고 있는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스킨십’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듯 한나라당 B의원은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자주 봐야 관심도 갖게 되고, 정도 싹트는 게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또한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면, 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상대 진영의 미동이라도 감지하고 싶은 마음에 ‘안테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들 바쁘다는 얘기다. 한편 이처럼 바뿐 와중에도 2005년이 저물기 전 꼭 한군데,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점(占)’집이다. 이는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후보들은 말한다. “2006년 운세! 좋아좋아.” 이럴 때만은 이구동성이다.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