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팬 이젠 옛말… 부메랑에 시달린다

2006-01-03     홍준철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해 12월6일. 황 교수가 연구하던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에는 ‘아이러브 황우석’ 소속 100여명의 여성 후원자들이 무궁화꽃을 황 교수 책상위에 갖다 놓았다.또 대한민국의 ‘한’을 상징하는 진달래꽃을 5층 입구부터 황 교수 연구실까지 70미터길이의 길을 만들어 ‘사뿐히 즈려밟고 돌아오라’는 애정도 표시했다. 무엇보다 황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격상 ‘난자’를 고리로 여성과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권력의 든든한 후원자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 촉망받는 안규리 서울대 교수, 구자민·박을순 여성 연구원 등은 대표적인 황 교수 여성 후원자들이다. 나아가 이들은 일각에서 논문 재검증을 요구받고 있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로 이제는 ‘책임론’에 휩싸이고 ‘침묵’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황 교수와 불편한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

박기영 보좌관, 교체 ‘0’순위

황 교수와 관련된 여성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단연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황우석 영웅 만들기’에 가장 앞장섰던 인물로 ‘황금박쥐’(황 교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청와대 과기보좌관, 진대제 정통부장관을 지칭)를 결성, 정부지원금 650여억원을 약속하고, 대한민국 제1호 최고 과학자상을 수여하는데 일조한 인물이다.또한 황우석 연구지원 모니터링, 황우석 지적재산권 관리팀 구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황 교수를 지원했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 둘만의 관계가 단순한 지인 사이가 아닌 그 이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하지만 황 교수의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박 보좌관은 ‘황교수가 논문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조력자에서 방관자로 변했다. 하지만 논문조작이 발표된 이후 시민단체와 야권으로부터 책임론이 일고 있어 연초 청와대 보좌진 교체에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난자 제공 여성 연구원 ‘행방 묘연’

난자 제공자로 알려진 여성 연구원은 피츠버그대에 파견나가 있는 박을순 연구원과 구자민 가천의대 생명과학부 교수이다.박을순 연구원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 4번째 공동저자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있어 핵심 기술인 난자에서 핵을 꺼내는 ‘스퀴징 핵치환법’을 개발한 연구원이다. 그러나 당시 논문에는 제1저자로 황 교수가 돼 있어 학계 일각에서는 황 교수가 박 연구원의 ‘공’을 앗아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이후 박 연구원은 김선종 연구원과 함께 피츠버그대 파견 연구원으로 나가는 등 황 교수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황 박사가 몰락의 길을 걷는 와중에도 연락이 두절돼 사실상 황 교수와 등을 돌린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2004년 논문 제6저자이자 또 다른 난자 제공자로 전해지는 구자민 연구원(현 가천의대 생명과학부 전임강사)도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구 연구원은 서울대 수의대 박사과정에 입학한지 한 학기만에 전임강사로 임용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에 학계 일각에선 교수 임용에 황 교수가 모종의 역할을 담당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잇단 충격에 망연자실

서울대 내에서도 촉망받던 안규리 교수는 서울대 진상조사위의 중간발표 이후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특히 2005년 논문 공동저자로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황 교수의 주치의이자 연구 동료였으며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로 황우석 스캔들 초반에는 황 교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적극 옹호한 바 있다.하지만 황 교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는 없다’고 밝힌 후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양상을 보였다.최근엔 서울대 조사위의 2005년 논문조작 발표, 김선종 연구원 1만달러 제공관련 의혹이 일자 침묵하던 안 교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역할에 30일 한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실을 서울대 진상조사가 벌어지면서 알았다며 그전에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그는 황 교수가 왜 이렇게 무리하게 연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또 안 교수는 피츠버그대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1만달러를 제공한 것도 황 박사가 연구원들의 치료 및 귀국이사비용으로 준 것이라며 연구원을 회유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안 교수는 동료의사들과 함께 환자를 돌보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마지막 염원을 밝혔지만 황 교수의 무리한 연구태도를 이해하거나 옹호하는 일체의 언급은 없었다.

여성팬들 ‘연구는 계속돼야’ 주장

2004년 9월 미국 뉴욕시 강력부의 최연소 부장검사에 오른 정범진씨와 결혼한 이수영 아이콜스 대표도 황 박사와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2004년 중순 이 대표는 남편 정씨의 치료를 위해 황 교수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때 황 박사로부터 연구를 위해 난자가 필요한 사실을 알았고, 그 즉시 난자 제공 의사를 밝힐 정도로 광팬이었다.이 대표가 황 교수의 연구에 감명을 받은 것은 그의 수업중에 척추가 마비된 강아지가 줄기세포 시술로 멀쩡히 걷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몰락해가는 황 교수를 보면서 벤처 업계의 속성과 비슷해 동병상련도 느낀다고 한 언론사에 밝히기도 했다.황 박사의 몰락이후에도 아이콜스 사옥에 난자기증재단을 설립해 장애인 가족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이 대표는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그는 아이러브황우석 팬카페로부터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1천여명의 기부자 명단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 물의빚은 여당 ‘2006 지방선거 종합매뉴얼’노골적이고 구태한 정치교육 ‘개혁’ 이미지 퇴색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오는 5월 실시되는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에게 배포한 ‘2006지방선거 종합매뉴얼’ 책자가 논란을 빚고 있다.일요서울이 입수한 이 책자는 총 380P 분량으로 지방선거 기본전략과 선거운동방법, 선거 실전매뉴얼, 정치자금 및 선거비용 회계실무 등 예비후보자들이 익혀야 할 이론과 실무가 총 망라돼 있다.논란의 핵심은 집권 여당이 당 공천을 좌우할 주요 수단으로 ‘언론사업’ ‘지역대중사업’ ‘상층부사업’을 꼽았다는 점이다.책자에 따르면 “언론사업은 ‘중앙정치무대’에서 후보자의 인지도를 급상승시킬 수 있으며 ,후보자의 상품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며 “언론사업은 ‘언론홍보사업’과 ‘기자관리사업’으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언론홍보사업은 ‘기자들에게 후보자 알리기(언론보도자료 배포)’ ‘공천 유력자 명단에 이름 오르기’ ‘기사거리 제공’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후보자를 알려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기자관리사업은 “지역행사들을 통한 친분있는 기자인맥을 중심으로 기자 풀(pool)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후보자의 상품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사업이므로 기자들을 만날때는 후보자 자신의 분명한 소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역대중사업은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사업과 조직사업으로 공천 전 당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지도와 지지도 제고 사업으로 분류했고, 상층부사업은 당 지도부 및 공천심사위원로비사업과 당내 여론형성사업의 ‘당사업’과 공천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 줄 수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지지풀 형성’ 작업이라고 정의했다.여당은 이러한 매뉴얼을 구랍 26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소집된 당 의원 및 중앙 위원 워크숍에서 배포했다. 하지만 이 책자 일부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정치권에 적잖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한나라당은 “기자를 조종하고 언론을 조작하려는 지침”이라며 “언론에 대한 현정권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구랍 27일 브리핑을 통해 “기자관리·공천로비 권고·사조직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열린정책연구원의 이 매뉴얼은 여당이 지방선거에 대비해 후보 예정자들에게 보낸 사실상의 교본”이라며 “자유당 시절에도 이렇게 노골적이며 구태스런 정치교육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에 나가는 정치초년생에게 여당은 어쩜 이렇게 못된 것만 골라 가르칠 수 있느냐”며 “정치후퇴이자 반민주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꼬았다. 상층부사업과 관련해서도 이 부대변인은 “상층부사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듣는다”며 “민주방식에 의한 경선 안내가 아닌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에게 로비해 지지 세력을 만들라는 말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은 27일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06 지방선거 종합매뉴얼’은 정식 발간 이전에 당내 의견을 수렴해 소량 배포한 시험교정본”이라며 “여기 실려 있는 내용은 집필자들의 개인적 초안일 뿐, 우리당과 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매뉴얼에 정세균 의장의 인사말과 임채정 열린정책연구원장의 발간사까지 게재돼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시험교정본’이라는 해명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또 열린우리당은 매뉴얼 일부 내용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배포했던 책자를 전부 회수해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책자 앞면에도 ‘폐기처분용’이란 글자가 또렷하게 적시돼 있다.따라서 그동안 언론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을 기치로 개혁이미지를 부각시켜온 열린우리당의 이중적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