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는 ‘여자’보다 부드럽다?
2005-06-07 김정욱
2년차 검사로는 파격적인 보직
검찰 사상 ‘첫 공보담당 여성 검사’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그는 “검찰을 홍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맡은 임무에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69년 서울출생인 장 검사는 집안 사정으로 부산에서 중·고교를 나와 서울대 언어학과를 진학했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한 후 이듬해인 92년부터 97년까지 제일기획에서 제품분석, 홍보 우먼으로 재직했다. 한 때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라는 동서식품의 커피 광고 문구는 그가 참여했던 작품. 이 광고에는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출연했다.지난 96년 결혼한 장 검사는 이듬해에 퇴사했다. 그가 사법시험을 생각했던 것은 제일기획을 퇴사한 후인 97년.
그는 “앞날이 창창한데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99년부터 본격적인 시험준비에 들어간 장 검사는 2년만에 합격했다. “무척 힘들었다”는 게 그의 회상. 한살박이 아이가 있는 주부가 고시공부를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학원과 독서실에만 있었던 그에게 휴일이란 없었단다.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다행히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던 남편은 누구보다도 사시공부를 하는 아내를 이해했다. 또 친정어머니는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을 도울 수 있는 방안으로 손자를 돌봐줬다. 힘든 공부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2년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강릉지청 형사부로 발령을 받았다.
남편과 친정어머니 내조 큰 힘 돼
강릉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장 검사는 소년범들이 가장 마음 아팠다.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손님들의 옷장에서 지갑 등을 훔치다 특수절도로 잡혀온 청소년들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검사로서 무력함도 느꼈다”고 말하는 장 검사에게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따뜻한 이웃으로서의 포근함이 배어 있었다.이제는 대검찰청에서 검찰 홍보를 하게 된 그는 “대부분 검사라고 하면 딱딱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검사들도 알고 보면 부드럽고 친근한 사람이다”며 “검찰도 서비스 기관인 만큼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검찰이미지 쇄신에 우선 주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장 검사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통해 검찰을 홍보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본만화인 <검사 마루초>, <검사는 아무나 하나> 등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검사들도 얼마든지 드라마, 만화 등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며 “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이 제작돼 나온다면 자료제공 등 적극적으로 모든 지원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영화·만화 등 통해 이미지 바꿀 터
현재 대검찰청에는 장 검사를 포함해 이옥(42·사시 31회), 박계현(42·사시32회), 박소영(35·사시 37회) 검사 등 4명의 여성 검사들이 있다. 여성 검사들은 모이면 주로 뭘 할까. 여성들의 모임 하면 ‘수다’를 많이 떠올린다. 여성검사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수다의 내용 역시 다른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장 검사는 “여성 검사들이 모이면 업무에 관련된 얘기도 하지만 주로 남편, 자녀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해 검사이면서도 평범한 주부임이 엿보였다.
그는 어느덧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일이 너무 바빠 평일에는 아들을 제대로 볼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로서 최선을 다 하기 위해 그는 휴일이 되면 하루 종일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장 검사는 “갑자기 공보 담당의 업무를 맡게 돼 아직은 미숙하지만 검찰 홍보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검사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겠다는 장 검사의 말속에는 왠지 포근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