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영춘 vs 김근태-임종석 러닝메이트 카드 급부상
2005-12-13 이금미
그렇다면 정·김 장관의 필승전략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유력 40대 기수와 손을 잡지 않겠냐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차기를 꿈꾸고 당 복귀에 나설 정·김 장관이 과연 누구를 낙점 대상으로 물색하고 있는지 추적해 봤다. 정·김 장관에 있어 내년 2월18일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연말연초 당 복귀 및 당의장 출마로 대선 레이스의 가닥을 잡은 가운데, 대선 경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한 사람은 대권주자로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한 사람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빅이벤트’ 부담
그러나 승자의 깃발을 꽂기 전에 이들 앞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대국민 지지도 및 이들 개별 주자들에 대한 인기도를 합쳐도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큰 고민이다. 긴 대선 레이스를 감안한다면 전당대회를 ‘빅이벤트’로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의장 필승전략 시나리오가 무엇인지에 숨을 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흥행에서도, 당의장 당선에 있어서도 상대 후보에 밀리지 않을 빅카드는 무엇일까. 정·김 장관 주변에선 이른 바 ‘러닝메이트 승부수’가 제시되고 있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의 입을 통해 등장한 ‘40대 기수론’이 그 접목 대상이다.
새로운 얼굴의 등장을 알리는 40대 기수론의 성공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현여권의 상황을 정·김 장관이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따지고 보면 이는 김 특보 자신을 위한 당권 도전의 명분이었음에도, 40대 기수론은 내년 전당대회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 정치사에서 40대 기수론이 실패한 사례가 없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전당대회용으로 등장한 40대 기수론이 여권의 경계를 넘어 한나라당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은 차기 대선구도에 심상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하나의 지류(支流)에 불과했던 40대 기수론이 2007 대선 본류(本流)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여야 각 대선캠프의 분주한 계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非정동영’ 축 단합 움직임
이같은 정황상 정·김 장관은 당의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40대 재선그룹과 러닝메이트로서 흥행 및 차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가까이에는 주요 당직 및 지방선거, 멀리에는 차차기를 담보로 한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같은 러닝메이트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우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력재편 현상이다. 이들의 당 복귀가 결정된 지난 10월 국회의원 재선거 직후 우리당 각 계파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먼저 우리당의 현주소, 그 안에서 정 장관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다. 당 복귀를 앞두고 당내 세확산에 주력해온 정 장관의 세가 증대되면서, 친노직계와 친김근태계 의원들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재야파를 중심으로 한 친김근태계는 물론이고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직계 인사들의 ‘정동영 견제’가 감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당 일각에선 ‘친정동영계’냐 ‘비정동영계’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단합 움직임이 비정동영계와 친정동영계로 양극화한다면 대권 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물론이다.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 직후 ‘문희상 체제’를 주저앉히고 입각 주자들의 당 복귀에 불을 지핀 세력이 친김근태계라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친정동영계는 이에 동조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친김근태계가 당·정·청 쇄신에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와중에도 친정동영계 인사들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친노직계와 친김근태계는 이질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김근태라는 우산 아래 모일 수 없어 ‘정동영 대선가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는 것은 아니다.
최대계파 내부 분열 저지
그러나 비정동영계를 축으로 한 단합이 전당대회는 물론 우리당 역학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있다. 여권 한 핵심인사는 “정 장관의 세 증대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김근태가 아닌 비정동영이라는 깃발 아래 집결할 인사들도 상당수는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과 달리 원내인사가 아닌 그가 당의장에 선출되지 못한다면, 지방선거 전까지 변방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전당대회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는 40대 재선그룹 중 당 의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정 장관에겐 적신호일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엔 정 장관과 당내 지지세력이 겹치는 의원도 있다. 바로 민주당 시절 정 장관이 주도한 ‘정풍운동’에 조력자로 나섰던 송영길 의원이다.
‘국회의원’으로 복귀하는 김 장관이지만 40대 재선그룹의 위협 앞에선 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대협의장 출신인 임종석 의원의 경우도 재야파 및 386 그룹에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에서 탈당, 신당 과정에서 우리당에 합류한 김부겸 김영춘 의원도 정·김장관과 지지세력이 겹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부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로서 친노직계 인사로 분류할 수 있으나 ‘운동권 야전사령관’이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야파와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영춘 의원은 일찌감치 정 장관계로 분류돼 왔다. 정·김 장관과 지지세력이 겹치는 40대 재선의원과의 러닝메이트 승부수,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은 김영춘 임종석 의원이다.
# 탄력받은 여당 ‘40대 기수론’한나라당에선 약발 안 받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40대 기수론’ 띄우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여당의 40대 기수론이 당 복귀를 앞둔 차기 주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탄력을 받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에선 시작 단계부터 맥을 못 추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당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같은데 40대 기수론을 받아들이는 데 온도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우리당은 낮은 당 지지도가 꼽힌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유력 차기주자들까지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새로운 얼굴이 당 간판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40대 기수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영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우리당은 현재 40대 의원이 약 60여 명에 이른다. 총 의석수 중 40%에 달하는 수치다.
당내 40대 재선의원만 해도 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송영길 유시민 안영근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게다가 이들은 ‘40대 재선의원 모임’을 결성, 일찌감치 결속력을 다져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당 지지도가 5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지도부의 리더십, 개별 의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굳이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40대 기수론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이 “20~30대를 넘어 40대를 끌어안아야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시대정신을 반영해 40대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도, 특정 연령대를 지칭하는 것은 오히려 당내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역공에 힘만 실린다. 40대 기수론이 한나라당에서 겉도는 이유는 또 있다. 우선 한나라당 40대 그룹은 약 40여명으로 여당에 견줘 운신의 폭이 좁다.
또한 이들이 지금까지 당권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새정치수요모임과 국가발전연구회 소속으로 양분돼 활동해 왔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당내 40대 재선 이상의 의원들에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권영세 권오을 임태희 김영선 심재철 의원 등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한나라당은 내년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다. 일찌감치 대권을 포기하고 당권에 뜻을 둔 중진의원들의 40대 기수론 견제가 상당하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