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철학빈곤이 사회빈곤 확대 재생산”

2005-10-10     왕성상 뉴시스 편집국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60)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대표이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함께 제3당의 사령탑으로 정가이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까닭이다.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연정 제의’ 거부로 민노당, 민주당 등 야권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정치인이어서 그런지 국민들 관심 또한 한층 더 높은 것 같다.“노 대통령은 연정을 제안하면서 실제로 하고 싶은 건 지역주의 타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진심은 연정이 아니라 선거제도개혁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문제는 진정 이루고자 하는 선거제도 개혁내용이 뭣인지, 논의는 어떻게 할 것이지 등의 내용이 빠져있다는 겁니다.”김 대표는 노 대통령의 연정제의에 일침을 가했다. 민노당은 선거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노리는 본래의 의도대로 터놓고 발전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철학빈곤이 한국사회의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봅니다. 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선 거의 빠뜨리지 않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주장했습니다만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눈높이를 낮출 것을 권고합니다.”올여름 북한방문 이후 후속조치, 정부의 ‘8·31부동산대책’에 대한 견해, 지역신문지원 확대방안 등 김 대표의 얘기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바쁜 가운데서도 음악을 좋아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길 즐기는 그를 서울 여의도동 14-31 한양빌딩 4층에 있는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국정감사 등으로 바쁘실 텐데 요즘 근황과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부터 듣고 싶습니다.▲최근 민주노동당(약칭=민노당)은 ‘무상의료’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키기 위한 지도부 전국순회를 했습니다. ‘무상의료’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자 헌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또 지난 8월엔 역사상 첫 남북정당교류를 위해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방북 성과들을 모아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선 반드시 개혁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게 적극 힘쓸 겁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개혁과제들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뭣보다 지난해 총선으로 처음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을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내진출 이래 부족한 점도 많이 보여드려 송구스럽기도 합니다만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애정 어린 질책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국민들 사랑에 보답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민노당은 더 열심히 뛸 것입니다.

-북한방문 뒤 이어지고 있는 대북관련 조치사항은.▲우선 우리 민주노동당과 북한 조선사회민주당 간의 교류 폭과 질을 확대하고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남북간 정치교류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7·4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을 제도화함으로써 교류의 전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남북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6·15 공동행사준비위원회(약칭=공준위)’에 각 정당들이 정식 참여, 북쪽과의 통로를 확보하는 겁니다. 지금 공준위엔 민주노동당만이 정식 참여하고 있고 다른 당에선 몇몇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각 당의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일들을 성사시키기 위해 민노당이 해야 할 일들은 아주 많습니다.

-올들어 지금까지의 의정활동 결산과 남은 기간 당 운영방향은.▲지금까지는 국회의 권위주의적 모습 등 정치구태를 개혁하고 제도권에 적응하는데 힘써왔습니다. 100% 만족하지는 않으나 이제부터 본격 행보를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정도의 활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민생의제를 중심으로 민노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적극 펼쳐갈 겁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 마련,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실현키 위한 1단계 무상의료관련 법안 제정과 개정,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마련,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법안들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보면서 국민들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정기국회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아울러 민노당은 2012년엔 집권당으로서 국회의원을 최소한 50명은 배출할 겁니다. 그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할 각오이고요.

-이번 국정감사에서 중점을 둔 내용과 쟁점들은.▲국정감사의 방향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공공성 실현에 뒀습니다. 지난 DJ시절 5년과 참여정부 3년의 신자유주의정책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파탄 냈는지, 그 폐해와 양상들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로 양극화 심화의 양상과 원인에 대해 나름대로 밝혀냈고 신자유주의가 우리사회의 대안일 수 없음을 밝혀내는데도 역점을 뒀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대안적 문제제기를 통해 민노당의 핵심정책들을 제시했으며 실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실태도 낱낱이 드러내 서민들 편에 서서 국정감사를 벌인 겁니다. 세금, 금융, 교통, 주택, 환경 등 우리 실생활에 직결된 분야들이 그것입니다. 특히 삼성그룹 등 재벌기업들에 대한 문제점들도 과감히 파헤쳤고요.

-국감에 이어 본격화될 정기국회 때 당 차원에서 관철시킬 주요 법안과 대정부 요구안은.▲이번 정기국회의 핵은 X파일과 관련된 특검법 및 특별법이 될 겁니다. 부동산투기대책, 국정감사, 예산안 처리, 대법원장 임명,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비정규직 관련법안 등이 중요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민노당은 민생의제에 대한 정책적 준비와 실천을 매개로 정기국회를 이끌어갈 겁니다. 실제로 민생의제엔 국민기본권 보장 5대 과제(건강권, 주거권, 가계부채·신용불량자, 에너지· 수도· 통신권 보장, 교육 · 급식권 보장)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8대 법안,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이 있습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개정 등에도 온 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의’에 대한 견해는.▲노무현 대통령은 연정을 제안하면서 실제로 하고 싶은 것은 ‘지역주의 타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선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노대통령의 진심은 연정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고 여권에선 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노 대통령은 ‘선거제도개혁을 위해서 연정을 제안하고 심지어는 권력까지 내 놓겠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진정 하고자하는 선거제도개혁 내용이 뭣인지, 논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내용이 구체화되면 형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민노당은 선거제도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같이 고민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습니다. 풀어야 할 당면과제와 대안은.▲참여정부의 철학 빈곤이 한국사회의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자유주의정책 남발에 따른 사회양극화 확대와 빈곤의 대물림은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 버리지 못한다면 지금 같은 추세는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선 거의 빠뜨리지 않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주장했습니다만 립 서비스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눈높이를 낮추고 자본의 입장에서 서민을 ‘배려’하려 하지 말고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우리사회를 바라볼 것을 권고합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법안의 문제점들이 훤히 잘 보일 것이고 쌀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이유도 깨닫게 될 겁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취한 ‘8·31부동산대책’을 평가해주신다면.▲정부는 8.31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투기는 ‘선언’으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토지주택공개념 도입 등 투기를 뿌리 뽑을 근본책으로만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8.31대책은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 일부 긍정적 대책이 포함됐음에도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대책으론 턱없이 부족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8·31대책조차도 국회입법과정에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입니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하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의 상생정치를 부르짖는 행태를 볼 때 8·31대책에 대해서조차 기득권세력의 입장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수구보수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입법절차를 거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노당은 부동산투기 원인이 된 정부정책의 잘못과 책임을 분명히 규명하는 작업을 함께해서 정책의 책임성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신문(지방일간지, 주간지 등) 지원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풀뿌리언론이라 할 수 있는 지역언론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많은 요구들이 있었고 이런 노력들이 지역신문특별법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 특별법으로 해결되기엔 지역언론의 실정이 너무도 열악한 것 또한 냉정한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번 특별법을 통한 지원규모도 현실적으로 너무 협소하며 지역언론이 필요로 하는 재무·유통구조개선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합니다. 민노당은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근본적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신문발전위원회의 신문발전기금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 지원체계가 필요합니다. 당장은 적은 액수지만 지역신문에 실질적 수혜가 돌아갈 수 있게 지역언론노조와의 소통을 통해 효율적 배분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평소 건강관리, 취미생활, 친한 벗 등을 소개해주신다면.▲건강관리는 특별히 하는 건 없습니다. 가리는 음식이 없고 잘 먹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등산을 자주 했습니다만 무릎수술 후 좀 뜸 합니다. 딱히 취미라 할 것은 없습니다만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흥겨운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음악은 장르구분 없이 좋아하고요. 벗이라면 과거 천주교 도시빈민회 활동을 같이 했던 지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결코 넉넉지 않은 삶을 살아왔습니다만 누구보다 마음이 부자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친하게 만나는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있지만 실명을 드러내려면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행사의 뒤풀이 때나 각종 모임의 단합을 위한 만남 때 즐겨 부르는 애창곡은.▲흥이 나면 ‘옛 시인의 노래’ ‘사노라면’을 부릅니다. 이런 노래들은 의미도 있고 부드러워서 좋아합니다. 더러 시위 땐 ‘투쟁가’ 등도 함께 불러요. 노래는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면도 있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도 합니다. 저는 목소리가 큰 편이어서 노래를 할 땐 크게 부릅니다.

-남들로부터 듣는 별명은.▲특별히 저를 불러주는 별명이 없는 것 같아요. 편안한 스타일의 보통 동네아줌마 같아서 그런지…. 글쎄 저도 궁금해요. 별명이 뭔지. 나에 대한 별명이나 애칭이 뭔가 있긴 있을 텐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