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대책, 감성아닌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2006-09-12     홍준철 
금주의 베스트(Best) 법안 & 베스트(Best) 의원
13.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생년월일: 1948/ 7/ 8 (양력)
출생지: 경북 상주
종교: 기독교
혈액형: B
존경인물: 루스벨트
서울맹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학사)
한국맹인침사회 부산·경남 지회장
부산맹인점자도서관 관장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
부산시의회 의원(한나라당)
(현) 부산맹인복지연합회
부산지부 회장
(현) 제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한나라당)
(현) 제17대 국회 전·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지난 8월29일 여의도의 두 풍경. 국회 앞 뜨거운 보도 블록 위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들이 지난 5월 시각 장애인만 안마사를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이후 이에 대한 항의의 시위였다. 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장 시각장애인인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점자책을 더듬어가며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개정안을 제출했다. 결과는 재적 215명중 205명 찬성, 10명이 기권했고 반대는 없었다. 본회의장은 숙연해졌고 국회앞에 있던 시각장애인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정화원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격려 전화를 수없이 받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이 생명줄을 지켜줬다며 홈페이지에 글을 많이 남겼다”며 “전국에 있는 안마사 협회에서도 간담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오라고 난리다”라고 바쁜 일정을 소개했다. 본지와 인터뷰를 한 6일 역시 인천의 시각장애인들의 초청으로 시각 장애인들의 직업에 대해 의논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인명사고 날까 우려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아쉬움도 표출했다. 국내의 시각 장애인은 비공식적으로 5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그중에 고작 7천명만이 안마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이 교육이나 제도권에서 배제되고 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장애인들의 복지나 직장 등 국내 인프라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제도적 보완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시각 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안마, 침, 복술(점을 치는 방식이나 기술)에 종사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침술은 한의사가, 복술은 비장애인들이 독점하다시피 해 시각장애인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결국 시각장애인들에겐 안마는 생명이며 생존권 그 자체였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 헌재에서 내린 위헌 판결은 시각 장애인들에겐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지난 5월 헌재 판결이후 시각장애인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8월의 폭염속에 마포대교 아래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빨리 해라’, ‘다 죽겠다’, ‘뭐 하냐’ 며 호소를 할 때 답답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며 “특히 인명사고가 더 늘어날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고충도 털어놨다.


장애인 대책 ‘갈길 멀어’
정 의원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여야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해 고마움도 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참여정부 등 여전히 장애인 대책이 전무하다고 한 마디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장애인 정책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점수를 매길 정도도 못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감성적으로 도와는 줄망정 이성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도와줘야 하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권재창출? 소외계층 감싸야
정 의원은 내년 있을 대통령 후보 경선및 대선과 관련한 당내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아직은 유력한 주자들을 두고 편 가르기가 두드러져 보이진 않는다”며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아직 대선까지는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은 지 10년이 됐지만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야당으로 보지 않고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다”며 “당 역시 정권을 잡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정권을 되찾으려면 일단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며 “말로만 구호만 외쳐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으로 서민들과 소외계층에 다가가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 의원은 당내 경선과 관련,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과 관련해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돼야 객관적이라는 얘기다.




# 의료법 개정안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주역’

정화원, 아시아 최초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 수석부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진입했다.
1급 시각장애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례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피격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시각장애인 침구업 합법화운동’을 통해 장애인 인권에 눈을 떴다.
30여년간 침구사로서 지역에선 꽤 유명했다는 전언이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회장, 부산시 의회 의원,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장애인 지원 특별 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함께 ‘장애인 특위’ 발족의 주역이기도 하다. 취미로 즐기는 ‘낚시’ 솜씨는 상당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시각장애 국회의원 1호인 정화원 의원.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화원사랑’(www.flowergardenlove.or.kr)이다. 정 의원이 마련한 의료법개정안은 동료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안마사의 자격을 시각장애인 가운데 고등학교에 준하는 특수학교에서 안마 시술관련 교육과정을 거치거나, 중졸이상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안마 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수련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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