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대로 교육 정책 펼칠 수 있을 지 ‘관심’

2006-09-12     구명석 

‘평생 교육계’의 대부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병준 전 교육부 총리가 사퇴한지 25일 만에 후임 교육부총리에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충북 청주출신으로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한국 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평소 소신은 교육의 자율성 확대와 경쟁 원칙 강조로 확인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규제 일변도와 평등지상주의 교육 코드와는 일정한 편차가 짚인다. 김 내정자가 그 같은 소신을 정책에 반영해나갈지 여부를 우리는 각별히 주목한다. 취임 후 소신을 접고 코드로 돌아선 전임자들의 숱한 전철 답습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도 김 내정자의 평소 소신을 강조하며 김 내정자에게 ‘소신대로 교육 정책을 수행하라’고 당부하고 나서는 점이 김병준 전교육부 총리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산학협력관계·평생학습·인적자원 개발분야에 전문가
교육 수월성 추구하기 위해 ‘질 관리 정책’과 ‘영재교육 강화’
청와대, 신임 교육부총리에 ‘김신일 내정’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김신일(65)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김병준 전교육부총리가 물러난 지 거의 한달 만에 이뤄진 인선이다. 이번 부총리 인선에서는 김 내정자 외에 김인세 부산대 총장, 조규향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이 물망에 올랐었다.

김 내정자는 청주고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오랫동안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김 내정자는 교육사회학과 평생교육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교육 전문가로 평생교육과 인적자원 개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아오는 한편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참여해왔다. 또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교육개혁의 큰 줄기를 잡아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약 40여년을 대학에 재직하면서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 한국교육학회 회장, 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의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와 교육정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춰왔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발탁 배경과 관련, “평생교육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쌓고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해온 학자 출신으로,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안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교육개혁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특히 “김 후보는 산업체 수요에 맞는 대학의 인적자원 제공과 지역 교육이 평생학습 체제를 통해 가야하며 이를 맡아줄 기관이 대학이어야 한다는 지론이 있다”며 “대통령이 생각하는 산학협력관계나 평생학습, 인적자원 개발분야에 상당한 전문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내정자가 탁월한 교육 전문성과 교육개혁에 대한 소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사회에서 원하는 인적자원을 개발, 육성해나갈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말했다.

‘평생 교육을 통한 교육철학’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최근 10년 동안 평생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교육사회학계의 원로교수 김신일 교수가 지난 2월 서울대교육학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했다. 평생교육정책자문단 단장을 역임했고 서울대 교육연구소장, 한국교육학회장으로 1970년 영국에서 태동한 신사회교육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하기도 한 김 내정자. 그는 평생교육서울모임에서는 평생교육분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평생교육계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가 교육학, 특히 평생교육을 전공해 확산에 힘써 왔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중심이 학교제도 일변도에서 평생교육 방향으로 옮겨갈 것으로 분석된다. 김 내정자는 2002년 언론을 통해 “학교제도에 관한 정책에 치중하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21세기는 평생학습시대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교육정책만이 아니라 성인과 노인의 학습생활을 지원하는 새로운 감각의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내정자는 교육계의 원로교수이지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그의 교육철학은 어떠한지 여론의 관심이 높다. 교육철학을 살펴본다면 김 내정자는 평준화 교육과 수월성 교육,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추구해 왔다. 학교 다양화와 영재교육 강화도 김 내정자의 오랜 소신이다. 그는 역시 시론에서 “교육평등을 본격적으로 추구하려면 선진국처럼 저소득 가정의 유아교육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획기적 대학교육 장학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교육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질 관리 정책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영재교육 강화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다른 한 관계자는 “자립형사립고 제도협의회위원장 시절 평준화를 중시하는 쪽과 수월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견해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분위기가 험악했었다”며 “당시 김 내정자는 양쪽의 주장을 두루 경청하면서 조정해 주고 공정한 결론을 도출해 원만하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정부가 사립학교와 대학의 자율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점에서 볼 때 사립학교, 대학과 대립각을 세워온 참여정부 교육정책에서 그가 어느 정도 소신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2002년의 시론에서 “제도적으로 사립학교와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국공립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진정한 사학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문제를 풀어주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그동안 정부에 다양한 형태와 교육과정을 인정하는 학교의 다양화 정책과 함께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주문해 왔다.
이 책을 통해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부침했던 주요 교육현안들의 대체적 동향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김 내정자의 소신을 읽어볼 수 있다.

지난 2월에 출간된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도서출판 학지사)에서도 김 내정자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교육 문제에 대해 김 내정자가 신문, 잡지 등에 발표해 온 글들을 엮은 에세이집. 글 가운데 김 내정자는 “나는 국민 모두가 교육에 관심을 쏟고 의견을 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교육에 철저히 무관심하면 교육문제가 잘 풀릴까? 결코 그렇지 않다. 교육문제에 관한 논의가 전문학자나 정부 관료들에게 독점되면 한 나라의 교육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각계각층의 국민들 그리고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가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여야 교육이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말했다.

“대학 학과별 특성 살려야”

김 내정자는 교육 전문가답게 다양한 기고와 저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교육관과 정책을 밝혀 왔다. 그는 고교 교육의 신뢰 회복을 통한 입시문제 해결과 학교 다양화 정책, 대학과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김 내정자의 소신 가운데 상당수는 현 교육부의 방침과 다르다. 그의 소신이 현 교육정책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현 정권의 방침에 밀려 좌절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교수신문에 기고한 ‘대입선발제도의 성공조건’이란 글에서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고교에 대한 신뢰 구축과 정확한 내신 성적 반영이 선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평가로 내신을 산출하는 교육부의 정책 때문에 대학이 고교와 내신을 믿지 않는다”며 “고교가 주도하는 전국단위 학력고사를 도입해 고등교육에 올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대학별 학과별 특성을 살려 신입생 선발 기준을 대학이 자율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을 높이고 본고사 등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그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직 퇴임을 앞둔 지난 1월 펴낸 수필집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에서 수능 등급제를 비판하고 수험생에게 수능시험 총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는 저서에서 “대학별 본고사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대입 전형의 핵심 정보인 수능의 비중을 대폭 낮춘다는 것은 그것을 대신할 신뢰할 수 있는 전형 자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능시험을 대신해 고교가 주도하는 학력고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과 북미에서 대학입시 문제가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은 이유는 고교 내신을 신뢰할 수 있는 장치를 정착시켰고, 대학이 아니라 고교가 주도하는 학력고사를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능 같은 대학 중심의 획일적 시험의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육부총리에 이어 후임 교육부총리도 교수 출신
“논문에 전혀 문제없을 것” 자신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7일 ‘논문 스캔들’로 물러난 김병준 전교육부총리 후임에 내정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것이 교육계 반응이다.
논문 표절 의혹으로 김 전부총리가 낙마한 탓에 주변에선 ‘교수 출신 부총리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제교육진흥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혀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문 문제에서 자신은 떳떳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 내정자는 교육사회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면서 교육 시민운동에 나섰던 인물.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가 넓고 학자 출신으로는 드물게 실천력을 겸비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사범대 교수 중에서도 진보파로 분류되는 학자로 교육에 관한 소신이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3불(不)정책’ 등 평준화를 근간으로 한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의 경력 중에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초대 상임대표로 활동했던 것이 눈길을 끈다.

흥사단은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온건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로 교사나 교수 등 교육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흥사단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한국 교육의 수준이 낙후돼 있으며 이 낙후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생학습이 가능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대학 개혁과 기업 수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김병준 전부총리 인선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개혁,특히 산업과 연계돼 기업 수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인물을 찾다 김 내정자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김 내정자는 “오늘날 인적자원 양성은 어느 나라에나 너무 중요한 이슈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에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김병준 전부총리보다는 수월한 데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교육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인사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교총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새 부총리 인사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