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만에 흥행 배우로 떴어요”

2006-11-02     김민주 

김혜수


최근 배우 김혜수가 데뷔 20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영화 ‘타짜’가 600만 관객을 바라보며, 한국 영화 흥행 10위권 안에 진입하면서 김혜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딱히 내놓을 만한 흥행작이 없었던 그녀가 이제 당당히 흥행배우로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역할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했지만, 이번 영화 ‘타짜’에서 보여준 ‘정마담’ 같은 적역은 없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김혜수라는 배우가 가진 모든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섹시미인, 건강미인, 글래머 스타 등 온갖 다양한 수식어가 김혜수를 따라다녔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진정한 한국적인 팜므파탈, 한국의 모니카벨루치로 재탄생한 김혜수의 연기인생 20년을 들여다본다.


‘우리나라에도 김혜수 같은 배우가 있다니 기뻐요’, ‘영화속 정마담 역할은 김혜수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하지 못했을 거예요’, ‘김혜수의 연기가 제대로 물이 올랐네요’, ‘내면연기와 외모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배우인 것 같아요’.

팜므파탈 ‘정마담’ 맞춤옷
영화 ‘타짜’가 600만 관객을 바라보며, 역대 한국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김혜수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변했다. 그간 김혜수는 섹시 아이콘의 상징이기는 했지만, 흥행면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더불어 김혜수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 역시 ‘그럭저럭 잘한다’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 ‘타짜’를 보고난 관객들은 한결같이 “김혜수의 연기가 드디어 물이 올랐다”며 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데뷔 20년만에 김혜수 첫 흥행작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연기였다’는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김혜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각색해 만든 영화로 도박판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꿈과 좌절, 사랑 등을 극적으로 담았다. 남자주인공 ‘고니(조승우)’ 역할에는 말아톤 등으로 이미 연기력을 입증받은 ‘조승우’가 맡았고, 이밖에 전설의 타짜로 고니를 타짜로 키우는 역할에는 ‘백윤식’이, 서민형 타짜로 고니와 함께 전국의 도박판을 휩쓸고 다니는 역할은 ‘유해진’이 맡아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김혜수는 팜므파탈의 ‘정마담’ 역할을 맡아 타짜들을 불러모아 도박판을 설계하는 ‘도박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정 마담은 원작과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캐릭터. 만화 ‘타짜’에서는 단순히 도박판의 설계자에 그쳤던 정 마담은 영화 ‘타짜’에서 드라마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로 변한 것. 극중 정 마담은 섹시하면서 고니에 대한 애정도 품고 있고, 돈에 대한 야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다.
이에 김혜수는 전라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요부의 모습과 순진한 처녀의 표정을 번갈아 선보이며 영화 속 남자들을 쥐락펴락한 것.
‘타짜’의 원작 만화가인 허영만 화백도 “원작보다 확대된 ‘정마담’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녀가 아닌 정마담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보고난 모든 사람들은 김혜수가 정마담 역에 ‘딱’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김혜수는 “정마담이 보여줘야 할 ‘고양이’ 같은 면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지는 잘 맞을지 몰라도, 실제 자신에게는 고양이 같은 면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 하지만 평소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감독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었고, 출연 배우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김혜수는 상대역으로 출연한 조승우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가 잘 될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승우씨는 어리지만 정말 좋은 배우다. 어린 나이에도 질투심이 날 정도로 잘했으니까. 평소에는 수줍은 소년 같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성장할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베드신 충격
김혜수가 “결코 놓칠 수 없다”며 선택한 영화이기 때문일까. 과거 그 어떤 역할보다 김혜수의 연기는 빛이 났다.
도도하고 아름다우며 당찬 도박의 꽃이자 설계자이지만, 때로는 도박꾼들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리고 청순한 모습으로 변하는 등 팔색조의 매력을 과시한다. 이런 정마담의 연기 내공은 20년의 연기 관록이 없었다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김혜수의 이름이 떠들썩하게 거론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김혜수의 ‘가슴 노출’ 때문이다. 바로 극중 고니와의 첫 만남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을 가지며, 뒷모습 전라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상반신 역시 전라로 노출해 충격을 더했기 때문.
영화가 개봉되기 전, 김혜수가 극중 상대편을 교란시키기 위해 ‘팬티’를 노출 시킨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가슴노출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시사회 당시 관객석에서는 알수 없는 묘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까지도 “김혜수의 몸매가 너무 아름답다”며 질투 섞인 칭찬을 쏟아냈던 것.
이번 정마담 역할을 위해 3kg이나 감량했다는 그녀. 극중 김혜수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한 S라인의 몸매를 과시했다. 일부 남자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가 숨이 ‘턱’ 막혔다고 고백할 정도.
이에 대해 김혜수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은 전혀 아니다. 영화 속 정마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며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노출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고 밝혔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김혜수는 이번 영화 덕에 자신의 연기력은 물론, 여자로서의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극찬을 아낌없이 듣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타짜, 데뷔 20년 첫 흥행작
그동안 섹시함의 상징으로 평가되어온 그녀지만,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최근까지 거의 노출 연기를 하지 않은 배우다. 다만, 매년 시상식장에서의 파격적인 옷차림이 그녀 노출 논란의 근원지였을 뿐이다.
1986년, 열일곱살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김혜수. 그동안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언제나 건강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영화에는 ‘오세암’, ‘닥터 봉’, ‘미스터 콘돔’, ‘신라의 달밤’, ‘YMCA 야구단’, ‘얼굴없는 미녀’ 등 그동안 대략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닥터봉’에서는 한석규와 함께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코믹 멜로물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 같았으나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김혜수가 출연한 영화중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은 바로 ‘신라의 달밤’. 하지만 이 역시 차승원과 이성재가 주연이었기에 김혜수 덕에 흥행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후 2004년 ‘얼굴 없는 미녀’에서 김혜수는 과감한 전라 연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스토리의 부실함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어 출연한 공포영화 ‘분홍신’마저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김혜수는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보다 ‘짝’, ‘국희’, ‘장희빈’ 등 탤런트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이런 가운데 얻은 영화 ‘타짜’의 성공은 김혜수의 연기 인생을 통틀어 그 어떤 작품보다 값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바람피는 유부녀역”
연기자로서는 이제 남부러울 것 없는 김혜수.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정상’에 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서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 이에 김혜수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끊임없이 준비하는 것. 외모와 몸매 관리는 기본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늘 카메라 앞에 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까. 이미 타짜가 개봉하기도 전에 ‘좋지 아니한가’에서 백수 아가씨를 맡아 특별 출연을 하기도 했고, 현재는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8월초 촬영을 시작한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은 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대담하고 뻔뻔한 바람피는 유부녀.
타짜에서 보여준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이번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는 어떻게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올해로 벌써 김혜수의 나이는 37세다. 그동안 뚜렷한 스캔들 하나 없이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온 보기 드믄 배우. 이제 결혼 적령기를 훨씬 넘기고도 남는 나이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 탓에 쉽게 결혼할 사람을 고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때가 되면, 결혼은 꼭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온 길 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먼 그녀. 언제나 정상에 있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정상에 있었던 그녀가 과연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