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한국 성장엔진으로 만들터”
2006-12-27 홍준철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대한민국호(號)를 움직이고 있는 양상이다. 김 지사가 취임이후 내세운 ‘수도권 규제완화’, ‘대수도론’ 등이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미래를 연다’는 모토로 경기 2010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수립 목표도 예사롭지 않다. ‘선진 대한민국’과 ‘1등 경기’를 앞당기는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일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목표는 구호로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8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시장과 함께 대기·교통·수질 관련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협력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공동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역단체장이지만 전국적인 이슈를 선점하고 광폭행보를 보이는 김 지사의 꿈을 살펴봤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제일의 젖줄이자 한국 경제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00만명 인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인구만도 1,100만에 육박하고 면적만해도 전 국토의 10%인 1만184㎢로 서울의 17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경기도의 지역내총생산 규모가 2004년말 1,371억달러로 세계 37위(한국 11위)에 이른다. 이같은 경제 규모는 말레이시아 1,178억 달러를 훌쩍 넘는 수치이다. 한 마디로 경기도 하나가 웬만한 나라의 국가경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대수도론 주장 전국이 ‘들썩’
이런 경기도를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문수 지사가 맡았다. 도를 경영한지 180일밖에 안됐지만 1년이 지난 것처럼 김 지사는 바쁘게 일을 했다.
첫 번째 일성은 대수도론. 올해 수도권 안팎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슈다. 대수도론은 한마디로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고 행정구역 위주의 칸막이 행정을 벗어나 통합의 행정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대수도론 주장 배경에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이 존재한다. 경기도가 국가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수도권 발전=대한민국 발전’으로 만들기 위해 경기·서울·인천을 하나의 대수도 개념으로 통합하는 게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만 잘살자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제2의 한강의 기적이나 대한민국의 제2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전략”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김 지사는 “현재의 수도권 규제로 인해 13조5,000억원(하이닉스 이천공장)을 투자해 6,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다”며 “수도권 경제는 경제논리상 억지”라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34개 기업이 공장총량제 때문에 55조8,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투자할 경우 4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주일체형 명품도시 만들 것”
김 지사는 수도권 완화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팔당호 수질개선’, ‘1시간 경기도’, ‘직주일체형 명품도시 건설’, ‘명문 교육기관 유치’ 등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팔당호는 수도권 2,300만 주민의 상수원으로 1급수화를 위해 무려 1조5,000억원을 투입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1시간 경기도’를 위해서 김 지사는 지하철 4호선 연장운행, 도내 상습정체구역 505개 도로를 개선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수도권 버스·전철 무료 환승제 도입까지 이뤄지면 교통 이용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친환경적인 도시인 뉴타운을 10개 정도 짓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특히 손 지사는 남양주, 고양, 김포, 시흥 등 4~5개 지역을 우선적으로 직주일체형(職住一體型) 명품 신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철폐를 위해 김 지사는 이미 5회에 걸친 국회의원 정책간담회 개최,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규제 지역 초정, 2권의 규제사례집을 발간해 국회, 중앙정부, 언론사에 배부해 규제완화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또 김 지사는 지난 8일에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3인방이 모여 교통, 수질, 대기 등에 관한 공동협약을 이끌어 내는 등 대수도론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도지사 탄생
51년생인 김 지사는 자타 공히 인정하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도지사다. 김 지사의 삶의 궤적을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고향에서 4H운동, 야학등 농민운동을 하다 급기야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제적당했다. 이후 청계천 피복공장 재단보조공, 보일러 조수, ‘대학서점’ 서점 주인, 탁아소 운영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이후 그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다 구속당해 서대문구치소에 수감중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 설난영 현재 부인을 만나 결혼하기도 했다. 노동운동을 통해 맺어진 노동운동가 커플인 셈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6년 인천에서 5·3 직선제 개헌 투쟁으로 구속을 당해 2년 6개월을 복역하면서부터다. 이후 본격적으로 민중당 구로갑지구당 위원장을 지내며 정계에 입문했고 90년도에 제 14대 국회의원 총선에 전국구 후보로 출마했으나 참패하면서 배지를 놓쳤다.
하지만 김 지사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신한국당으로 출마해 당당히 당선됐고 16, 17대 연이어 당선됨으로써 국회의원 3선이 됐다.
김 지사의 국회 의정활동은 타의 모범이 될 만했다. 그 반증으로 의정활동 우수의원으로 거의 매해 수상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베스트 위원선정(2003, 동아·경실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국정감사 우수의원(2002), 환경노동위원회 의정활동 최우수 의원(2000, 한국유권자운동연합), 국감베스트 10선정(1998, 뉴스메이커), 환노위 국정감사 최우수의원(1996, 경향·MBC) 경력을 갖고 있다.
김 지사의 이런 이력 때문에 아직도 세간에서는 왜 신한국당을 선택했는지, 한나라당에 남아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화 방안 고민중
그럴 때마다 김 지사는 변치않고 일관된 답변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정치체제에 대해 반감을 갖고 혁명을 꿈꾸기도 했다”며 “그러나 사고의 변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몰락이었다”고 토로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고 계급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시작된 사회주의 혁명의 말로에 실망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면서 대북관도 변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이 되고 도지사가 됐어도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이제는 도지사로서 경기도 발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어떻게 강구하고 실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앞으로 5년후 경기도의 모습이 단초를 제공할 모양이다. 정치인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김 지사. 그런 그가 이젠 행정가로서 시험 무대에 선 셈이다. 그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한민국 성장엔진으로서 경기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 ‘경기 2010비전과 전략’ 선진 대한민국 초석 마련
“뉴타운 5곳·임대 아파트 확대 공급”
지난 10월 9일 김문수 경기 지사는 ‘경기 2010 ; 비전과 전략’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경기비전 2020 비전과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전반기 경기 발전 프로그램이다.
민선 4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도정 목표로 세운 김 지사는 4개의 전략분야와 총 24개의 중점과제별로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4개의 분야는 ▲ 앞서가는 경기도 ;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신성장 엔진 육성, 환황해 물류중심 평택항 개발, 중소기업 육성 및 서민경제 활성화 등을 담고 있다.
▲ 편리한 경기도 ; 사통팔달 도로망 구축, 광역 철도망 확충, 상습정체구간 해소, 광역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 잘 사는 경기도 ; 경기 북부 전략적 개발, 팔당지역의 친환경 개발, 뉴타운 사업과 명품도시 개발 ▲ 매력 있는 경기도 ; 좋은 학교 우수한 인재육성, 환경보전 및 자원 재활용, 숲과 공원이 어우러지는 푸른 경기도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0 비전과 전략’에는 4개 주요 분야별 중점 과제도 상세히 나열하고 있다.
앞서가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김 지사는 2010년까지 일자리 창출 120만개, 산업단지 조성 80개, 평택항 화물 유치 1,000TEU,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55개로 잡았다.
또 편리한 경기도를 위해 지방도로 41개 확충, 광역 심야버스 노선 30개 증가, 소방차량 717대 보강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잘사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는 뉴타운 도시 5개소 건설, 국공립 보육시설 51개소 증설, 둘째아 보육료 지원을 1만9,000명까지 늘리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특히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아파트를 13만호(2006년 기준)에서 67만호까지 늘려 주택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발간사에서 “중국은 연 10%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10년 동안 4%대 저성장을 이뤄왔다. 대한민국은 시간이 없다”며 “경기 2010비전은 대한민국의 심장으로서 ‘1등 경기’, ‘선진한국’을 앞당기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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