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무너진 당 바로 잡겠다”
2007-03-29 김승현
인터뷰 박상천 민주당 전대표
중도통합신당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4월 전대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부활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출사표를 던진 사람도 5명이 됐다.
장상 대표와 박상천 전대표의 양강 구도 속에서 김경재 김영환 심재권 전의원이 ‘다크호스’를 자임하고 나섰다. 김홍업씨의 ‘전략공천’으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경륜’을 자랑하는 박 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 현재 민주당의 앞길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정당으로서 기강이 무너진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계개편의 폭풍 속에서 다시 민주당을 흡수하려는 열린우리당의 갖가지 압력과 회유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중도세력을 결집해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금년 12월 대선에선 이미 지지도 50%에 육박한 한나라당의 높은 파도를 넘어야 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선 다시 양대 정당의 하나로 우뚝 서야 한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 구체적인 공약이 있다면.
▲ 우선 당 체제를 정비·강화해 당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이루겠다. 둘째, 중도세력의 대통합을 이뤄 민주당이 기반이 된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하겠다. 셋째로는 당 내외의 중도주의자 중에서 당선 가능한 대선후보를 생산해 대선승리의 길로 나아간 뒤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양대 정당의 하나로 다시 우뚝 서겠다.
- 차기 대표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 무엇인가.
▲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금 민주당호는 폭풍우 속에서 암초가 많은 험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위기 속에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선장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검증된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작년부터 저에게 대표 출마를 권유하신 당원 동지들의 공통된 말이었다.
저는 이미 당 대표를 해봤고, 또다시 맡을 욕심도 없고 해서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명예를 더하는 차원이 아니라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징발하는 것이라며 저의 책임을 강조했고, 이를 거역할 수 없어 나서게 됐다.
▲ 2003년 9월 민주당 분당으로 반파된 집과 같았던 새천년민주당 대표로 취임했다. 그 해 11월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정당지지도 19.9%로 한나라당에는 1.7% 뒤졌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제쳤다. 또 12월에는 19%로 한나라당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1997년 원내총무로서 TV선거를 도입했고, 당의 TV선거대책단장을 맡아 당시 김대중 후보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이런 경험에서 검증된 리더십은 현재 민주당이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바탕이 될 것이다. 장상 대표는 여성으로서 부드럽고 좋은 점이 많지만 태평성대가 아닌 위기의 시기에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 대표가 절실하다.
- 중도세력의 대통합과 중도 정당 건설을 주장했다.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 중도세력의 대통합을 이루되 민주당이 기반이 되는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하겠다. 민주당이 기반이 돼야 하는 것은, 대의명분과 정당의 기반세력을 민주당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의 좌편향 진보노선에 대립하여 일관되게 중도개혁주의를 지켜왔으며, 양대 정당의 하나가 되는 데 필요한 32만명의 헌신적인 당원과 든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제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국민중심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정치권 밖의 중도개혁주의자들과 통합협상을 벌여 나갈 것이다.
- 통합신당 논의에 있어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의장, 천정배 전법무부장관 등 분당 주역들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일단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당 대 당 통합’에는 반대한다. 이렇게 되면, 백 명이 넘는 열린우리당 현역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신당의 주류세력으로 등장하고, 민주당의 지역위원장들은 자리를 잃고 사실상 소멸될 것이다. 이는 신당을 좌편향 진보노선의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만들어 선거 패배와 한나라당 장기집권을 초래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핵심세력은 그 자체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오는 12월 대선과정에서 선거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 분들은 열린우리당의 선장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러면 배가 암초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한다.
- 향후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 노 대통령은 이제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은, 국정운영의 총책임자다. 그리고 민주당은 야당이다. 청와대는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의 ‘전략공천’이 결정됐다. 비판도 없지 않는데.
▲ 이 문제는 이미 당에서 결정한 것이다. 당 대표 경선후보로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공연히 당 내분만 격화시킬 수 있다. 다만 김씨가 당의 결정에 앞서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씨가 그런 절차를 밟고, 당에서 공천심사를 통해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올 연말 대선은 기본적으로 어떤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 한나라당을 한 축으로 하고, 새로 건설될 중도개혁정당을 다른 한 축으로 하면서, 제3후보들이 나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후보들 간의 선거연대도 예상할 수 있다.
▲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상황은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좌편향 진보노선에 의한 국정실패, 좌우 이념대립형 양당구도에 따른 국민 편 가르기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건은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중도개혁정당을 건설하는 데 있다. 중도개혁주의는 21세기 시대적 추세이기도 하다.
꽃이 아름다워야 벌과 나비가 온다. 민주당이 기반이 된 강력한 중도개혁정당이 예리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해 나가면, 당선 가능한 당 내외 대선후보들이 모일 것이고, 이렇게 되면 현재의 대선판도를 능히 뒤집을 수 있다.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탈당은 어떻게 보나.
▲ 한나라당을 약화시키고 중도개혁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도 느낀다.
- 한 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연합 전선이 이야기됐었는데.
▲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맞설 상대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는 중도정당뿐이다. 경쟁상대와 연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그 뿌리에서나, 이념에서나 뚜렷한 차이가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대한 입장은.
▲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다음 정권에서의 개헌 논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