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위기의식”

2007-08-21     백은영 
화제의 인물-판매왕 열전<10>
고진모터스 한치수 대리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가 대위로 군대를 전역해 자동차 세일즈에 뛰어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가족을 위해서란다. 다부진 몸매에 따뜻한 눈빛을 가진 고진 모터스 아우디 판매왕 한치수 대리. 가족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다 보니 고객을 위해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의 가화만사성의 철학. 최고의 판매왕이 되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다양한 체험들을 들어봤다.


“울었습니다. 10개월 된 아들을 목욕 시켜주며 아이의 눈이 마주친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졌습니다.”

대뜸 이런 말을 했다. 그에게 항의 전화를 한 고객. 밖으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자 당황한 나머지 목욕을 시키던 아들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 ‘아빠가 많이 힘들구나’ 아기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단다.

“저는 어릴 때 무척 힘들게 살았습니다. 집안이 많이 어려웠어요. 아버지 사업이 6번이나 부도를 맞아 전기도 끊기고 밥도 많이 굶어봤어요. 그때마다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는 커서 아들과 아내를 고생시키지 말자.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위기의식이 나를 키웠습니다.”


무릎 꿇고, 손들고 벌 받기도

그는 솔직한 연애담도 털어 놓았다.

“아내와 데이트 시절에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차에도 뛰어 들기도 하고 눈물로 호소도 해봤어요. 아내는 음악전공인데다가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려 제가 탐탁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열심히 구애한 결과 작년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그는 일도 사랑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전에는 고객을 만날 때 지금 사지 않으셔도 1년 뒤, 또는 5년 뒤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최근엔 지금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그는 지난해엔 결혼 준비로 바빠 53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으나 올해는 상반기만 60대로 아우디 판매왕을 예약했다. “저는 절대 긍정을 항상 마음속에 새겨놓고 다닙니다. 아우디의 심벌이 동그라미 네 개잖아요. 얼굴도 성격도 동그란 저하고 닮았을 뿐 아니라, 운명처럼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객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심리학과 성공학 서적은 빼놓지 않고 꼬박 읽는다고 말했다. 또 선배 혹은 후배들이 겪은 이야기를 듣고서도 마음을 다독거린다고 말했다.

“선배 한 분이 겪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차를 구입하신 분 중 한 분이 항의전화를 하셔서 어느 산으로 올라오라고 하셨어요. 약속장소까지 차를 타고 또 두 시간여 산을 올라가니까. 힘 꽤나 쓰시는 분들이 모여 운동하는 장소였던 거죠. 거기서 무릎 꿇고 손들고 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성격 급한 분들은 멱살을 잡기도 하고 어떤 분은 매장으로 찾아와 불을 지르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그럴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사는 법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아우디는 정장에 타이를 매거나 야구화 등산화를 신어도 좋은 차입니다. 그만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죠. 근엄한 행사나 세미나에도 어울리고 디자인이나 내구성도 뛰어난 차입니다. 주로 40대 초반에서 중반이 많이 선호하시고, 최근에는 여성 고객도 증가해 점유율이 50%로 늘어났어요.”

밝히긴 어렵지만 그에게는 연예인 고객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 함께 술도 마시고, 문자도 교환하는 등의 교류를 이어온다는 것이다. 인기가수 P양도 다른 가수에게 소개시켜준 고마운 고객이라고 말했다.


결혼 후 체격 한 치수 불어

“다른 판매왕들처럼 선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객분들에게 밥도 얻어먹고 선물도 받습니다. 저 같은 판매왕은 드문 것 같아요.”

하지만 그에게 그만한 특별한 비법은 있었다. 섬세한 감동법. 고객의 차량에 핸드크림, 선크림, 물수건, 천 원짜리 신권 20장 등을 차안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열심히 모아서 꿈을 이뤄야죠. 저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저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성공궤도에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싶어요.”

장가 간 뒤 15kg이 쪘다는 한치수 대리. 그가 한 치수 불어난 체격처럼 가정에서 받은 사랑을 고객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행복해야 사는 남자였다.

앞으로 그의 체격이 두 치수 혹은 세 치수 늘어난다 해도 고객은 그에게 두 그릇 혹은 세 그릇의 밥을 사주며 인생철학의 노하우를 듣게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한치수 대리의 한 치수 늘어난 인생철학처럼 그의 판매실적에도 놀라운 성공 그래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