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돌 맞은 도성(賭城)、 강원랜드

2010-11-02      기자
“손목시계 맡길 테니 돈 좀 땡겨줘요”, 며칠 전 신문에 난 밤 10시쯤의 강원랜드 앞 진풍경이다.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 개장한 날이 2000년 10월 28일이다. 지난 28일이 개장 10돌 맞는 날이었다. 그동안 강원랜드가 폐광촌이었던 정선, 사북, 고한읍 일대 주민들의 이주를 막고 지역 인프라를 크게 개선 시켰다.

반면 ‘도박 중독자 양산’이라는 큰 사회문제를 만들었다. 해결 핵이 없다. 강원랜드 주변 일대는 불법 고리대금 업체들로 넘쳐나고,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탕진한 도박 중독자들은 인근 월세촌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 급기야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수준의 도박 중독 국가가 됐다. 한국 사람들은 카지노나 경마 게임 같은 것을 레저로 생각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놀이동산처럼 즐기러 카지노를 찾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따려고 대들다 보니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맞아 도박 폐해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이 펼쳐지지만 사회 안전망 구축 없이 일회성 행사로는 의미 없는 일이다. 예부터 우리 생활 속에 ‘투전’ 놀음이 깊이 스며들었다. 조선 정조임금 때 학자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에 따르면 “투전은 장희빈의 당숙인 역관 장현이 북경에서 처음 들여와 보급했다”고 한다.

이 후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성행해 사회적 병폐가 된 것은 오늘의 도박 현실과 비슷했지 싶다. 그 시대 최고의 ‘타짜’는 효종임금의 딸 경숙옹주의 손자로 이조판서를 지낸 원경하의 아들 원인손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명문 사대부가도 투전을 즐겼다. 화투는 19세기 말 일본 대마도 상인들이 드나들며 퍼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도박을 정부가 공인한 것이 카지노다. 한국 카지노는 1967년 인천 올림포스호텔 개장이 최초였다. 도박 이권을 둘러싼 폭력조직 ‘태촌파’ 김태촌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 카지노 실상이 일반에 공개됐다. 카지노에 일반 내국인 출입이 공식허용 된 것은 2000년 폐광지역 개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강원랜드 카지노가 처음이다. 10년간 숱한 화제를 뿌리며 도성(賭城)으로 성장해온 터다.

그 성장 그늘에 도박중독으로 인생 파멸하는 숫자가 놀랄 만큼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검찰은 강원랜드에서 18억원을 탕진하고 청와대를 협박한 장교출신 무직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돈 잃고 현지에서 차, 시계 등을 잡히거나 ‘카드깡’하는 대열 속에는 가정주부들 수가 적지 않다. 원래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으로 법률적 반환 청구를 못하도록 돼있다. 이에 강원랜드에서 도박하는 것을 알고 빌려준 돈은 갚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강원랜드 내에서는 도박이 합법이란 점이다. 정선카지노나 경마장에서는 도박을 자주해도 상습도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경우에 그 자금을 빌려준 것 역시 불법원인급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도박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무려 국내성인 인구의 9.5%인 350여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사회 안정망 구축에 별 관심 없는 우리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