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청문회 뭣하러 합니까?

2010-08-31      기자
“이런 청문회 뭣하러 합니까.”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쏟은 말이다. 기막혀 하는 국민여론을 한마디로 대변 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 무용론이 대두됐을 만큼 국회 불신풍조가 만연한 가운데서 그나마 국민이 국회 존재가치를 느낀 때가 국정감사, 국회 청문회를 지켜볼 때였다.

특히 야당에게 있어서는 국회 청문회가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기회일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문회 스타로 기라성 같은 선배 정치인들을 압도했던 점이 그 대표적 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명박 정권의 후반기 국정을 이끌어갈 총리, 장관, 권력기관 청장 후보에 대해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야당의 존재, 국회의 존재, 둘 다를 국민에게 보일 기회라는 얘기다.

여당이 후보자들의 방패막이 역할에 급급해 할수록 야당의 공격하는 창끝이 예리해 지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이런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의 참모습을 밝혀내야겠다는 의지가 첫째다. 의지가 확고하면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제1야당 민주당 모습이 그런 노력을 했다고 볼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청문회 일정을 정할 때부터 전략 부재를 드러냈던 민주당이다. 전략 없이 각종 백화점식 의혹만 나열했을 뿐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철저한 검증의지를 불태우지는 못했다. 심지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지구당 행사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청문회장 자리를 뜨는 믿지 못 할 행태를 빚기까지 했다. 후보자들이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고, 주요 증인들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의 다수당 횡포가 절정인 만큼 민주당 쪽 의지가 더욱 투철해야 했다.

8.8 개각 이후 청문회 대상자들이 거의 하나같이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받아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보였다.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가 노후대책으로 쪽방촌 건물을 사들였다고 시인하는 정도였다. 위장전입은 이명박 정부 내각 기용의 필수조건처럼 나타났다.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 국민 좌절감이 깊어진 사회에서 ‘사회통합’은 웃기는 얘기다.

인사청문회가 “죄송합니다” 사과 한마디로 면죄부 청문회가 돼버린 현실, 드러난 위법사례는 반성과 사과로 넘어갈 수 없는 엄연한 범법행위가 대부분이었다.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이런 위법사실에 대해 ‘사회적 합의’ 주장하는 여당 국회의원들, 기막히다는 표현 외 말을 잊을 지경이었다. 많은 국민들 왠지 또 사기 당한 기분일 것이다.

“완벽한 인물을 찾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청와대를 탓하는 일은 국회 아니라도 여론이 얼마든지 한다. 야당은 마지막 검증 단계를 정치 쟁점화에 이용하는 당리당략에 휩싸일 일이 아니다. 서류 한 장 떼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까지 증인 신청을 하는 것은 다른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 빌미를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이 정작 궁금해 한 사건의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 출석을 기피해서 소가 빠져나갈 정도의 허점을 드러내도 속수무책인 이런 식의 청문회는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