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통치(統治) 악재
2010-07-13 기자
전두환 5공 정권은 상명하복을 조직 생명으로 하는 군의 명령이 하나회 사조직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극치의 하극상 산물이었다. 영포목우회 소속 국무총리실 공무원이 국무총리실 실장도 모르는 공문을 만들어 경찰서장을 압박한 사실이 하나회와 너무 흡사치 않은가. 당시 쿠데타 정권이 민간인의 뒤를 캤던 일이 지금 시대에 일어났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통치 권력 주변은 국민을 위해 봉사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키 위해 불법과 편법으로 권력을 이용하려는 공통점이 있다. ‘영포목우회 의혹’은 이제 배후 몸통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공식 보고체계를 무시한 채 청와대 지시로만 움직였다고 한다. 과거 독재 통치시대의 특명조직처럼 행세한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청와대에 직보를 한다고 해도 공직기강 문제는 공직자 사정 담당인 민정 비서관실과 협의하는 게 그나마 상식적일게다. 엉뚱하게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보고 라인이었던 점이 의혹을 키웠다. 이 비서관이나 출국금지 당한 이인규 지원관 등 관련자들이 공직사회 내부에 모 권력 실세의 인맥으로 꼽히는 점이 주목받는다.
이들은 포항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등 여러 인연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일? 포항 출신 고위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가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고향 따위 사적 인연으로 연결된 정권 내의 사조직이 공무원 사회 감시는 물론 민간인 사찰까지 했으면 이 정권은 또 하나의 통치적 악재를 키워온 셈이다.
검찰이 신속하게 움직여 몇몇을 처벌하는 정도로 의혹을 잠재우기는 이미 글런 마당이다. 검찰은 수사의뢰 대상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4명이 형법상 직권남용과 강요,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과연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민간인을 내사하게 됐느냐는 국민 관심과 차이가 난다.
5.16 군사정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TK니 PK니 SK니 하는 지연 및 학연을 앞세워 꾸준한 줄서기를 해왔다. 고향 사람이라서 뭉치고, 모교 선후배끼리라서 뭉치는 연고주의 사회에서 혈연만큼 소중한 인연이 없을 터다. 권력주변의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또한 정권 주변이 고향끼리 뭉치자면서 지역감정을 개탄하면 소가 웃을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