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면 불통(不通)이다

2010-06-29      기자
6.2 지방선거의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득표율에 비해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득표율과 2006년 5.31 지방선거의 열린우리당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득표율 차이 21.8%에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5.31 지방선거가 ‘정권 심판’적 성격이었던 반면 6.2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완패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강한 경고’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 같은 민의의 경고와 견제는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서울시장과 경기 지사를 겨우 건지게 했지만 최대 승부처의 밑바닥 민심이 돌아섰음을 나타냈다. 천안함 사건으로 절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나라당이 무너진 이유는 자명하다.

집권 3년차에 든 MB정권에 대해 독선과 오만을 버리라는 준열한 민의였다. 많은 국민 계층이 불통으로 밀어붙이는 이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을 못마땅해 한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일하는 정부’를 재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성과주의에 치중해 매달릴 우려가 일어난다. 논란을 거듭하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변화의 진정성이 안 보인다.

6.2선거가 정부 여당과 야당, 언론들과 국민 스스로도 화들짝 놀라게 한 결과로 나타난 사실을 이 정권이 2007년 대선 당시에 비해 득표수 2.5%의 하락 정도로 자위하려 해선 큰 오산이다. 국민은 이벤트성 국정운영에 동의치 않을뿐더러 친이, 친박 간의 대립과 갈등에 고개 돌린 지가 오래다. 또 집권 한나라당의 청와대만 바라보는 무능과 무기력에 혀를 찬지가 오래다. 인기주의에 영합한 듯한 어정쩡한 자세의 ‘중도 실용’ 문제에 관한 불만이 쌓여있다. 이런 국민 뜻을 옳게 읽지 못하는 정당이 표를 얻을 수는 없다.

표심을 제대로 파악 못하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무분별한 국정 발목잡기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뒤엎으라는 표심이 아니었는데도 습관적 반대부터 하려든다. 제1야당 역할을 똑바로 하라는 표심이 지방권력의 지형을 일순간에 바꿔놓은 터지만 민주당이 제몫을 못하면 2012년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길 없다.

관건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6.2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나라를 망친 친노 좌파세력에 대한 심판을 외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인사들이 광역단체장으로 복귀했다. 가까스로 나라 심장부 서울 경기를 지켰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상의 선거패배를 인정했다. 이처럼 지방선거 민심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거리가 멀게 나타난 것은 선거 구도상 문제 또한 컸다.

이명박 정부가 이미 임기 중반을 맞은 상황에서 전 ‘좌파정권 심판론’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에 비해 ‘현? 정권 심판론’의 상식적인 구도를 형성한 민주당의 전략이 국민과 통했던 것이다.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에 대해 거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면 긴 ‘불통(不通) 시대’를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