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정치』가 몰고 온 대가
2010-05-11 기자
지난 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취임한 민선4기의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0명이 비리와 위법혐의로 기소됐다. 어느 국회의원은 평소 “우리 지역구 시장은 ‘하느님의 사촌 형’으로 불린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막강한 기초단체장 권한을 비아냥댄 말이다.
지방 기초단체장이 지역 주요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절대적으로 쥐고 있는데다 지방의회의 견제 역할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은 온 사람이 다 아는 터다. 기초단체장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대목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몇 번씩이나 지낸 사람이 나중에 시장 군수 하겠다고 나서는 까닭을 어리둥절해 할 필요 없다.
국회의원이 해당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다지만 2년 뒤의 총선을 의식해 오히려 지방 권력의 눈치를 봐야할 형편이다. 공천 물갈이를 공언해 놓고도 막판 뒤집기에 전전긍긍해 하는 이유가 자명하다. 도저히 현역단체장과 반목할 용기를 내지 못해서 일 것이다.
얼마 전 비리혐의로 검찰 소환을 통보 받은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십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군수가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다 들통나 몇 일만에 잡히는 사건도 일어났다. 어느 군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금 2억원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잡혀 구속되기도 했다.
군청공사 수주업체 사장에게서 건축비만 3억원 이상 든 별장을 뇌물로 받고, 뇌물 비자금을 여직원에게 관리케 하면서 3억3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이혼위자료까지 물어준 군수는 6.2지방선거의 여당공천이 확정됐던 사람이다. 아무리 공직자 뇌물 사건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이긴 하지만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번 공천과정을 살피면 지방자치 5기의 앞날도 걱정스럽다. ‘비리전력자’에 선거철의 ‘철새 정치인’은 약과다. 뇌물수수나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인물들까지 ‘별 것’아니라며 공천자 대열에 합류 시켰다가 시끄러워지자 뒤집고 재심사 하는 일이 반복됐다.
집권당 공심위가 관급공사를 특정업체에 몰아줘 감사원에 적발된 사실을 알고도 공천을 줬다가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던 어이없는 사건이 터지고야 공천을 거둬들이는 지경이었다. 민주당은 비리의혹을 받아 다른 당 공천에서 배제당한 인사를 시장 후보로 영입하는 문제를 놓고 한참 시끄러웠다. 여론에 아랑곳없이 재판 진행 중인 인사를 도지사 후보로 공천한 마당이다.
정당공천을 믿을 수 없는 유권자들이 투표율을 높일 일이 만무하다. 6.2선거 역시 유권자들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짙다. 그래 뽑힌 5기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무슨 수로 민의에 부응 할 것인지를 염려치 않을 수 없다. 기초자치단체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밥상’이라는 이 ‘유괴정치’를 청산치 않는 한 지방선거판의 국민 무관심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정당 공천제를 그대로 둔 채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의회만 폐지키로 한 것은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