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야망론 ‘꿈틀’…박근혜보다 이명박 ‘중심추’ 이동

2006-09-28     홍준철 
흔들리는 강재섭, 박근혜와 결별 수순 걷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체제가 들어선지 두 달이 넘어섰다. 관리형 대표로서 ‘명심판론’을 내세워 당선됐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당 일각에서는 ‘리더십 부재’에 따른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 대표측에서는 향후 정치적 행보를 두고 목하 고심중이다. 5선의 강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의 폭은 차차기 대권후보, 차기 총리, 국회의장 정도다. 이를 위해 같은 대구 출신의 박 전대표보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지사와의 함께 할 때 더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내부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박 전대표와의 정치적 동행은 타 후보에 비해 강 대표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관리형 대표로서 대권후보가 아니라는 점과 박근혜 전대표와 가깝다는 꼬리표다.
최근엔 거대 야당 대표로서 리더십 부재도 지적되고 있다. 대표로 취임하면서 주장했던 참정치실천운동도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김병준 전교육부총리 지명 사태, 유진룡 전문화관광부차관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인사압력, 도박공화국 논란을 일으킨 바다이야기 파문이라는 호재에도 정국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오히려 여당으로부터 문제의 상품권 발행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국정 감사 기간에 증인선택을 당할뻔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차차기 위한 책임 총리 ‘선호’
당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강 대표로서 친박인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관리형 대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인 것이다.
강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해도 박 전대표는 걸림돌이다. 박 대표가 2007년 대통령이 될 경우 차차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자체 계산이다. 2012년 차차기를 노리는 강 대표로서 대구 출신의 박 전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연이어 대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이 될 경우 5년후에도 박 전대표 나이는 60대 초반이다. 반면 이명박 전시장은 고희의 나이를 바라본다. 이래저래 강 대표로서는 박 전대표와 겹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한 차차기를 위해서는 강 대표로서 단기적으로 총리직이 욕심날 수밖에 없다. 내각제 개헌이건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 분점의 실세 총리를 두건 자신의 대망론을 위해서는 이명박 전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지사가 유리하다는 평이다.
최근 강 대표가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한 대표가 한민공조론을 주장하며 4년 중임제나 내각제 개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 대표의 측근들도 강 대표는 4년 중임제보다 내각제 개헌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각제 개헌에 관심 커
차기 총리를 거처 차차기 노림수가 강 대표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강 대표는 지난 21일 관훈 토론회에 참석해 ‘철혈 대표가 되겠다’고 일성을 날렸다. 강 대표는 “대선후보를 공정하게 선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박 전대표와 결별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 7·11전당대회에서 이명박-박근혜 대리전을 치러 승리했다는 점은 누구나 시인하고 있다. 박 전대표의 도움없이 강 대표가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철혈대표’를 내세운 강 대표는 더 이상 친박 그늘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는 것이다.
강 대표 진영에서도 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 대표와 함께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문제는 강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박 전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느냐는 점이다. 당내 다수설은 정기국회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경선방식’을 두고 박 전대표와 이견을 낼 것이라고 꼽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친박 진영에서는 현행 경선방식을 선호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