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스럽다”와 한국 대통령 신조어

2009-08-18      기자
국립국어원이 펴낸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에는 오늘의 세태를 은유적으로 고발하는 말들이 수록돼 있다. 이 사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떠도는 신조어들도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신조어들중에는 ‘국회스럽다’ ‘된장녀’ ‘개똥녀’ ‘놈현스럽다’ 등이 들어 있다.

‘국회스럽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거나 날치기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입법전당이 아니고 조폭들의 이권 다툼 패싸움터로 전락된 느낌을 표출한 은유이다.

‘된장녀’는 비싼 명품을 즐기는 여인들중 애인이나 부모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말한다. ‘개똥녀’는 2005년 실제 발생한 일로서 지하철에서 개똥을 치우지않은 여인 처럼 사회적으로 공중도덕이 결여된 얌채 여자를 일컸는다.

‘놈현스럽다’는 노무현 대통령 처럼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데가 있다는 의미이다. 국립국어원은 노 대통령 집권시절 ‘놈현스럽다’를 신조어 사전에 수록했다가 혼쭐이났다. 2007년 10월 청와대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립국어원을 몰아세웠다. 청와대의 항의야말로 놈현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는 대목이 붙어다녔다. 거짓말을 너무 한 탓이다. 김영삼 대통령에게는 “겡제 대통령”이란 별명이 있다. 그가 경제를 늘 “겡제”로 잘못 발음한데서 생긴 별칭이다. 그는 “과학적(科學的)인”이란 단어도 “가학적(苛虐的)인”것으로 항상 발음하였다. 그밖에도 지적하자면 한이 없다.

전두환 대통령은 “땡 전”으로 불렸다. 한국의 방송 뉴스 앵커들이 9시 시보가 “땡”하고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은…” 하며 맨 첫 머리에서 그의 그날 동정부터 읽어내린데서 이른 말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공공연히 “물태우”로 통했다. 그가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속에 터져나온 불법·폭력 시위에 강력히 대처하지 못하고 밀려다녔다는데서 유래한 대목이다. 물처럼 이리저리 흘러내렸다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자”란 딱지가 붙었다.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려니와 전 세계 언론들도 그를 “독재자”라고 했다.

미국에도 신조어를 담은 사전들이 있다. 그들중 하나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이 출판한 ‘속어 사전’(Slang)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8월2일 보도한바에 의하면, UCLA의 ‘속어 사전’에는 ‘오바마 스럽다’는 말이 들어 있다고 한다. ‘참 멋지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는 대통령 이름을 딴 신조어가 매우 밝고 참 멋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들과 관련된 신조어들은 하나같이 실망과 좌절로 가득찼다. ‘물태우’ ‘입만 열면 거짓말’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사람’ 등 어디 하나 밝은데가 없고 경멸조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조어도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 ‘명박스럽다’라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명박스럽다’는 “신념을 자주 바꾸며 경박스럽게 처신하는데가 있다”를 의미한다. “보수”에서 “실용”으로 다시 “중도”로 자신의 신념을 자주 바꾸는 등 경박하게 임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조어 사전에 ‘참 멋지다’ 라고 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통령은 언제나 등장할지 아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