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불안해졌다

2009-08-11      기자
나는 지난 호 본란에 미디어법 논란을 끝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벌써 29년 전 전두환 군사정권이 정권보호를 위해 만든 ‘방송 독과점 보장법’이 여태껏 그 틀을 고스란히 유지해온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런 결과로 현존의 방송3사가 절대적 시장 점유를 하고 있는 심각한 독과점 현상을 지적했었다.

그런데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후폭풍이 한나라당을 뛰어넘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밀어 닥치는 정국현황이 빚어지고 있다. ‘친박 사단’의 내부 갈등이 표출된 가운데 메이저 보수신문까지 며칠 전 박 전 대표를 비꼬고 비아냥대는 칼럼기사를 실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과 한나라당의 식물정당 책임이 박 전 대표에게 있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여권 내부의 박근혜 ‘안티 세력’들이 노골적인 공격 포문을 열게 하는 효과가 발휘됐다. 즉 여권 안의 박근혜 반대 세력이 준동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는 국민이 박근혜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선호하는 추세에 찬물을 쏟아내는 형국이었다.

지난달 말께 모 신문사가 한국 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현실 주요정치인 10명에 대한 ‘제2차 파워정치인 신뢰도 및 영향력 조사’를 실시 한바있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영향력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신뢰도는 3위로 떨어졌고 박 전 대표는 신뢰도에서 1위를 하고 영향력 면에 2위를 나타냈다. 정치인의 영향력은 정치적 비중을 일컬음이고 신뢰도는 국민 지지율을 말함일 테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박 전 대표가 처한 궁지가 크게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현 추세에 대한 긴장의 고리를 풀 경우 신뢰도 하락이 곧 지지율 하락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권 주류 측과 야당의 협공을 부를 수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미디어법 통과이전보다 불안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이제 박근혜가 침묵정치를 벗어던지고 대권후보로서의 자질이 검증되는 현실정치에 큰 관심을 보였으면 싶다.

그럼으로써 박근혜를 싫어하고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대안 없는 침묵정치로 국민을 현혹케 한다는 비난이 얼마나 씨알 안 먹히는 소리였는가를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지난 4.29 재보선에 이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패배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까딱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까지 곤두박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까지 대선후보 지지도 1위와 신뢰도 1위의 정치인으로서 박근혜의 이미지가 놓쳐질 수 있는 위기의 가능성이 이번 미디어법 파동을 통해 확인됐다. 실망스러워하는 국민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작정하고 지켜볼 요량이다. 더욱 박 전 대표가 명심할 것은 지금의 국민적 지지율 1위 성적표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적당히 정치적 잇속 차리고, 적당히 물러나고, 국민에게 어필만하고,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박근혜 정치의 공허함을 말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지 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