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삼분지계」
2009-02-24 기자
이런 한나라당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소설 삼국지 속 ‘적벽대전’이 생각난다. 이 ‘적벽대전’은 얼마 전 중국에서 영화화돼 우리 극장가에서도 거작으로 평가받았다. 오나라의 ‘주유’는 중국대륙을 양분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양자강의 북쪽 강북지역은 위나라 ‘조조’가 차지하고, 양자강 남쪽 강남지역은 오나라 ‘손권’이 차지해서 천하를 양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를 일컬어 ‘주유의 천하이분지계’라고 했다. 이때가 바로 삼국지의 소설적 흥미를 절정으로 이끈 ‘적벽대전’을 앞둔 시기였다. 싸움 결과는 당시까지 세를 드러내지 못해 중국천하의 군웅으로 대접 받지 못한 ‘유비’의 책사 제갈공명이 손권을 도움으로 오나라의 승리가 됐다. 유비가 그 보상으로 오나라 땅의 형주와 양양을 얻어서 당당한 세력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주유의 천하이분지계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동안 중국대륙에 말뚝하나 박을 땅 없어 낭인세력에 불과했던 유비의 세력화는 천하대세를 가르는 확실한 변수였다. 제갈공명은 ‘천하삼분지계’를 주장하며 아직은 열세인 주군 유비로 하여금 때로는 오나라 편에, 또 때로는 위나라 편에 서게 만들어 대륙패권의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제갈공명의 이 전략은 주효했다. 위, 오, 촉, 삼국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당분간 중국대륙이 공평하게 삼분 경영됨으로서 제갈공명의 명성이 더욱 빛을 냈다.
근래 한나라당 내부 구도 변화가 치열해진 것 같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분위기에 맞춰 이재오 계가 대 역전극을 노린다고 한다. 이에 못마땅한 이상득 의원의 행보가 바쁘다는 말이 사실적이다. 박근혜의 물밑 기선잡기 행보가 조직화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정몽준 변수’가 어떻게 변화할지가 큰 관심거리다.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주장이 갑자기 힘을 얻는다.
이는 며칠 전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을 독대하고 난 뒤 더 탄력적이다. 이렇게 보면 한나라당의 천하통일은 거의 환상에 가까운 지경이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을 때 급조 통일을 이루어 낼지는 그때 가서 볼일이다.
다만 ‘친박’과 ‘친이’라는 두 군웅이 할거하는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천하통일을 하려면 많은 피를 부르게 돼있다. 그러면 여당으로서의 한나라당 입지는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힘 또한 크게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의 한나라당에 꼭 필요한 것이 조정자 역할일 것이다. 솥 다리가 하나거나 둘이면 넘어지고 기울지만 다리가 셋이면 평형을 유지한다는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는 이렇게 나온 것이다.
문제는 세 다리 가운데 하나 될 재목이 한나라당 내에 있는지의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