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연합’ 지령에 ‘민주연합’ 화답

2008-12-23      기자
북한 헌법 전문에 김일성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始祖)로 명시돼있다. 또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의해 창건된 주체형의 혁명적 맑스-레닌주의 당이라고 당 규약 전문에 명시해 놓았다.

뿐 아니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여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서 김일성 왕조 세습을 명문화 시켰다. 당 규약 4조 당원의 임무에서는 ‘당원은 당과 수령에 무한히 충성하고 우리당의 유일사상 체계로 확고히 무장하여 당의 요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며 당 노선과 정책을 무조건 접수하고 옹호해서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이를 위한 당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자본주의 사상 등 배척해야할 사상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고 있다. 남북 경협에 따른 ‘자본주의 황색사상’ 바람은 김정일을 너무 불안케 만들었다. 신의주 경제특구 중단에 이어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를 서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북의 자본주의 공포는 남북 간 체제경쟁에서 자신감을 잃기 시작한 1970년대 들면서다.

북은 체제위기 때마다 ‘황색바람 차단’같은 맑스-레닌주의의 순결성 고수 투쟁을 독려해왔다. 극도의 식량난과 김정일 중병으로 체제붕괴 위기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북이 절박한 것은 인민을 구휼할 식량과 돈이 아니다.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차단할 고육책 마련이 훨씬 더 다급했다.

이럴 때 최상급 김정일의 남쪽 조력자가 나섰다. 지난달 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고 있다”면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굳건하게 손을 잡고 시민단체등과 민주연합을 결성해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 주문했다. 2006년~2007년 김정일 “반 보수 진보대연합 구축”지령의 화답을 한 셈이다. 다음날 28일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반 이명박 전선’구축을 합의했다. 그 이틀 후는 또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시민 사회와의 연대투쟁을 결의했다. 또 다음날인 12월 1일은 친북 재야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의 재 점화를 시도했다. 마침내 12월 4일 민노 민주 창조한국 진보신당 등 야4당과 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친북성향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만든 ‘민생민주 국민회의’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동투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경제위기, 평화위기, 민생위기’의 극복이다. 반정부 투쟁의 포장된 명분이다. 세계적 경제위기에 의한 민생위기를 모를 사람은 없다. 다만 ‘평화위기’라는 말은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차단을 목적으로 북이 획책한 남북 긴장감을 빌미로 현 정권을 위축시키려는 선동적 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북의 위기는 김정일의 위기인 동시에 좌파세력의 위기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