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정치, 유능 정치, 상생 정치
2008-11-25 기자
또 가족을 일컫기를 식구(食口)라 하고 살가운 인사말이 ‘밥 먹었느냐’는 말이었다. 가난에 찌들어온 이 땅의 한(恨)을 보는 듯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표현을 했던 민족이다. 배고픈 눈에는 절경도 느끼지 못한다는 비유다. 지금 국민들 생각과 다를 것 같지 않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 하면서 여러 민생문제가 속속 드러나 있는 나라 사정이다.
그럴수록 국민은 유능한 정치 결과를 목말라한다. 유능한 정치와 옳은 정치는 분명하게 다르다. 옳은 정치는 백성을 상대로 무조건 정직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백성이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도록 봉사하고 희생하는 덕목을 말한다. 반면 유능한 정치는 정치를 위한 돈 만들 줄을 알아야한다.
다만 돈을 챙기지만 않으면 된다. 곧고 정직하기만 한 것보다 융통성 있는 정치를 국민이 반기게 되는 것은 철저히 ‘금강산도 식후경’인 때문이다. 과거 독재정권 때 ‘사쿠라’ 논쟁을 일으켰던 일부 정치지도자들이 선명성 문제로 매도될 수는 있어도 무능했다는 평가를 하기 어렵다. 그 나름으로 야당 살림을 건재케 하고 국민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 시대가 분출하는 정치효과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서 매우 냉소적일 뿐이다. 아무리 지켜봐도 현실정치가 유능한 정치로는 보이지 않을뿐더러 옳은 정치로는 더욱 믿기지 않는다. 국민은 우리정치가 옳은 정치, 유능한 정치를 못 펼치더라도 최소한 상생의 정치를 해주기 바랐다. 우리가 상생정치에 대한 미련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것은 같이 사는 방법 없이는 나라가 시끄럽지 않을 도리가 막막해서다.
경제난국에 힘들게 먹고 살아야하는 국민들 처지에서 작금의 정치가 어떠하게 비춰지고 있는지는 말할 가치 없다. 특히 지난 10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말한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권 때 잘못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양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현 정부 아홉 달 동안을 가만히 보면 노무현 정권이 비난 받았던 대표적인 일들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생긴다.
이른바 ‘고소영’으로 회자 됐던 코드인사가 판 친 것을 시작으로 언론과의 갈등이 일어나고 편 가르기 비난도 다를 것 없다. 모든 국정실패의 책임을 지난정부로 돌리면서 못된 짓으로 욕했던 짓을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욕하면서 배운 정황이 뚜렷하다. 서슬 퍼래 설치던 군사독재정권도 국민 눈치 볼 줄은 알았다. 도무지 이 정부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염치가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갈 노릇이다.
옳은 정치는 후일에 깨끗한 정치를 기록할 것이고, 유능한 정치는 후일에 국민을 배불린 정치로 남게 된다. 상생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준 정치로 기억 될 만하다.